전국 가마솥더위 기승…온열질환 추정 사망 12명·익사 5명

이지영 2023. 7. 30. 23: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30일 오후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 연일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더위로 말미암은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30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온열질환자 178명이 발생했다.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5월 20일부터 지난 28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938명(추정 사망자 3명)으로 장마가 끝난 뒤 급증했다.

이번 주말 들어 온열질환 추정 사망 사례가 속출하면서 공식 집계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경북에서만 폭염 속 밭일하던 70∼90대 노인 4명이 숨졌다. 이들은 모두 온열질환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에서도 전날 밀양시와 남해군에서 농사 일을 하던 2명이 숨졌다. 경남도는 두 사람의 사인을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열사병)으로 분류했다.

같은 날 경기도에서도 양평군 옥수수밭과 안성시 밭에서 숨진 사례가 발생했고, 충북에서도 제천에서 농작업 중 쓰러진 주민이 숨져 충북지역 내 첫 온열질환 사망 사례가 나왔다.

전북 군산에서도 70대 주민이 집 마당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당국이 온열질환과 연관성을 살피고 있다.

30일 역시 불볕더위 속에 오후 2시 9분께 경북 예천군 감천면 관현리에서 80대 남성이 풀밭에 쓰러진 채 발견됐고, 비슷한 시각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에서도 90대 남성이 밭을 하러 갔다가 길가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발견됐을 당시 체온이 높은 상태였다.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열화상 카메라 촬영. 사진 속 높은 온도는 붉은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연합뉴스


이번 주말 온열질환으로 숨지거나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만 12건으로, 이들 모두 통계에 더해지면 올여름 온열질환 관련 사망자는 15건으로 급증한다.

바다와 계곡에서 물놀이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후 3시 51분께 강원 정선군 여량면 글램핑장 인근 하천에서 A(45)씨가 물에 빠져 50여분 만에 구조됐으나 숨졌다.

가족, 지인과 함께 여행 온 A씨는 물놀이 중 물에 빠진 아들을 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원주시 개운동 치악교 아래 하천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지고, 인제군 북면 한계리 계곡에서 물놀이하던 20대 남성이 숨지는 등 강원지역에서만 주말새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전날 오후 1시 45분께 부산 영도구 영도하늘전망대 자갈마당 해상에서 물놀이하던 20대 4명 가운데 2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1명이 숨졌다.

이보다 앞선 오전 9시 32분께 경남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앞바다에서는 아이들과 물놀이하던 중 떠내려간 튜브를 가지러 바다에 들어간 40대가 사망했다.

도심에서는 에어컨 등 사용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과부하로 추정되는 정전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정전된 용인 아파트. 연합뉴스


이날 오후 6시 15분께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 4단지 아파트 10개 동 1710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2시간 만에 재개됐다. 이 정전으로 주민 2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소방 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29일 오후 8시 40분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5개 단지에 변압기 이상으로 전기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무더위에 밤잠을 설쳤다.

같은 날 오후 8시께 광주 남구 월산동 한 아파트단지에서 변압기 합선 사고가 발생해 아파트 314세대 전체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3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기온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 안팎으로 오르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서울, 인천, 광명, 김포 장기 등 수도권 4곳을 비롯해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등 21개 관측지점에서 열대야가 관측된 가운데 이날도 낮에 오른 기온이 밤에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 시에는 물을 자주 마시고, 외출·활동을 자제하며 시원하게 지내는 건강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음주는 체온을 상승시키고, 다량의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하므로 술과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도록 한다.

심뇌혈관질환, 고혈압·저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더위 때문에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고,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춘다.

어린이, 노약자, 임신부 등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