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마드리드, 맨시티 꺾었다…한여름 밤 상암벌을 수놓은 3개의 축포
킥 오프에 앞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3개의 트로피를 코너 플래그 주변에 전시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잉글랜드축구협회(FA)까지 지난 시즌 맨시티가 석권한 3개 대회의 우승 트로피였다. 유럽 클럽 축구 최정상을 의미하는 ‘트레블(treble·3관왕)’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챔피언의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경기의 주인공은 상대 팀으로 나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 마드리드)였다. 맨시티를 상대로 후반 중반 환상적인 득점포를 잇달아 터뜨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에서 AT 마드리드는 후반 멤피스 데파이의 선제골과 야닉 카라스코의 결승골을 묶어 후벵 디아스가 한 골을 만회한 맨시티에 2-1로 이겼다. 각각 프리미어리그(맨시티)와 프리메라리가(AT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양 팀이 맞붙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번의 맞대결은 지난 2021~22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홈&어웨이로 열렸다. 당시엔 맨시티가 1승1무로 앞서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AT 마드리드가 맨시티를 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AT 마드리드의 선제골은 후반 26분에 나왔다. 앙투안 그리에즈만을 대신해 후반에 최전방 공격수로 교체 출장한 데파이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위험지역 정면에서 팀 동료 앙헬 코레아가 패스한 볼을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 네트를 흔들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AT 마드리드는 후반 34분 야닉 카라스코가 아크 서클 외곽에서 시도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맨시티 골대 왼쪽 구석에 꽂히며 스코어를 벌렸다.
맨시티는 후반 막판 한 골을 만회하며 구겨진 자존심을 만회했다. 후반 40분에 얻은 코너킥 찬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후벵 디아스가 상대 위험지역 정면에서 솟구쳐 올라 날아오는 볼을 머리로 받아 넣었다.
경기는 예정된 킥 오프 시간(오후 8시)보다 45분 가량 늦게 시작했다. 오후 6시 경부터 서울 서부 지역에 쏟아진 국지성 호우 여파였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매섭게 쏟아진 장대비 탓에 그라운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다행히 오후 8시를 전후해 빗방울이 잦아들며 배수가 완료돼 문제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관중석은 거대한 하늘빛 물결이었다. 현장을 찾은 6만4185명의 축구 팬 중 상당수가 맨시티의 하늘색 유니폼을 갖춰 입고 경기를 즐겼다. 에티하드 스타디움(맨시티의 홈 구장)을 연상케 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디에고 시메오네 AT 마드리드 감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맨시티보다 우리 팬이 더 많을 것”이라 언급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AT 마드리드는 그라운드 밖의 불리한 환경을 경기력으로 극복했다. 양 팀이 선발 멤버들을 대거 교체한 이후 AT 마드리드가 한 수 앞선 골 결정력을 앞세워 흐름을 장악했다. 골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관중들은 AT 마드리드의 연속 골에 뜨겁게 환호했다. 맨시티가 한 골을 따라붙었지만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진 못 했다.
티켓 예매 개시 후 28분 만에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한국 팬들에 대해 양 팀은 전반부터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며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화답했다. 지난 시즌 36골을 몰아친 맨시티 간판 공격수 엘링 홀란과 15골 16어시스트를 기록한 AT 마드리드 골잡이 앙투안 그리에즈만 등 최정예 선수들이 진검 승부를 벌여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을 열광시켰다.
송지훈, 피주영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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