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대통령 장남, 마약업자 돈받아 체포…전처가 폭로

마약 밀매업자에게 수억원 받은 혐의
아버지 “가슴 아프지만 엄정한 수사해야”

콜롬비아 대통령 아들이 체포됐다. 마약 밀매업자에게 수억원 상당을 받아서 챙긴 혐의다.

콜롬비아 검찰은 2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니콜라스 페르난도 페트로 부르고스(이하 니콜라스 페트로)에 대해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을 오늘 오전 6시 집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혐의는 자금 세탁 및 횡령이다.

올해 37세의 니콜라스 페트로는 6명의 자녀를 둔 구스타보 페트로(63) 콜롬비아 대통령의 장남이며, 아틀란티코주 하원 의원이다.

니콜라스 페트로는 지난해 아버지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마약 밀매업자 2명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이를 회계 장부에 넣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돈을 취득한 경위를 거짓으로 꾸며냈다는 혐의도 있다.

앞서 니콜라스 페트로와 사이가 틀어진 전처 데이수리스 바스케스는 올해 초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지난해 부친의 대선 캠페인을 위해 마약 밀매업자와 밀수업자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다만 전처는 “이 돈이 실제 선거 자금으로 쓰였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앞)과 장남 니콜라스 페트로 (이미지 출처=AFP 연합뉴스)

검찰은 횡령 등 규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전처는 폭로 당시 "10억 콜롬비아 페소(약 3억2000만원 상당)"라고 주장했다. 전처 역시 돈세탁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날 검찰에 체포됐다.

이번 사건은 페트로 대통령이 지난 3월 검찰에 조사를 직접 요청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페트로 대통령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날 아들이 체포되자 페트로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 사람으로서, 아버지로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검찰총장에게 이미 말했듯이, 절대 수사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내 아들이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난한 농가 출신의 페트로는 1980년대 콜롬비아 우파 정부를 무력 전복하려 시도한 반군 게릴라 출신이다. 정부 무기고에서 훔친 무기로 대법원 청사를 공격했다가 붙잡혀 복역한 전력도 있다.

좌파 연합의 수장인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50.4%를 득표, 47.3%에 그친 중도 우파의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는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정권이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