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편집장 레터]
유방에게 천하를 가져다준 한신의 실책은?
#국민은행은 2011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성과 향상 프로그램(PIP)을 한시적으로 운영했습니다. 당시 인사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은 ‘후선역’으로 배치했죠. A씨는 2012년 후선역으로 배치된 이후 2018년까지 13차례 인사 발령과 징계 조치를 받았습니다. 883시간의 사회봉사도 지시받았고요. 지난 2월 법원은 “비자발적 사회봉사를 시킨 것은 불법이며 이로 인해 A씨가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국민은행은 A씨에게 약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국내에서 PIP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었다네요.
# 그런가 하면 지난 6월에는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개선할 의지도 부족해 수년간 저성과자로 평가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현대오토에버에 입사해 IT 시스템 보수 업무를 담당한 B씨는 근무 성적과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해고됐습니다. 회사와의 소송에서 이겨 복직한 B씨는 5년 만에 다시 저성과자 프로그램 대상자가 됐습니다. 회사는 대기 발령 기간에 진행한 코딩 테스트에서 두 차례 0점을 받은 B씨에게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또 한 번 B씨를 해고합니다. 이에 반발한 B씨가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번에는 회사 손을 들어줬습니다.
MZ세대가 조직의 중추로 떠오르면서 저성과자 문제가 더 이상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논리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진단입니다. “나보다 일도 못하고 또 안 하면서 월급은 비슷하게, 아니면 더 많이 받아가는 저성과자와 함께 일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MZ세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 MZ세대가 리더가 되면서 이들이 저성과자 ‘일못러’ 직원을 보고 넘기지 못해 다양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저성과자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저성과자 관리의 첫 단추는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다음은?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 ‘일못러 저성과자를 어이할꼬(p.56~59)’를 펼쳐보시길요.
대한민국 직장인이 가장 많이 휴가를 떠난다는 ‘7월 마지막 주~8월 첫 주’를 맞았습니다. SK그룹 CEO 25명이 ‘여름휴가 필독서’를 추천했다죠. 하나같이 흥미로운 책들입니다. 마침 최근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 명단에 들어 있더군요.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쓴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부제: 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읽는 역사’입니다. ‘유방은 알고 항우는 몰랐던 한 수’는 무엇이었을까요? 선택과 결단의 기술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가 잔뜩 들은 이 책을 휴가지에 들고 가는 것을 강추합니다.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어째서 승진은 다른 사람이 하는가? 한나라 고조 유방에게 천하를 다 가져다준 후 토사구팽당한 한신에게 귀띔해주고 싶은 게임이론 ‘백워드인덕션’은 무엇일까? 사냥개는 토끼를 잡을 때 미리 토끼가 완전히 없어졌을 때를 계산에 넣어두고 항상 농부가 염려할 만큼의 토끼는 남겨놓아야 한다. 사고의 흐름이 미래에서 현재로 시간을 거슬러 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백워드인덕션’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中>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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