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확립’ ‘가짜 뉴스 근절’ 어떻게… [신율의 정치 읽기]

2023. 7. 3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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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비극, 파장 일파만파
교권 실종 ‘심각’…‘유명유실’한 제도 돼야
가짜 뉴스 피해자 양산…엄벌 처해야
지난 7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이초 선생님 한 분이 극단적 선택으로 젊은 생을 마감했다. 서울 지역 다른 초등학교 선생님은 학생에게 폭행당해 심한 트라우마와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은 부산에서도 발생했다. 27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척 가슴 아픈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한다. 하나는 교권이고, 다른 하나는 가짜 뉴스다.

교권 문제는 이렇다. 학생 인권이 존중돼야 마땅함은 물론이다. 학생 인권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학생들 자신에 대한 인권 의식을 고취해 사회 전반의 인권 의식을 높이고 부당한 인권 침해를 막는다는 취지다. 다만 진짜 이렇게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학생 인권 존중이라는 명목 아래 교사 인권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교권 실종에는, 일부 학부모도 한몫한다. 학생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일부 학부모의 선생님에 대한 ‘과도한’ 항의와 아동 학대로 고소하고 보자는 식의 행동은 교권 실종의 중요한 원인이다.

필자는 독일에서 10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 유학 시절 가장 친했던 독일인 친구 중 한 명은 현재 독일 모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친구가 재직하는 대학교에는 학생 항의와 이의 신청을 다루는 위원회가 존재한다고 한다. 해당 위원회는 학생 항의를 법적 차원에서 검토하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학생 항의를 받아들이고, 진상 조사와 문제 해결에 나선다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 항의를 교수 개인이 처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나 교수가 학생 혹은 학부모 불만 사항이나 항의를 ‘개인적’으로 처리한다. 휴대폰 두 개를 갖고 있는 선생님이 적지 않다는 것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여기서 선생님과 학부모의 직접 접촉 기회를 차단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학부모가 항의할 것이 있거나 물을 것이 있다면 학교 공식 이메일 계정 혹은 학교 민원 창구를 통해 학교 측과 접촉하고, 이를 수집한 학교는 상설위원회에서 사안의 경중을 가려 학부모에게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 있다면 법적으로 대응하고, 선생님 과실이 있다면 절차대로 해당 선생님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 된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아동 학대’와 ‘정서적 학대’다. 이에 대한 학부모의 과잉 조치를 막기 위해 각 교육청 산하 법률 지원단을 활성화해야 한다. 즉, 학부모 고소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고소 고발 단계 이전의 과정을 신설하고, 고소 고발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교육청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도 법률 지원 제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선생님이 고소 고발을 당할 경우 대부분 자비로 변호사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유명무실한 제도를 ‘유명유실’한 제도로 바꿔야 한다. 또한 어떤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 학대로 고소했지만 해당 사건이 ‘혐의 없음’으로 처리될 경우, 자동으로 무고죄 수사가 들어가게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일단 고소하고 보자는 식의 과잉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 또한,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폭언 혹은 폭행을 가했을 때 이를 단순 형사 사건으로 취급하지 말고, 교사에 대한 폭행과 폭언을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선생님을 욕해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 폭행을 가해도 ‘정서적 학대’라며 고소 당할까 봐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존재라고 학생들이 생각하게 되면 학생의 인성 교육은 정말로 불가능해진다.

이번 사건이 노출한 두 번째 문제점은 가짜 뉴스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선생님 죽음의 원인이 정치인 가족에 있다는 가짜 뉴스가 급속도로 퍼져, 여당 3선 의원 한 명과 야당 3선 의원 한 명이 피해를 봤다. 사건 파장이 커지자 가짜 뉴스를 특정 사이트에 올린 사람이 해당 의원을 찾아 눈물로 호소했지만, 의원들은 최초 유포자와 유튜버를 고소했다. 고소당한 유튜버는 “그 사안(서이초 선생님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안)에 현직 정치인이 연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저는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고 한 인물이다. 해당 의원이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전혀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자, 해당 유튜버는 “방송 끝나기 전에 추가 취합된 내용이 있어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였다고 정정하기는 했습니다만, 혹시 못 들은 분 있을까 봐 다시 정정한다”고 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가짜 뉴스 전파 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그 범위가 광범위해 피해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다. 본래 유튜버의 인기는 기성 언론을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기성 미디어는 특정 정권 혹은 정파에 휘둘리기에 이들의 보도는 믿을 수 없고, 자신의 이념과 딱 들어맞는 유튜브 채널은 믿을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정보와 사실 그리고 지식이 혼재한다. 기성 언론 역할은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을 해서 사실과 거짓 정보를 구분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게이트 키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유튜브 세계에서는 게이트 키핑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더구나 유튜버들은 언론인이 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유튜브 채널 구독자 상당수가 유튜브에서 나오는 정보를 사실로 믿어버린다는 데 있다. 그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빛의 속도로 퍼진다. 가짜 뉴스는 바로 이렇게 탄생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짜 뉴스로 밝혀져도, 많은 이들이 ‘밝혀진 사실’이 아니라 먼저 들은 가짜 뉴스가 진실이라 믿는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러니, 진실이 밝혀져도 피해는 계속 남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하면, 유튜브 같은 매체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와 가짜 뉴스 전파에 대한 엄한 처벌이 병행돼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런데 기존 법 체계는 이런 상황적 변화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당연한 현상이다. 플라톤이 ‘철인(philosopher king) 정치’를 주장했던 이유도 법의 경직성, 그러니까 법이 상황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원래 법의 속성이 그렇다 해도, 피해자만 양산되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가짜 뉴스에 대해 지나치다 할 만큼 엄벌에 처해야만 뉴스를 생산하는 이들 스스로가 조심할 테다. 인터넷이 처음 보편화될 당시만 해도 인터넷의 ‘자정 기능’을 신뢰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의 자정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가짜 뉴스 근절과 교권 확립 모두는 인권 보장에 관한 문제다. 인권은 이념적 접근이 아닌 피해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깊은 생각 없이 인권을 외치는 것은 또 다른 인권을 사라지게 만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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