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역사와 더 나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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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롭고 자비로운 왕.
백제의 마지막 왕이었던 '의자왕(義慈王)'의 뜻이다.
의자왕의 아버지가 무왕이니 만약 백제가 망하지 않았다면, 의자왕의 시호는 '문왕'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 의자왕 이야기를 통하여 '최고 리더가 엉망이 되면 국운마저 쇠하게 된다'는 역사적 진리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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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롭고 자비로운 왕. 백제의 마지막 왕이었던 ‘의자왕(義慈王)’의 뜻이다. ‘의자’는 의자왕의 이름이다. 나라가 망해서 사후에 시호를 붙여줄 후손이 없어서 이름을 시호처럼 사용하고 있다. 백제를 망하게 만든 장본인에게는 과분한 칭호가 아닐 수 없다.
의자왕은 ‘해동증자(海東曾子)’라는 별칭이 있다. 공자의 제자 중 효행이 뛰어났던 증자에 빗대어 바다 동쪽의 증자로 불릴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는 것이다. 의자왕의 효도를 받은 아버지는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는 세기적인 러브스토리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동요는 가난뱅이 서동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 사이의 발칙한 로맨스다. 의자왕의 아버지가 무왕이니 만약 백제가 망하지 않았다면, 의자왕의 시호는 ‘문왕’이 되었을 것이다.
의자왕은 태자 시절 주류 세력의 견제를 많이 받았다. 당시 적국인 신라 공주의 아들이라는 게 이유였을 듯싶다. 무왕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권력다툼의 희생양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아무튼 의자왕은 우여곡절 끝에 늦은 나이인 45세에 왕에 등극했다. 어렵사리 왕이 된 만큼 등극 후 15년 동안은 나름대로 정치를 잘했다. 내부적으로는 왕권 강화에 매진했고, 외부적으로는 신라를 공격해 수십 개의 성을 탈취하는 등 영토도 꽤 넓혔다.
그러나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걸까. 작은 성공에 도취된 의자왕이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폭주하기 시작한다. 간신에 둘러싸여 술과 여자에 빠져 살았다. 대표적인 충신인 성충과 홍수의 충언도 듣지 않았다. 결국, 성충은 옥에 갇혀 단식하다 옥사했고, 홍수는 유배를 떠나야 했다. 이렇게 백제의 국운이 급속하게 기울어지게 된다.
서기 660년, 당나라가 쳐들어오자 다급해진 의자왕은 유배지에 있던 홍수에게 ‘어떻게 막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홍수가 ‘백강, 기벌포와 탄현의 험준한 지형을 의지해 싸우라’는 전략을 제시했지만, 의자왕은 그를 의심한 나머지 그의 마지막 충언조차도 듣지 않았다.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당나라에 항복한 이후 의자왕은 당나라 장안에 끌려가 오욕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가 65세에 쓸쓸하게 죽었다.
전 런던대학교 교수 제프리 바라클로프는 장 셰노의 저서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평하면서 “역사를 모르면 현실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왜냐면 과거는 현재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가능하게 하고, 질적으로 다른 미래를 규정할 수 있게 하는 기준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과거 의자왕 이야기를 통하여 ‘최고 리더가 엉망이 되면 국운마저 쇠하게 된다’는 역사적 진리를 깨닫게 된다. 따라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최고 리더가 엉망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만약, 최고 리더가 의자왕처럼 충신을 버리고 간신에 둘러싸여 엉망이 되어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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