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부부, 성교육 강사도 아는 사람으로 요구했다"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의 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가운데 해당 특수교사가 지난해 12월쯤 동료 교사들에게 탄원서를 요청하며 작성한 글이 공개됐다.
30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호민에게 고소당한 특수교사 A씨가 현직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올린 탄원서 요청문이 게재됐다.
교사 측 “피해자 측과 통화 거부…추석 연휴 기간에도 의견 보내”
A씨는 “(지난해) 9월 5일 학생이 통합학급 교실에서 바지를 내리는 상황이 발생해 여학생이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했다”며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8일 주씨 부부와 상담을 진행했으나 상담은 전문가와의 연계를 통한 행동 개선 방안 위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는 의도로 (주씨 측이) 다시 여학생 학부모님과 전화 통화하기를 권하였으나 거부했다”며 “이 문제는 남학생 학부모님이 사과를 우선으로 하고 여학생 학부모님의 감정을 누그러뜨린 후 이루어져야 하는 일들인데 여학생을 비롯한 학급 아이들에 대한 배려 없이 오로지 본인 아이만 생각하는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고 했다.
상담 이후 9월 9일부터 시작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주씨 부부는 통합학급 시간 조율이나 본인의 의견들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왔다고 한다.
A씨는 요청문에서 “여학생이 ‘밤에 떠오른다’, ‘학교 가기 무섭다’ 등 심리적인 충격이 있는 상황이 큰 문제인데 이 부분을 간과하고 ‘무조건 19일부터는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하겠다’, ‘학교에 보내더라도 저희 반에 하루종일 있는 것은 싫으니 조퇴하겠다’ 등의 취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답답했다”며 “저도 조금 단호하게 이번에 열릴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는 통합교육시간 조율에 대한 것이고 어디까지 수용 가능한지 생각하고 오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전교생 성교육 후 복귀’ 대안에 강사 선정 요구”
A씨는 사안을 마무리할 대안으로써 다른 아이들과의 통합학급 교육 시간을 줄이고 주씨 아들의 지도사 지원 시간을 늘리는 한편,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한 후 학생이 통합학급으로 복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결정된 성교육에서 주씨 부부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강사 선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다시 2학년 학생들만은 이 학생 학부모님이 원하는 성교육 강사로 섭외해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했다”며 “최대한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학폭 사안이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주씨 부부가 제기한 아동학대 의심 상황은 9월 13일 받아쓰기 수업 중 일어났다. A씨는 “아이가 통학학급에 못 가는데 자꾸 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못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약하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다가 ‘친구 앞에서 바지를 내린 상황이 고약한 상황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탄원서에 썼다.
아이 가방에 넣어 보낸 녹음기를 통해 해당 정황을 파악한 주씨 부부는 아동학대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9월 18일 주씨가 A씨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다시 취소했고, A씨는 9월 21일 경찰 통보로 고소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요청문 말미에 해당 학교에는 애당초 특수 학급 교실이 없었으나 A씨가 4개월간 학습공간·놀이 공간·세면대 등을 디자인하고 업체와 협의해 새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울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던 학생이나 10분도 자리에 앉아 있기 어려워하던 학생을 지도해 행동이 개선된 사례도 제시했다.
A씨는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것은 모두 상쇄되고 그날 하루 있었던 일로 저한테 화내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고소하신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고 마음이 너무 힘들다”면서도 “특수교사라는 사실에 한 점 부끄러움 없다. 다시 아이들을 만나고 싶고 그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하고 싶다. 이번 일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고 억울한 죄명으로 낙인찍힌 채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썼다. 지금까지 학부모와 교사 등 80여명이 A씨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민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문제 소지 있어”
주씨는 지난 26일 입장문을 통해 “(아이가) 사건 당일부터 지속적으로 평소와 다른 매우 불안한 반응과 두려움을 표현했고 등교도 거부했다”며 “초등학교 2학년인 발달장애 아동 특성상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였고 특수학급에서는 장애아동만 수업을 받기에 상황을 전달받을 방법이 없었지만 확인이 필요했다”며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본인의 수업 시간 중 발생한 일이 아님에도 우리 아이에게 매우 적절치 않은 언행을 했으며 이는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소 이유에 대해서는 “정서적 아동학대의 경우 교육청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교사를 교체하는 것은 어려우며,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만 조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게 되었다”며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부모가 교사를 달달 볶아 그 스트레스로 아동에게 짜증을 낸 것이라는 기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교사의 직무가 정지되어 다른 학부모님들께 큰 고충을 드리게 되어 괴로운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
피해 아동에 대해서는 “돌발행동이 있을 때 상대 아동 및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려 노력했다”며 “정말 감사하게도 사과를 받아들여 아이를 용서하고 원만히 합의해주셨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8월 28일에는 A씨에 대한 3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날 공판에는 A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된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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