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손상→전신 장기 망가짐→사망...'폭염'이 진짜 위험한 이유
‘사람 잡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밭일을 하던 노인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등 온열질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나흘간(26~29일)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수는 255명이었다. 24일 7명이었던 온열질환자는 장마 종료가 선언된 26일 46명으로 급증했고 27~29일까지 각각 65명, 71명, 73명으로 계속 늘었다.
온열질환은 장시간 방치할 경우 뇌와 호흡기, 신장 등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노약자·만성질환자는 특히 예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9일 사인이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례는 7건 발생했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통칭한다. 더위에서 활동한 뒤 30초가량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열경련, 손과 다리가 붓는 열부종 등은 비교적 경미한 온열질환에 속한다. 하지만,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일사병(열탈진)·열사병이 올 수도 있다.
열사병 치료 안 받으면 치명률 100%
우리 신체는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의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가면서 두통·구토·어지럼증·무력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게 일사병이다. 열사병은 일사병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치료받지 않으면 치명률이 100%에 달할 정도로 한층 더 위험한 상태다. 중추신경에 장애가 일어나 정신이 혼미해지며, 오심·구토 증상은 심해지는 반면 더 이상 땀이 나지 않는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40도 이상 오르는 열사병에 이르면 신체의 체온 조절기능이 고장 나 오히려 땀이 안 나게 된다”며 “뇌에 손상이 오면서 의식을 잃게 되고, 전신의 장기에 문제가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몸 곳곳에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로 회복한다면 큰 문제없지만, 치료가 지체되는 경우 뇌신경 쪽으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탈수 상태가 지속되면서 혈관질환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심·뇌혈관질환, 고혈압·저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의 경우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 올해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 가운데 연령대별로 50대가 20.7%(210명)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60대 16.9%(172명)이었다. 65세 이상으로 따지면 27.3%(277명)에 달한다.
발생장소별로는 실외작업장(32.7%), 논밭(13.9%), 길가(11.4%) 순으로, 실외(81.7%)가 실내(18.3%)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건강한 10~20대라 하더라도 고온의 야외 환경에 오래 노출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29일 광주 북구 한 야구장 앞에서는 표를 구입하기 위해 대기하던 10대 학생이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져 119에 이송되기도 했다.
발생시간은 절반 이상(52.3%)이 12~17시 낮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신고됐지만, 10~12시 발생률도 17.8%로 오전 시간대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청은 ▶시원하게 지내기(외출 시 햇볕 차단, 헐렁하고 가벼운 옷 입기) ▶물 자주 마시기 ▶더운 시간대에는 활동 자제하기 등을 폭염 대비 3대 건강수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변에서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면, 즉시 서늘한 곳으로 옮겨 체온을 낮춰주는 게 급선무다. 의식이 있다면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하면 좋지만, 의식이 없다면 질식 위험이 있어 먹이면 안 되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더위의 위험성 간과하지 말라”
기상청은 이날부터 다음달 9일까지 낮 최고기온 30~35도의 폭염이 지속될 것을 예보하며, 온열질환 발생을 대비해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서울과 충남 서해안 등의 내륙에는 농업 분야에 폭염 영향예보 최고 단계인 ‘위험’(4단계)이 발령됐다.
질병청 관계자는 “폭염일수가 길었던 2018년 여름에 특히 온열질환자가 폭증했다. 만약 올해도 폭염경보가 발표되는 날이 길어지면 환자가 대량 발생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더위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말고 야외 작업 중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등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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