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비껴가서 더 덥다...다음주까지 한국은 '한증막 폭염'

정은혜 2023. 7. 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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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 폭염경보가 발령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 일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 뉴스1

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역대급 무더위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30일 “다음 주까지는 현재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 전국 180개 기상특보 구역 중 제주도 한라산 부근을 제외한 177곳에 폭염 특보를 내렸다. 강릉은 수은주가 36도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더웠다. 서울과 대구도 낮 최고기온 34도를 넘기며 펄펄 끓었다.

기상청은 “강한 햇볕으로 낮 기온이 오르고 높은 습도로 체감 온도가 상승했다”며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 체감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31일과 8월 1일에도 전국 낮 최고기온은 30~35도, 아침 최저 기온도 22~27도로 예상된다. 도심지와 해안 지역에서는 열대야가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 곳곳 소나기에 습도 올라가 찜통”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30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도심 모습. 사진 속 높은 온도는 붉은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사진 연합뉴스
여기에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쏟아지며 습도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상청은 예측했다. 한반도 상공의 대기 불안정으로 천둥·번개·돌풍을 동반하는 강한 비구름이 언제든 생성될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31일 경기 동부와 강원 내륙, 충청권 내륙, 전라권 내륙, 경상권 내륙, 제주 지역 곳곳에 5~40㎜의 강한 소나기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소나기가 쏟아지면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지만 금세 더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가 쏟아지면서 습도가 크게 오르는 탓에 강한 햇볕이 곧이어 나타나면 체감 온도는 금방 원위치를 회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 30도를 넘던 기온은 25도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습도는 소나기가 내리기 전(60%)보다 훌쩍 오르기(70~90%) 때문이다.


“한반도 비껴간 태풍이 열기 유입시켜”


30일 기상청이 발표한 6호 태풍 카눈의 예상 경로. 30일 현재 오키나와 남동쪽에 위치한 태풍 카눈은 오는 3일 중국 상하이 남서쪽 부근에 육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기상청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해 북서진하는 2개의 태풍이 남쪽의 열기를 한반도에 유입시키고 있다”며 “두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반도 주변에는 중국에 상륙한 5호 태풍 독수리와 한반도 남쪽 해상에서 북서진하고 있는 6호 태풍 카눈이 있다. 지난 28일 오전 3시 괌 서쪽 약 730㎞에서 발생한 카눈은 30일 오전 9시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1020㎞ 부근 해상에서 북서진하고 있다.

기상청은 수시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수치 예보 모델 분석 결과 태풍 카눈은 오는 8월 3일 상하이 남서쪽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예보대로 카눈까지 한반도 남서쪽을 통과하게 되면, 남쪽의 열기가 태풍의 회전 방향(반시계방향)을 따라 한반도에 유입되는 흐름이 이어질 조건을 갖추게 된다.

한증막 폭염은 다음 주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대기 불안정과 강한 햇볕, 남부지방에서 불어오는 열기가 당분간 한반도에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8월 2~9일 사이 전국 아침 최저 기온은 23~27도, 낮 최고 기온은 30~35도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아도 간접적인 영향으로 폭염이 평년보다 심하다”며 “온열질한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퍼 엘니뇨 영향…폭염 더 강해질 수도”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폭염 경고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 AP=연합뉴스
향후에는 현재보다 더 강력한 폭염이 올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문제는 내년과 후년”이라며 “엘니뇨가 전세계 평균 온도를 올리고 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폭염 기록을 경신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센터장은 “향후 발생할 태풍이 한반도 쪽으로 남쪽 공기를 더 많이 밀어 올리면 지금보다 온도가 1~2도 정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도 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엘니뇨가 온 해에는 항상 극단적인 날씨가 나타났다”며 “수퍼 엘니뇨에 따른 폭염의 불확실성(얼마나 강해질 지)도 커졌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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