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웃은 자동차·배터리 하반기도 ‘방긋’…반도체 반등 기대

최은경 2023. 7. 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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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15라인 내부. 사진 삼성전자


글로벌 경기 둔화 속 주요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 성적표가 공개됐다. 상반기 자동차·배터리·조선 업체들은 웃었지만,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은 불황의 늪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기업들 실적이 회복 단계에 들어서면서 상반기보다 기상도가 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7일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 60조55억원, 영업이익 66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흑자를 유지했지만, 반도체 부문에서는 지난 1분기(4조5800억원)에 이어 4조3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반기에만 8조9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실적(영업손실 6조2844억원)을 반영하면 양대 반도체 기업의 상반기 적자 규모는 15조2244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4분기 흑자 전환할까


다만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분기보다 작을 것이란 기대다. ‘반도체 바닥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두 회사는 낸드 중심의 추가 감산,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제품 판매 확대라는 공통된 반등 전략을 내놓았다. 덕분에 3분기까지 두 회사 모두 적자에 머무르다 이르면 4분기쯤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우리나라 전체 이익에서 반도체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상반기 대규모 적자가 났다가 하반기 흑자 전환한다면 전체 기업 실적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4분기부터 올 2분기(각각 4조2379억원, 3조4030억원)까지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내면서 하반기 자동차 업황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두 회사는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10.6%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고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판매 호조로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업계 실적 전선 역시 ‘맑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938억원으로 1조원 고지를 돌파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커지면서 삼성SDI 역시 2분기엔 분기 최대 영업이익(4502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은 영업손실 규모가 3447억원에서 1315억원으로 줄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 효과와 수주 증가 등으로 호실적이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 전년 대비 흑자로 돌아서며 조선업계도 호황을 맞는 분위기다. 업계는 그동안 쌓아온 수주잔고가 다음 분기부터 경영 실적으로 나타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수익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종로구 국립기상박물관에서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다. 뉴스1

석유화학·정유·철강 ‘우울’ ‘안갯속’


다만 정유·석유화학업계의 사정은 좋지 않다. 정유업체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반기 유가와 정제마진이 반등하는 추세지만 이에 따른 실적 개선이 이뤄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LG화학은 지난 27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석유화학 전망에 대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기대한 실질 효과가 나지 않아 시황에 큰 변동이 없으며 하반기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고부가·친환경 제품,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먹거리 다변화 차원에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기업들은 수요 불안 등을 감안, 소재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은 “하반기 갈수록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구매력이 회복되고, 수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일부 업종은 기초 체력이 소진된 상황이라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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