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N컷] 지진희, 금성무 대타하던 'D.P.2' 법무실장…피사체가 된 사진작가 (엑:스피디아)
숨겨지지 않는 끼로 날 때부터 연예인이었을 것만 같은 스타들. 그들에게도 각자의 시작은 있었습니다. [인생N컷]에서는 데뷔 전 이색적인 직업을 가졌던, 'N번째 직업이 연예인'인 스타들의 과거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D.P.' 시즌2의 새 캐릭터,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 준장으로 등장한 지진희. 그간의 젠틀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지진희는 데뷔 24년이 지난 후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8일 전국민에게 PTSD를 안겨주던 넷플릭스 'D.P.' 시즌2가 공개됐다. 지진희는 따스하고 다정하던 이미지가 아닌 자신을 위해, 자신의 소속을 위해 권력으로 모든 걸 은폐하려는 메인 빌런으로 변신했다.
"'D.P.' 시즌2를 통해 여지껏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좋다"며 새로움을 연기했음에 설렘을 표하던 지진희. 신선한 그의 극 중 모습만큼 그의 데뷔 계기 또한 신선하다.
지진희는 고등학생 시절 금속 공예를 전공 후 대학에서는 시각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그는 뛰어난 손재주를 자랑하며 졸업 후 바로 국내 유명 광고회사 제일기획에 입사해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남부럽지 않던 대기업 생활을 이어가던 중, 지진희는 우연히 사진을 배우게 된다. 사진에 큰 흥미를 느껴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사진작가의 꿈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게된 그는 "광고 회사를 그만 둔 후 광고 사진 촬영하는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턴트 일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멀쩡한 직장을 관둔 후 사진작가 어시스턴트를 하며 번 월급은 40만 원이었다고. 부족한 돈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진작가의 꿈을 더욱 키우며 노력했다.
시작부터 타고난 손재주와 남다른 실행력으로 '덕업일치'의 나날을 보내던 지진희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바로 1997년 IMF 대한민국의 외환위기로 직장을 잃게 된 것. 지진희는 근무하던 스튜디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다른 근무자들을 위해 자진해서 사표를 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지진희는 간간히 사진 일을 돕다가 당시 중화권 톱스타였던 금성무가 출연한 광고 촬영에 스태프로 참여하게 되는데, 길어진 광고 촬영 문제가 생긴다.
금성무와 약속된 시간이 끝나자 배우는 결국 홍콩으로 귀국했고, 현장에 광고 주인공이 없어진 사태가 발생한 것.
그때, 수려한 외모로 스튜디오 내에서 주목을 받은 지진희가 금성무의 대역으로 급하게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지진희가 대역으로 연기한 모습은 뒷모습이나 손이 아닌 그의 옆 모습이 실루엣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큰 분량이었다.
급박한 상황이 만들어낸 이 한 장면은 지진희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래픽 디자이너도 포기한 채 자신만의 색을 표현하고 싶던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젊은이는 광고 출연 후 당시에도 톱스타였던 김혜수와 전도연의 매니저 눈에 띄게 됐고 배우로서 캐스팅을 받게 된다.
지진희는 1999년에 조성빈의 뮤직비디오('3류 영화처럼')로 자신의 이름과 함께 데뷔했지만, 진정한 데뷔는 이 1997년 광고활동인 셈. 그렇게 매니저에게 1년 간 캐스팅 제의를 받았던 그는 주변의 계속된 권유에 "1년만 하자"하는 마음으로 배우에 도전하게 된다.
그렇게 데뷔한 지진희. 우연한 계기로 얻게 된 기회이자 새 인생이었지만, 디자이너와 사진작가 일을 할때처럼 연기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했다.
지진희는 "연기를 마음먹고 2년간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며 날 더 단단히 만들었다"며 배우로서도 멈추지 않는 도전을 이어나갔다. 누군가를 찍고 표현하던 지진희는 이제 자신이 피사체가 되어 직접 표현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데뷔 4년 만에 MBC 드라마 '러브레터'와 '대장금'으로 국민배우로 등극, 부드러운 남자부터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넓은 스펙트럼의 배우임을 입증했다. 또한 넷플릭스 'D.P. 시즌2' 뿐 아니라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를 통해서도 정치물까지 완벽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찬 연기를 선보이는 노련한 배우가 된 지진희는 지금도 어릴 적 전공인 공예를 취미로 삶의 원동력을 찾고 있다. 또한 조승우·황정민과 함께 떠난 우정 여행에서 이들 몰래 혼자 구도를 잡고 사진을 찍으며 실력을 발휘해 '레전드 우정짤'을 탄생시키기도 하며 연기 외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진희는 다채롭던 직업의 변화만큼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하며 카메라 뒤가 아닌 대중의 앞에서 N번째 인생을 채워나가는 중이다. 이제는 직업이 아닌 역할로 맞이할 그의 인생N컷 또한 멈추지 않고 풍요롭길 기대해 본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넷플릭스, tvN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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