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AI' 벌써 5마리…서울시 비상인데, 보호시설은 조사 거부
서울에서 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에서 확진 판정이 나온 지 나흘 만인 29일 관악구에서도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 AI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다행히 고양이→사람으로의 감염은 확인되지 않았다.
긴급 방역에 나선 서울시는 민간 보호시설로 ‘고양이 AI’ 조사 대상을 확대 중이다. 하지만 보호시설 신고 유예기간으로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다 아예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시설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서 확진 2마리·의심 3마리
3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관악구 소재 한 민간 동물 보호시설에 있는 고양이 3마리에 대해 고병원성 AI 의사환축이 확인됐다. 의사환축이란 임상검사 등을 통해 AI에 걸렸다고 볼 타당한 이유가 있거나 정밀검사가 진행 중인 동물을 말한다.
해당 시설에 있던 한 고양이는 지난 23일부터 식욕부진 및 호흡기 증상으로 인근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폐사했다. 전날 해당 동물병원장은 방역당국에 신고했고,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시설 내 고양이 10마리를 대상으로 AI 감염여부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마리 중 3마리에서 고병원성인 ‘H5형’ AI 항원이 확인됐다. 이 3마리에 대해선 추가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며 고병원성 AI 최종 확진까진 2~3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5일엔 서울 용산구의 한 동물 보호 시설에 있던 고양이 2마리가 고병원성 AI(H5N1형)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서울에서만 2건(총 5마리)의 고양이 AI 감염‧의심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시 조사에 민간 시설 ‘거부’
서울시엔 비상이 걸렸다. 시는 의심 사례가 발생한 장소에 대해 소독 및 출입 통제 등 긴급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앞서 용산구 확진 사례 발생지로부터 반경 10㎞ 이내 자치구 18곳에서 운영했던 방역상황실은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됐다.
서울시는 시와 자치구가 운영 중인 동물보호시설 19곳의 개‧고양이 102마리(개 57마리‧고양이 45마리)를 대상으로 AI 전수 검사를 벌였다.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추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 보호시설의 동물 임상 예찰 및 정밀 검사도 계획했다. 이번에 확진·의심된 사례 모두 동물 보호시설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 시설에 대해선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4월 27일 개정 동물보호법은 개‧고양이를 20마리 이상 관리하는 민간 동물 보호시설의 경우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 3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현재로썬 자발적 신고 없이는 민간 시설의 구체적인 규모나 보호 동물 현황 등을 정확히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이날까지 서울시는 20여곳의 민간 시설을 상대로 조사 협조를 요청해 일부 시설에선 검체 채취 등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7~8곳 민간 시설에선 서울시 측 조사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다음에 오라” “왜 우리를 조사하려 하는가” 등 이유를 들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 시설에서 보호 중인 고양이에 AI 의사환축이 확인된다면 다른 동물뿐만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 시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인체 감염 사례는 없어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양이에 접촉한 동물병원 종사자나 보호 시설 관계자 등이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 경우는 없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관리 대상자들은 최종 접촉일로부터 최대 잠복기인 10일간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국내에서 고양이가 AI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2016년 12월 경기 포천에서 발생(H5N6형)한 이후 7년 만이다. 용산에서 발견된 감염 고양이 내 바이러스(H5N1형)는 이와 다른 종이다. 고병원성 AI가 조류에서 고양이 등 포유류를 거쳐 인간에게 감염된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 생활 속 AI 감염 예방 안내
「 ▶야생 조류나 가금류, 고양이 등 사체에 접촉하면 안 된다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야생 조류나 길고양이의 경우 사체나 분변 등을 만지면 안 된다.
-집 안에서 고양이나 새를 키우는 경우 AI에 걸릴 가능성이 사실상 낮다. 그러나 고양이 활동량이 떨어지거나 침을 많이 흘릴 경우 의심해봐야 한다. 또 기침이나 재채기, 숨을 가삐 쉬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마스크나 장갑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하고, 직접 만져선 안 된다.
▶국내·외 AI 발생 시설 및 지역 등에 방문해 동물과 접촉한 뒤 10일 이내에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등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관할지역 보건소나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신고해야 한다.
」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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