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반미 연대' 뭉쳤다…혈맹 중국보다 러시아 극진 대접
북한과 러시아가 한 몸처럼 뭉쳤다. 각각 핵·미사일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해 온 북·러는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벼랑 끝에 몰리자 서로 손을 잡았다. 미국의 제재를 뚫고 싶은 북한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코너에 몰린 러시아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북한은 이번 '전승절'(한국의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 70주년 기념식을 활용해 러시아와의 밀착 공조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승절 기념식 참석차 지난 25~27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했다. 장관급 인사의 방문에 김 위원장이 통상적인 예우인 면담·만찬을 넘어 수일간의 일정 자체를 함께 소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쇼이구 국방장관의 방북 관련 보도에서 “견해 일치”“공동전선”“전략적 단결”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양국의 밀착을 과시했다.
'혈맹' 중국보다 러시아 '극진 대접'
북한이 전통적인 '뒷배'인 중국보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과시하는 건 최근 미·중 관계의 변화 조짐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최근 국무장관·재무장관·기후변화특사 등 고위급 인사의 방중을 통해 미·중 해빙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에 호응해 ‘경쟁 속 협력’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나선 중국보단 미국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내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우선 순위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관계 일치한 북·러
북·러는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제재의 직격탄을 맞는 등 ‘반미(反美) 연대’의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통일부는 지난 28일 전승절 동향평가에서 김 위원장이 각각 중·러 대표단을 대하는 온도차를 언급하며 “(북한이) 중국보다는 러시아와의 보다 밀접한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번 방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한 북한의 무기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념일 참석은 명분일 뿐 속내는 무기 지원을 포함해 북한을 사실상의 '전쟁 파트너'로 활용하기 위해 방북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나는 그(쇼이구 국방장관)가 기념일 때문에 그곳(북한)에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의심한다”고 말했다.
계산기 두드리는 中
러시아가 쇼이구 국방장관을 필두로 ‘군사 대표단’을 꾸린 것과 달리 중국은 ‘당정 대표단’이 방북했다. 북·중간 정부 대 정부, 당 대 당 관계 회복을 과시하면서도 러시아의 '군사 방북'과는 차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중·러 밀착은 당초 한·미·일 3국 공조의 대항마 성격으로 부각됐다. 중국은 한·미·일 공조가 북핵 대응을 넘어 대중 견제를 지향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역시 북한을 껴안으며 한·미·일 공조를 견제하는 외교를 기조로 삼고 있다.
단 중국으로선 북·중·러 연대를 부각할수록 기존 태평양 한·미·일 공조에 대서양 세력이 들어오는 게 부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최근 한·미·일 공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중·러 밀착을 통해 중국이 얻는 당장의 안보적 이익은 분명치 않은 반면 그로 인한 리스크는 점차 선명해지고 있는 셈이다.한·미·일은 다음달 18일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미·중 '해빙 무드'가 변수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당정 대표단의 방북에 대해 북·중 혈맹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끼워 넣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데 유리하며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 유리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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