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줄이고 핵 전력, 무인기 과시…北 열병식 '양보다 질'
북한이 지난 27일 벌인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 열병식에선 과거 열병식 때보다 공개된 무기 종류와 참가 인원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재래식 무기 대신 핵과 신형 무기에 집중하면서 ‘효율성’을 꾀했다는 의미다.
30일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펴낸 '북한 정전협정일 70주년 기념 열병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에 포착된 무기는 16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의 26종 등 최근 3년간 20종류 이상 무기가 등장한 데서 감소한 수치다.
북한은 이번엔 곡사포 등 포병 무기를 대거 뺐고,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를 비롯해 KN-24·25와 같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전략순항미사일,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18형 등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북한 주장에 따르면 모두 전략핵 또는 전술핵무기다. 홍 실장은 “기존 보유한 다종의 무기를 최대치로 동원하는 방식보다 전술·전략 핵무기에 집중했다”며 “대외 메시지 차원에서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무기 동원을 효율화했다”고 평가했다. 핵 위협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의미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무인기 ‘샛별-9형’이 차량에 이끌려 나오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비행을 한 점도 강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각각 미 RQ-4 글로벌 호크, MQ-9 리퍼를 본뜬 이들 무인기는 소나기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에서도 본 열병식이 시작하기 전 평양 시내를 날았다.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만큼 이번 열병식에서 무인기 전력을 핵심 위협으로 꼽고 싶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56개 보병 및 기계화 종대, 10개 미사일 관련 종대 규모로 총 66개 종대가 이번 열병식에 참가했다”며 “전체 참가인원 규모는 약 1만3000~1만4000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72개 종대에서 약 2만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보이는 지난해 4월 열병식 규모에 비하면 60~70% 정도다. 숫자는 줄이면서 핵 위협은 더욱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노동신문에 실린 이번 열병식의 무기 사진 역시 20장으로 과거 40~60장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같은 맥락에서 ‘양보다 질’을 앞세운 선전전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또 이번 열병식에서 새 부대 편제를 알렸는데, 이는 동원된 무기 체계의 실체적 위협 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신형 무인기는 '다목적무인기 종대'가, 해일은 ‘핵무인수중공격정 종대’가 각각 신설돼 전담 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제41상륙돌격대대 종대'가 처음 소개되기도 했다. 공개 된 영상 속 군기를 볼 때 2017년 5월 7일 창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부대는 유사시 한국 해안선을 뚫고 상륙 작전 벌일 수 있다. 홍민 실장은 “무인기, 해일, 그리고 해당 부대의 운용은 해안 및 항구 등 주요 전략 요충지를 타격하기 위한 용도”라며 “기존 미사일 중심의 ‘억제’ 또는 ‘보복’ 능력에 집중하던 데서 보다 공세적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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