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속 메달+한국신 4개…역사 쓴 황선우 "쉴 틈 없다, AG+올림픽 응원해달라"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3년 여름을 물 위에서 불태운 황선우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일정이 마무리됐다. 황선우는 6주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1년 남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변함 없는 성원을 부탁했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20·강원도청)가 마지막 레이스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자신이 마지막 영자로 등장한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혼계영 400m 대표팀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배영 이주호(28·서귀포시청), 평영 최동열(24·강원도청), 접영 김영범(17·강원체고), 자유형 황선우로 구성한 한국 남자 대표팀은 30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혼계영 400m 예선에서 3분34초25로 레이스를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한라배에서 김우민, 최동열, 양재훈, 황선우 등 강원도청 단일팀이 합작한 3분34초96을 0.71초 앞당긴 한국신기록이다. 한국은 이날 예선에서 22개 팀 중 10위를 차지해 8위까지 주어지는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 그러나 2019년 광주 대회 17위,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 13위 등 과거 세계선수권대회보다는 순위를 높여 톱10에 진입했다.
결승행 막차를 탄 영국(3분33초27)과 한국의 격차는 0.98초로, 1초 이내로 줄었다.
혼계영은 수영 4가지 영법을 자국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한 명씩 나와 100m씩 헤엄치는 것이다. 배영으로 시작해 평영, 접영, 자유형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예선에서 3개조 중 2조 1번 레인을 배정받은 한국은 이주호가 배영에서 54초51을 기록, 같은 조 9개팀 중 7위를 기록했다. 이어 최동열이 평영으로 물살을 갈라 200m 지점을 지날 땐 1분53초96를 기록하며 캐나다를 제치고 6위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그러나 접영 선수 김영범이 300m 지점을 돌 때 2분46초02로 다시 7위로 내려갔다. 황선우가 마지막 자유형 100m를 질주하며 기록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3분34초25로 들어오면서 2조 7위를 차지했다.
3조 결과까지 취합하면서 10위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혼계영인 만큼 수영 잘하는 국가들이 모두 결승에 올랐다. 미국이 3분30초51로 예선 1위를 차지했으며, 프랑스(3분31초61), 호주(3분31초75), 중국(3분31초89), 독일, 캐나다(이상 3분32초11), 일본(3분32초36), 영국이 2~8위에 올랐다.
이어 이탈리아(3분33초54)가 9위, 한국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수영은 이번 대회에서 계영 종목을 중심으로 한국신기록 8개를 쏟아내며 6주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망을 밝게 했다. 한국은 황선우 등 '황금세대'로 구성된 남자 계영 800m 대표팀이 예선과 결승에서 2차례 한국신기록(7분06초82, 7분04초07) 낸 것을 비롯해 혼성 혼계영 400m(3분47초09), 혼성 계영 400m(3분27초99) 등 단체전에서 연거푸 기존 한국기록을 바꿨다. 이어 황선우의 이번 대회 마지막 종목인 남자 혼계영에서도 한국신기록이 작성됐다.
개인전에선 2개가 나왔다. 지난 25일 황선우가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42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신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접영 강자 최동열은 남자 배영 100m 준결승에서 59초59로 터치패드를 찍어 이 종목 한국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황선우의 공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이틀 전 남자 계영 800m를 앞두고 몸살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황선우는 이날 맨 마지막 영자의 책임감으로 물살을 가른 끝에 한국신기록 수립에 힘을 보탰다.
이번 대회 대표팀이 세운 한국신기록 8개 중 황선우가 직접 세웠거나 동료들과 합작한 것이 절반인 4개나 된다. 무거운 부담과 강한 책임감 속에서도 한국 수영 사상 첫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 수립의 쾌거를 써낸 그는 한국신기록 제조기로도 입지를 굳혔다.
짜릿한 레이스를 통해 국민적 관심을 모은 만큼 이런 열기가 오는 9월 아시안게임, 내년 2월 카타르 도하 세계수영선수권, 내년 7월 파리 올림픽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게 황선우의 마음이다.
그는 이번 대회 자신의 모든 일정을 마친 뒤 "한국기록으로 경기를 마쳐 정말 기쁘다.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때까지 계속해서 기록을 더 단축했으면 바람"이라며 "강행군이지만 마지막까지 응원해주신 팬분들과 국민 여러분 덕분에 혼계영 400m 끝까지 힘낼 수 있었다"고 했다.
황선우는 힘든 여정을 마무리했지만 쉴 틈이 없다. 오는 9월24일부터 시작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계영 포함 4~5종목에 참가할 예정이어서다. 특히 남자 자유형 200m와 남자 800m 계영에선 판 잔러를 앞세운 중국과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황선우는 "귀국하면 3~4일 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 수영하러 돌아와 곧바로 아시안게임을 위해 훈련할 예정"이라며 "세계선수권은 끝났지만,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까지 더 큰 대회를 앞두고 있다. 계속해서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국 수영은 황선우와 그의 뒤를 받치는 이른바 '황금세대' 덕분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5~6개라는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한국 수영의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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