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뭘 촌스럽게 읽어요?" 하정우, 1억배우 폼

이이슬 2023. 7. 30. 15: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비공식작전' 민준役 하정우 인터뷰
김성훈 감독·주지훈과 한 번 더
夏빅4 경쟁 "스코어는 하늘의 뜻"
연출작 준비…골프장 소재 '로비'
배우 하정우[사진제공=쇼박스]

'1억 배우' 하정우(45·김성훈)가 여름 시장에 등판한다. 영화 '클로젯'(2020) 이후 3년 반만이다. 충무로에서 쉴 새 없이 활동하던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모두가 거리를 두던 시기, 영화동지 윤종빈 감독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함께 했다.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돌아온 하정우는 여전하다. 재치 있고 능청스러운 매력이 스크린을 꽉 채운다. 이번에도 뛰고 구르고 도망치면서 극한의 재난에 처한다. 그가 절박한 상황에 놓이면 관객은 신난다. 재난 속 하정우의 얼굴을 관객들이 사랑하는 건 그의 얼굴에서 '희망'을 발견해서다. 처절한 상황에서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고 극복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하정우 고유의 장기는 이번에도 빛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김성훈·윤종빈 등 주로 저와 같이 작업하는 감독들이 그런 시나리오를 안 썼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는 "왜 그럴까요"라고 반문하며 "뽑아 먹을 게 있나 보죠"라고 무심한 듯 털털하게 말을 이었다.

'터널'서 빠져나온 하정우의 레바논 생존기

'비공식작전' 스틸[사진제공=쇼박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정우는 "우리의 적은 과거의 전작들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영화가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있지 않나. 그런 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오락적인 '비공식작전'은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업영화가 오락적인 건 큰 미덕 아닐까. '비공식작전'은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가 아니다. 재밌게 볼 수 있는 오락 영화로 기획된 영화다. 진지하지 않아서 재밌게 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내전으로 혼돈의 한가운데인 1987년의 레바논이 주요 무대다. 하정우는 비좁은 '터널'에서 벗어나 혼돈의 레바논 이곳저곳을 시원하게 달린다. 쫓기고 넘어지면서도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한다.

하정우는 당초 제목이 '피랍'이던 '비공식작전'의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영화 '터널'(2016)로 인연을 맺은 김성훈 감독을 향한 믿음에서다. 그는 "2018년에 시나리오를 받고 개봉까지 5년이 걸렸다"고 말을 꺼냈다.

"'클로젯' 촬영할 때였는데, 제작자 장원석 대표한테 출연 피드백을 빨리 줘야 했었죠. 또 친한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주시면 2주 이내에 답을 해주는 게 예의인데 못 해드렸어요. 감독님께 추석 인사드릴 겸 전화를 드려서는 '제가 사실 시나리오를 못 봤는데, 그냥 할게요' 했다. 감독님은 영화에 부족하거나 빈 곳을 가만두지 않는 분이라는 걸 '터널'을 통해 느꼈거든요. 감독님은 순수한 로맨티스트예요. 모두가 평화롭고 아름답게 즐겁게 살길 바라시죠."

김성훈 감독님은 당시 통화를 떠올리며 "감동했다"고 말했다. 하정우가 "저희끼리 뭘 촌스럽게 읽고 결정을 하나요"라는 말이 눈물 버튼이었다고 떠올렸다. 견고한 신뢰에서 출발한 '비공식작전'이었다.

촬영장에서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사진제공=쇼박스]

하정우와 김 감독은 '터널' 당시 견고한 신뢰를 쌓았다. 당시 일본 오사카에서 3박 4일간 여행하며 '터널' 시나리오를 함께 개발했다. 그 경험은 두 사람에게 여전히 잊지 못할 귀한 기억이 됐다.

당시를 떠올리며 하정우는 "하루하루가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어 "오사카 커피숍을 돌아다니면서 하루에 14시간 동안 '터널' 시나리오를 고쳤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부분 정리했고, 영화가 탄생했다. 제가 '웃기는 대로 막 던질게요. 상처받지 마세요' 하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는 편인데, 감독님께서 잘 들어주셨다. 차근차근 시나리오의 온도를 높여갔다. 우리의 순수한 노력이 담긴 영화"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터널'이 당시 여름 시장에서 쟁쟁한 영화들과 붙어서 기적의 흥행을 이뤘다. 그 과정을 통해 놀라운 결과를 받게 돼 감동했다. 우리 작업방식이 성공했고, '비공식작전'도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익숙한 듯 다르게…주지훈과 버디무비

배우 하정우[사진제공=쇼박스]

하정우는 영화 '신과함께'에 이어 주지훈과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막역한 사이다. 최근 티빙 여행 예능프로그램 '두발로 티켓팅'도 함께 출연했다.

그는 "주지훈은 안 하는 거 같으면서도 코미디에 숟가락을 얹는데 그게 웃기다. 관객들도 그걸 알아봐 주고 웃어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지훈과 제가 극을 이끌어가는 게 중요했다. 어떻게 하면 동어반복 하지 않고 잘 흘러갈지 함께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얄궂게도 두 배우가 출연한 '신과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 신작 '더 문'이 같은 날 개봉해 맞붙는다. 하정우는 "최근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시사회 무대인사를 돌면서 주지훈과 영화 '더 문'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어서 감독님께 보내드렸다"고 했다.

이어 "관객 스코어는 하늘의 뜻이고 좋은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텐트폴 영화를 겨울·여름, 추석·설 연휴 다 (개봉)해봤지만 개봉 3주 전부터 무대인사를 한 게 처음이다.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라고 바라봤다.

주지훈(왼쪽) 하정우[사진출처=연합뉴스]

영화감독 하정우, 신작은 골프장 배경 '로비'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를 1억명 이상 봤을 만큼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신과함께'(2017~2018) 시리즈, '암살'(2015)을 비롯해 1000만 영화도 주연으로 이끌었다. 김성훈 감독과 호흡을 맞춘 그는 사실 '김성훈 감독'이기도 하다.

감독으로 영화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을 연출한 하정우는 신작 '로비'를 준비 중이다. 하정우 감독에게 준비 중인 차기작에 관해 물었다.

그는 "'허삼관' 끝나고 6년 전에 언론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개발했다. 3고까지 탈고 후 집에서 보는데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 100% 차지 않았다. '롤러코스터'는 투박하고 촌스럽고 부족하지만 재밌었고, '허삼관'은 머리를 많이 썼고 영화를 통해 뭔가를 이뤄내고 싶었던 거 같다. 세 번째 작품은 마음이 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배우 하정우[사진제공=쇼박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상이 멈췄을 때, 골프를 배웠다. 레슨을 받고 라운딩을 나가서 온갖 사람들을 만났다. 2021년까지 골프장에서는 만남이 허용됐고, 거기서는 자유로웠다. 얌전하던 동네 형이 골프장 필드에서 돌변하는 걸 봤다. 평소 야수 같은 사람이 골프장에서는 소녀로 변하고. 또 경기 전 '오늘 손을 다쳤다' '장염에 걸렸다'고 깔아놓기식 변명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샷에 일희일비하곤 한다. 인간의 날 것 그대로의 얼굴을 목격했다. 다양한 이면이 극대화되는 상황은 접대다. 민낯을 숨긴 채 접대하는 이야기를 하면 재밌겠다고 마음먹었다. 스마트 주차장 충전회사가 나라를 상대로 입찰권을 따내는 이야기다. 주연배우로 출연도 할 예정이다."

하정우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지금 작업 중인 작가와는 작년 여름부터 작업해왔다.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제 감정과 시선을 반영하려 한다. 등장인물이 많다"고 귀띔했다.

올해 하정우는 '로비'를 촬영할 계획이다. 그는 또 "감독뿐 아니라 배우로 차기작도 정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눈물 없이 볼 수 없다는 화제의 영화,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이 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2019년에 촬영을 시작해서 2020년 호주 멜버른에서 촬영이 끝났다. 홍보도 열심히 할테니 영화에 관심을 계속해서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