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새 기준금리 4.75%p 올린 캐나다…한인 신협의 생존 전략은

김경희 2023. 7. 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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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인신협인 '샤론신협'의 석광익 전무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밴쿠버 본점에서 샤론신협의 운영방침과 향후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협중앙회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며 캐나다 밴쿠버 소재 한인 신용협동조합(신협)인 ‘샤론신협(Sharons Credit Union)’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하지만 샤론신협은 특유의 포용 금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캐나다 전역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1988년 캐나다 밴쿠버에 뿌리내린 샤론신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66만 캐나다 달러(약 25억 6700만원)로 전년(369만 달러) 대비 103만 달러(27.8%) 감소했다. 캐나다가 지난해 초 0.25%이던 기준금리를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5%로 1년 4개월 새 4.75%포인트나 올린 영향을 받았다. 이자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예금금리는 5%대로 높여야 했지만, 과거에 내준 대출은 3%대 고정금리가 많다 보니 ‘역마진’ 압박이 컸다.

지난 24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석광익 샤론신협 전무는 “신협 역사상 수익 면에서는 올해가 최악의 해일 것 같다”며 “하지만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신협 이념을 바탕으로 조합원의 마음을 위로하면서 힘든 시기를 버텨왔고,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샤론신협 조합원 1만5000여 명 중 한인 비율은 약 94%다. 샤론신협 이사회는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에도 전체 이익의 37%가 넘는 30만1000달러(약 2억9000만원)를 조합원들에게 출자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출자액의 4% 수준으로, 1991년 이후 31년간 매년 배당을 실현했다.

캐나다 달러. 로이터=연합뉴스

샤론신협은 1988년 한국인 이주민 25명이 4000달러씩 10만 달러의 출자금을 모아 설립했다. 한인들의 정착을 돕고 한국 정서에 맞는 금융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명칭은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Rose of Sharon)에서 따왔다. 투자 이민이 늘고 한인 사회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인 신협의 몸집도 커졌다. 샤론신협의 지난 2월 기준 총자산 규모는 5억7100만 달러(약 5511억원)로 캐나다 211개 조합 중 65위, 밴쿠버가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36개 조합 중 17위다. 2021년 BC주의 한국인 수는 7만2025명으로 15년 새 43%(2006년 5만490명) 늘었다.

샤론신협이 밝힌 성장 비결 중 하나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포용 금융이다. 샤론신협은 연평균 10만 달러 이상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음악ㆍ연극ㆍ체육대회 등 거의 모든 한인 행사를 후원하는 건 물론 한글학교ㆍ장학회ㆍ산불이재민 구호 등에 성금을 보냈다. 이렇게 지난 35년간 288만 달러를 사회에 공헌했다.

또한 샤론신협은 BC주의 신협예금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 조합원의 예금에 이자를 포함한 원리금 전액(100%)이 보장된다. 은행의 예금보호한도가 20만 달러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석 전무는 “캐나다에선 신협이 금융업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여성에게 처음 돈을 빌려주기 시작한 곳도 신협이고, 온라인뱅킹이나 일복리 이자 제도도 모두 신협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샤론신협의 향후 목표는 캐나다 전역으로 지점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는 BC주에만 밴쿠버 본점과 4개 지점을 두고 있다. 석 전무는 “BC주 옆인 앨버타주에도 한인 이주민이 많아지면서 지점을 내달라는 요청이 계속 오고 있다”며 “BC주가 아닌 다른 주에도 지점을 내기 위해선 법적으로 ‘연방 신협’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결코 쉽진 않다. 이를 장기적 목표로 두고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캐나다 벤쿠버에서 개최된 2023년 세계신협 컨퍼런스 개막식에서 김윤식 한국신협중앙회장(왼쪽 세번째) 등 세계신협 대표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에린 멘데즈 미국신협대표, 라팔 마투시아크 폴란드신협대표, 김 회장, 제프 거스리 캐나다신협대표, 맨프레드 다젠브록 브라질신협대표. 사진 신협중앙회

한편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밴쿠버에서 ‘세계신협컨퍼런스’가 열렸다. 1971년 출범해 미국 매디슨 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신협협의회와 캐나다 신협이 공동으로 주관한 이 행사에는, 118개 회원국 중 60개국 3000여 명이 참석해 각국 신협이 직면한 도전 과제와 해법을 공유했다. 한국신협도 세계신협협의회 이사국 겸 아시아신협연합회 회장국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신협의 자산 규모는 6월 말 기준 약 150조억원으로, 미국ㆍ캐나다ㆍ호주에 이은 세계 4위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2019년 아시아권 최초로 2년 임기의 세계신협협의회 이사로 선출된 후 올해까지 3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남은 임기는 2025년 7월까지다.

밴쿠버=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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