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후카다 코지 감독 "'러브 라이프',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에 초점"
후카다 코지 감독이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토론토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러브 라이프'로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그는 일본의 뉴 웨이브를 이끌어 가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으로, 2016년 '하모니움'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받고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기사장(슈발리에)에 추서됐다. 뿐만 아니라 팬데믹으로 온라인 전환된 2020년 칸국제영화제에 '더 리얼 씽'으로 초청 받았다.
'러브 라이프'는 남편 지로(나가야마 켄토 분)와 재혼해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타에코(키무라 후미노 분)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후 청각 장애인 한국인 전 남편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사건과 심리를 그린 영화다. 후카다 코지 감독의 작품 중 한국에서 정식으로 개봉하게 된 작품은 '러브 라이프'가 처음이다.
"독립영화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이 20살 쯤입니다. 그 쯤 영화 학교를 졸업해, 이후 쭉 영화 업계에 종사하면서 퀄리티 높은 한국 영화들이 일본에 많이 들어왔어요. 그런 한국 영화들을 보면서 20~30대를 지나왔는데, 한국에 정식으로 개봉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쁩니다."
'러브 라이프'는 1991년 일본에서 유행했던 아키코 야노의 노래 '러브 라이프'에서 영감을 받았다. 후카다 코지 감독은 노래의 첫 구절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할 수 있어"가 영화의 출발점이다.
"'러브 라이프' 노래를 처음에 들었을 때 제가 20살 때였습니다. 처음 듣자마자 이 노래에 빠지게 됐어요. 노래 가사가 영화에도 나오는데 '멀리 떨어져 사랑은 할 수 있어'라는 가사가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러브송들과 차이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떨어져 있다는 것이 고독을 전제로 하니까요. 처음에는 남녀 사랑 노래로 들었는데 여러 차례 듣다 보니 남녀의 사랑 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라는 가사가 산 자와 죽은 자의 거리감에 대해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혹시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노래일까 싶어 이 스토리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가면적인 존재처럼 그려진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중고라고 폄하하는 남편에게 엄중히 경고하지만, 나중에는 진짜 손주를 낳아달라고 부탁하고, 남편은 지로는 부모님의 이사를 돕는다며 전 여자친구를 찾아간다. 타에코도 전 남편 박신지와 아이를 잃은 슬픔을 공유하며 거리를 좁혀나가며 시부모님이 살던 집을 내어주기까지 한다.
"등장인물들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맞춰서 그려냈어요. 캐릭터 뿐만 아니라 현실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직장 내 갑질하는 남자도 집에 오면 애처가일 수 있잖아요. 관계성에 의해서 캐릭터를 상당히 섬세하게 그려나가면 이면성 같은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타에코의 전 남편 박신지는 한국인으로 설정했다.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일본인인 설정으로 박신지라는 이름은,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일반적인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에 만든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사람 간의 거리를 표현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어요. 가급적이면 멀리 갈 필요가 있었고, 그럴 경우 국내를 무대로 한다면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워 다른 문화권으로 보낼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한국을 무대로 정하게 됐죠."
박신지를 연기한 스나다 아톰은 실제 농인 배우다. 한국인 농인이라는 설정 때문에 한국 수어를 배워 연기했다. 후카다 코지 감독은 수어는 공간을 활용한 영성적인 언어임을 깨달았다며 농인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박신지가 농인이란 설정은 없었습니다. 각본을 한참 수정하던 시기에 농인 영화제가 열려 영상 워크숍 강사 의뢰를 받게 됐는데 그 때 여러 농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죠. 수어라는 것이 장애인을 돕기 위한 보조가 아닌, 독립된 언어, 풍요로운 언어라는 걸 처음 깨달았어요. 이 작품을 선보이게 되면서 박신지란 캐릭터를 왜 농인으로 설정했는지란 질문보다 '왜 지금까지 농인이란 캐릭터를 한 번도 만들지 않았는지'란 질문을 먼저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깨달았어요. 지금까지 장애인 캐릭터들은 장애와 싸우는 이야기들을 주로 요구해왔잖아요. 그러면 결국 장애인 배우의 기회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터들이 지향해야 하는 건 소수자, 농인들의 등장, 그리고 그 캐릭터들은 장애인들이 연기하는 것, 이것이 당연해졌으면 합니다."
후카다 코지 감독은 아들의 죽음이라는 슬픈 사건을 겪은 후 가족 내 정서적 거리감과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제가 관심 있는 건 가족의 틀 보다는 가족을 구성하는 한 사람의 고독과 단절입니다. 오히려 각각의 인물이 가족이란 틀 안에서 공동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조리하고 현실성 없다고 생각해 왔어요. 타인이 등장함으로 인해, 공동체에 전체적인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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