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군택씨’…"우승 다음날 바로 연습을 했죠"
2승 직후 훈련, 대상과 시즌 3승 목표 수정
"언젠가 PGA투어도 뛰어 보고 싶어요"
‘성실한 군택씨’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신흥강자’로 주목받고 있는 고군택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23일 충남 태안군 솔라고 컨트리클럽 솔코스에서 끝난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다. 지난 4월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이후 3개월 만에 시즌 2승째다. 올해 코리안투어에서 유일하게 멀티 챔프에 등극했다. 그는 2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승 이후 잠깐 연습하고 왔다"며 "8월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리안투어는 3주간 ‘여름방학’이다.
고군택은 9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아버지가 골프에 입문해 재미를 붙이고 있던 시기다. 그는 "집에 있던 저를 연습장으로 데리고 가서 골프를 시키셨다"며 "첫 대회는 11세, 전국대회 출전은 12세에 나갔다"고 떠올렸다. 고군택은 제주도 출신이다. 2016년 제주고 2학년 시절 제주도지사배 주니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하게 1위가 됐다. 그는 "제주도지사배는 골프 인생에 전환점이 된 대회"라면서 "골프를 하는 것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고군택은 프로 입성도 순조로웠다.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T)에서 공동 9위에 올라 2020년 정규 무대에 입성했다. 첫해 출전한 9개 대회에서 모두 본선에 진출하며 시드를 유지했다. 하지만 좀처럼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1부투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린이 빠르고, 러프도 길었다"며 "파 세이브를 하는 기술이 떨어져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대회를 꼽아달라’고 하자 의외의 답을 했다. 생애 첫 우승을 거둔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연장 승부 끝에 정상에 오른 오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이 아니었다. 2021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선택했다. 당시 사흘 동안 선두를 질주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대했지만 최종일 78타로 부진해 3위로 떨어졌다. 그는 "마지막날 멘털이 흔들리며 와르르 무너졌다. 부족한 점을 깨달았다"며 "우승은 놓쳤지만 가장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올해 2승을 올릴 수 있었던 힘이 됐다"고 전했다.
고군택은 ‘매너남’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안다.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우승 직후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고향 1년 선배인 임예택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임예택은 KPGA 스릭슨(2부)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다. 어릴 때부터 친형제처럼 지냈다. 이 대회에선 예선을 거쳐 출전해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형과의 승부가 부담스럽기 보다는 기분이 좋았다"면서도 "첫 우승 때는 세리머니를 했지만 이번엔 하고 싶지 않았다"고 임예택을 존중했다.
고군택의 롤 모델은 조던 스피스(미국)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메이저 3승을 포함해 통산 13승을 수확한 세계 정상급 스타다. 특히 퍼팅이 뛰어나다. 스피스는 선천성 발달장애를 가진 아홉살 어린 여동생 엘리를 잘 돌보고 있다. 2013년부터는 여동생과 비슷한 병의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재단까지 설립해 후원하고 있다. 고군택은 "좋아하는 선수는 조던 스피스다. 쇼트 게임을 정말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조던 스피스처럼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예의 바르고 성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고군택의 시즌 전 목표는 1승과 제니시스 포인트 ‘톱 10’이었다. 이미 2승을 수확해 ‘초과 달성’했다. 그는 "2승 했으니 이젠 3승에 도전하겠다"고 웃었다. 고군택은 더 큰 무대에서 뛰는 꿈을 꾸고 있다. 새롭게 설정한 올해 목표는 대상과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이다. 꿈에 그리던 PGA투어 출전권을 받을 수 있는 카테고리다. 그는 "언젠가는 PGA투어에서 뛰고 보고 싶다"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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