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 회담 무산될 뻔? 文 "반갑고 고맙다"라며 소개한 책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최근 자신이 쓴 『나의 청와대 일기』에서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이 무산될 뻔했다고 밝혔다.
윤 전 비서관은 "도보다리까지의 산책과 회담은 애초 불가능한 일정이었다"며 성사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소개했다. 윤 전 비서관은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도보다리 회담 기획자 중 한 명이었다.
윤 전 비서관에 따르면 당시 남북 정상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회담 이틀 전인 4월 25일 최종 리허설을 할 때, 북측이 '도보다리 회담 불가'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한다.
회담장에서 출발해 도보다리까지 향하는 200∼300m 거리에 유류 탱크가 있고, 도보다리 위로 고압선이 지난다는 게 이유였다.
윤 전 비서관은 의전 문제를 함께 논의해 온 북측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고압선을 보고 "이런 고위험 시설 아래로 국가 최고지도자가 걸을 수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고 했다.
윤 전 비서관이 '기름이 없으면 유류 탱크는 위험하지 않다', '고압선은 악천후일 때를 제외하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등으로 설득했는데도 소용없었다고 했다.
이에 결국 포기하고 마음을 접었으나, 회담 전날인 4월 26일 북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윤 전 비서관은 "북측이 왜 하루 전날 입장을 바꿨는지는 지금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처음 대면한 김창선 부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회담에 앞서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남한에 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수행한 김 부장과 이미 안면을 트며 친분을 쌓았던 게 도움이 됐다는 취지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30일 페이스북에 해당 책을 소개하며 "나로서는 무척 반갑고 고마운 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고, 나도 몰랐던 이야기가 많다. 그때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 이제야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는 가장 높은 직업의식과 직업윤리가 필요한 직장이다. 일이 많고, 긴장되고, 고달프지만 오로지 보람으로만 보상받아야 하는 직장"이라며 "그 보람의 기준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국민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일했고, 달라지려 했고, 단 한건도 금품과 관련된 부정비리가 없었던 당시 청와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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