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건 이후…학부모 악성 민원 '보호장치' 급선무

박현주 2023. 7.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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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로 교권 침해에 대한 교직 사회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아동학대방지법이 일부 학부모 갑질의 근거로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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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법이 학부모 갑질 근거로 악용되기도
"교권보호위 강화해야…학부모회 견제도 필요"

서울 내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로 교권 침해에 대한 교직 사회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아동학대방지법이 일부 학부모 갑질의 근거로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20대 초임 교사 A씨의 죽음은 교직 사회의 공분으로 이어졌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지난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공개한 교사 A씨의 일기장에는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 등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가 학급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 등으로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육계에서는 그의 사망 경위를 제대로 규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추락 중인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지난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학생 폭언, 폭행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및 법 제정 청원에 관한 청원'은 이틀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를 받게 됐다.

청원인은 "한두 명의 불편함에서 촉발된 과도한 민원이 여과 없이 일선 교사에게 바로 꽂히고 그 학부모의 비위를 맞추느라 교사는 정상적인 업무를 못 한다"면서 "진상 부모가 난리 치면 교사는 그 문제의 한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고 쩔쩔매 (결국) 다수의 학생이 수업권을 박탈당한다"고 주장했다.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 A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교육 현장에선 아동학대방지법이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갑질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가 아이들과 상호작용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면 교사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근거로 이 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은 지난 2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해 학생 학부모가 아동학대법으로 소를 제기해 맞불 작전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학대가) 아니라고 밝혀지면 되지만 교사의 입장에서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길고 고통스럽다"며 "학교 역시 쑥대밭이 돼버린다"고 말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같은 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를 제기하겠다고 하면 의심만으로도 교사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며 "아동학대 의심 시 경찰이 즉시 현장에 출동하고 교사와 아동을 분리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긴다. 교사가 버티다가 결국 병가 혹은 휴직하게 되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교사 혹은 학교가 교권보호위원회의 개최를 꺼리는 경우도 생긴다. 김 교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학교장 재량이다 보니 학교 이미지 추락 혹은 여러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열지 않으려고 하기도 한다"며 "사건 발생 시 개최를 의무화하고, 위원회에 변호사, 중재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 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 역시 인력과 기능과 역할이 강화돼서 상담과 소송과 치유를 전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회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 발생 시 학부모와 교사가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소통 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깨어있는, 대다수의 합리적인 학부모들이 그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학부모를 견제하고 통제하는 공동체 문화도 필요하다"며 "모든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부모는 학부모회를 통해, 학교는 공적 기구를 통해 소통하면서 교통정리를 잘할 수 있는 학교 내 의사소통 시스템 혹은 완충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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