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중, ‘그날들’로 다시 찾은 열정 [D:히든캐스트(137)]

박정선 2023. 7. 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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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배우들에겐 저마다의 소중한 작품들이 하나씩 있다. 지난 2020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김민중에겐 ‘그날들’이 그런 작품이다.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단순히 대극장 뮤지컬이라는 것을 넘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잊혀지던 무대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은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날들’과 함께 하게 된 소감은?

정말 꿈만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꿈의 무대’에 서게 된 것이 영광스럽죠. 전부터 ‘그날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열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영상 속 또는 무대에서만 보던 연출님, 선배님들과 같이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그저 행복하다는 말밖에는 담을 수 있는 표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극 중 경호 실장 역을 맡고 있습니다. 이 역할을 어떻게 만들고자 했나요.

정말 많은 고민들이 있었어요. 연출님께서 많은 것에 도전하는 저의 과정들을 기다려주셨고, 목표와 방향을 상황에 맞게 정리해주셨어요. 경호 실장 역을 그냥 말투만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경호 실장이라는 인물의 이름과 나이부터 가족관계, 종교, 학교생활, 군생활, 부모님에 대한 사랑, 부부 관계 등 모든 것을 표로 만들어서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했어요. 많은 시간이 필요했죠. 지금도 무대에 서기 전 제가 만든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한 번씩 읊고 들어간답니다(웃음).

-경호 실장 역일 비롯해 앙상블로서 여러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있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도 있나요?

아무래도 교관 역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등장과 대사가 짧지만 군무 속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정말 쉽지 않은 캐릭터에요. 이 역할을 위해서도 경호 실장 역만큼이나 캐릭터 구축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고,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매일 보내고 있습니다. 잠깐의 등장이지만 교관으로 인해 경호원들의 훈련 과정 등 히스토리가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려웠던 부분들이 있었나요?

사실 힘들거나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어요. 그저 모든 과정들이 행복했어요.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과정이 저에겐 정말 큰 즐거움이거든요. 공연이 끝나면 이러한 과정이 그리워질 거 같아 벌써부터 슬플 뿐입니다(웃음).

-작품의 연습 과정도 궁금합니다. 배우들과의 합은 어땠나요?

전 이번에 너무 놀랐어요. 과연 나도 선배의 자리에 서게 되면, 선배님들처럼 변치 않고 열심히 연습할 수 있을지, 여러 번 참여했던 작품임에도 매번 처음 하는 것처럼 열정 있게 할 수 있을지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현장이었죠. 그만큼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이 크게 생겼어요.

-연습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들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동료 배우들의 부상인 것 같아요. 경호원이다 보니 액션과 격렬한 군무가 많아서 적은 전에는 타 공연에 비해 모두들 부상이 잦았던 것 같아요. 지금 공연을 하면서도 적응이 되었을 만도 한데 여전히 다리에 근육통이 있을 정도로요.

-‘그날들’은 이번 시즌,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어요. 이 작품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작품성 같습니다. 사실 고(故) 김광석의 명곡을 이렇게 뮤지컬로 무대화한다는 것이 놀라워요. 원곡만 들었을 때는 전혀 작품과 관계없는 곡이고, 분위기 자체도 너무 다르잖아요. 연출님과 음악감독님의 콜라보가 무릎을 ‘탁’치게 만든 거죠. 10년도 사실 이 작품에겐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영원한’ 창작 뮤지컬이 될 거라고 믿어요!

-이 작품은 누군가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 또 그것이 우리의 잘못만은 아니었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김민중 배우에게도 그런 ‘누군가’가 있나요?

저에게 누군가는 가족들이에요.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 역시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고요. 가족들에겐 제가 경호원인 셈이죠(웃음).

-극 중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는?

차정학과 강무영의 마지막 재회 장면은 제가 연습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르는 차정학의 ‘거리에서’입니다. 강무영과의 관계에서 마지막에 그리워하고 쓸쓸해 하는 모습이 정말 심장이 미어지게 아파요. 그 후에 현실로 돌아와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면서 모든 기억들이 한 번에 필름처럼 들어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시간이 멈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매일 애정하며 보고 있어요.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단 하나, ‘열정’입니다. 사실 대학교에 입학했던 시기에도 열정이 가득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혹은 환경이 달라지면서 사라지곤 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열정을 갖게 됐어요. 다시는 이 열정을 잃고 싶지 않아요. 다른 많은 것을 줘도 얻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열정이잖아요. 지금 나이, 환경에서만 가능한 열정.

-작품 외적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요?

사실 어렸을 때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 이것저것 다 해보는 예술쟁이였어요. 그림부터 무용, 디자인 등 많은 것에 도전을 했어요. 그에 관련된 고등학교 진학도 했었고요. 후에도 다른 예술에 도전을 해왔어요. 근데 무대를 마주하는 순간은 뭔가 달랐어요. 찾고 있었던 것을 찾은 거죠. 처음 대학교에 진학해서 무대에 섰을 때 잊지 못해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나요’(2020)로 데뷔했죠.

맞아요. 작품 속 태양 역은 그 당시에 제 모습과 너무 같아서 하소연하듯 고독함을 표현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뮤지컬이라 더 뜻깊었고요.

사실 데뷔 당시에는 관객들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어요. 자신감이 부족했죠. 처음 연습실에 왔을 때도 그게 사라지질 않더라고요. 지금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무대에 서게 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배우’라는 이름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저에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까지의 삶 중에서 김민중 배우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사건도 있나요?

저에 터닝포인트는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큰 무대에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들,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동료들이 저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죠. 지금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거든요. 앞으로가 기대되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서 더 큰 터닝 포인트를 만들 생각이에요.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지금 참여하고 있는 ‘그날들’이 차정학 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거든요. 제가 그런 것처럼 차정학이 ‘그날들’이라는 작품에서 숨 쉬는 모든 과정들을 관객들도 함께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들을 같이 나누고 싶어요. 저는 관객들에게 몰입력 있는 배우로 평가되길 원하거든요. 그 작품에 함께 빠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이죠.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본인만의 신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연습’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신념이기도 해요. 연습은 절대 배신하지 않고, 그 시간을 고민하고, 과정에 투자한 만큼 관객들은 믿고 따라온다는 것을요. 이 신념은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롤모델도 있나요?

전엔 할리우드 배우를 롤모델로 삼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건명 선배님이 저의 롤모델이 됐어요. 이 인터뷰를 혹시라도 보실까봐 쑥스럽기도 하지만, 바로 옆에서 함께한 연습부터 무대에 서기까지 모든 과정이 본받을 만한 모습들이었어요.

-김민중 배우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무대에 오르기 전의 과정들부터 무대에 선 이후의 모든 과정들까지를 모두 사랑해요. 그런 무대에 계속 서고 싶은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연극이나 퍼포먼스, 뮤지컬 등 라이브로 진행되는 작품 속에서 계속해서 숨 쉬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을 통해 내공을 쌓아나가고, 그 과정들이 쌓여서 김민중이라는 배우를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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