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주차' 응징한 경차 차주 머리채 잡혔다…"경차 운전자라 만만하게 봐"

"화장실 가느라 급히 주차…반말 문자에 화나"

공용 주차장에서 주차선을 지키지 않고 주차한 외제차 차주가 경차 차주에게 응징당하자 폭력을 행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9일 충남 아산에 사는 경차 차주 A씨는 지난 5월 24일 오후 11시쯤 한 공용 주차장 경차 구역에 선을 넘어 비스듬히 주차한 BMW 차량을 발견했다. A씨는 BMW 차량 옆에 바짝 붙여 경차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자신의 차량을 주차했다.

주차선을 넘어온 BMW 차량 옆에 경차가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BMW 차주 B씨는 차량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B씨는 다음날 경찰의 도움을 받아 차를 뺀 후 A씨와 시시비비를 가리다 인근 경찰서 지구대에서 만났다.

당시 촬영된 CCTV를 보면 B씨는 A씨를 보자마자 언성을 높이고 밀치며 머리채를 잡아끌고 지구대 안으로 들어갔다. B씨의 폭행은 지구대 안에서도 이어졌다. B씨에 비해 왜소한 A씨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A씨는 "주차장이 밤에는 한가하지만, 아침이면 차들이 몰려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차선을 지켜서 주차했다"며 "B씨가 전화로 '왜 그렇게 주차했느냐'고 물어서 선생님도 주차를 그렇게 하는 게 맞느냐고 말했고, 지금 어디냐고 물어 경찰 지구대 위치를 알려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B씨가 고성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며 머리채를 잡아 두려웠다. 자기보다 덩치도 작고 경차 운전자라 만만해 보인 것 같았다"며 "CCTV 영상을 확보해 언론에 제보하게 됐다"고 했다.

B씨는 "주차할 때 내 차를 포함해 넓은 공간에 3대밖에 없었다. 배가 아파 화장실이 급해 주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점은 인정한다"며 "처음에 A씨와 전화 통화를 할 때 서로 존댓말을 했는데 A씨가 비아냥대듯이 반말로 문자를 보내오고 만나고 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더 화가 났다"고 입장을 밝혔다.

A씨는 B씨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 불구속 송치된 상태다.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맞고소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도 있었다. B씨가 A씨를 폭행하는 동안 경찰이 태연하게 걸어와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는 것이다. A씨는 자신이 이에 대해 따지자 경찰이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해당 경찰은 현재 청문감사인권관실에서 부실 대응으로 조사받고 있다.

아산경찰서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가해 남성이 지구대 안으로 들어온 뒤 머리채를 놓았고 이후 추가적인 폭행은 없었다"며 "당시 경찰관들은 두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분리하고 추가 폭행을 제지했으며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지구대 의자에 앉게 한 후 차분히 자초지종을 파악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해 차주에게 처벌 의사를 물었으나, 경찰서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겠다고 해서 절차에 따라 안내하고 종결했다"고 덧붙였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