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탑: 새로운 세계’, 60억뷰 웹툰 제대로 담았네 [게임 들춰보기]
“네가 간다면 난 죽을 때까지 널 따라가겠어.”
‘신의 탑’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소녀 ‘라헬’을 찾아 탑을 오르기 시작한 소년 ‘스물다섯번째 밤’이 다양한 인물과 교류하고 대립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다. 지난 2010년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해 현재까지 총 582회에 달하는 연재분이 공개됐고, 전세계 누적 조회수 60억회 이상을 기록한 히트작이다.
지난 26일 넷마블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신의 탑을 기반으로 넷마블엔투가 개발한 수집형 애니메이션 롤플레잉게임(RPG)이다. 중국과 일부 지역을 제외한 나라에서 모바일과 PC로 즐길 수 있다.
IP(지식재산) 인지도가 높은 웹툰 원작 게임은 그간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신의 탑도 앞서 두 차례 게임화 됐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실패 요인으로는 크게 원작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 꼽힌다. 이에 넷마블이 야심차게 공개한 신의 탑: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명 IP를 게임으로 재해석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넷마블답게, 직접 플레이 해 본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충실한 원작 구현이 돋보이는 게임이었다. 원작과 괴리감을 느끼기 힘든,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일러스트와 캐릭터 모델링, 캐릭터 특성을 고려한 성우진 배치만으로도 합격점을 줄 만 했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원작의 스토리를 게임 플레이로 경험할 수 있는 ‘스토리 모드’다. 웹툰의 1화부터 차례로 전개돼 IP를 처음 접하는 이용자들도 색다른 방식으로 신의 탑 서사를 따라갈 수 있다. 때로는 원작자의 검수를 거쳐 쓰인 오리지널 스토리도 만나볼 수 있다. 게임 튜토리얼 단계에서부터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하 유리 자하드’와 ‘쿤 마스체니 자하드’의 전투신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성우진의 풀더빙에 상당수의 컷신이 더해져 몰입감이 높았다.
스토리 모드는 스테이지 형태의 탑을 오르는 ‘모험 모드’를 클리어 할 때마다 순차적으로 해금된다. 콘텐츠의 소모 속도를 늦추고, 콘텐츠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스토리 모드는 출시 시점에는 1부 스토리만 다룬다. 넷마블은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향후 지속적으로 스토리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원작에 대한 이해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하 유리 자하드는 원작에서 무지막지한 신체능력을 보유한 캐릭터로 묘사되는데, 이러한 특성을 살려 게임에선 ‘탱커’ 포지션에 적합한 캐릭터로 설계됐다. 믹스커피를 좋아하는 ‘유한성’의 호감도를 높이려면 믹스커피 아이템을 사용해야 한다. 밤이 ‘검은 삼월’의 힘을 빌려 검기를 사용하는 등, 캐릭터의 고유 스킬도 원작 팬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구현됐다.
‘세로모드’를 지원해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고, 5대 5 실시간 대전 방식의 전투로 게임의 속도감을 높였다. 적 속성에 맞춰 캐릭터 배치를 달리 하는 등 전략적 요소도 있지만, 원한다면 ‘추천’ 기능을 통해 큰 고민 없이 적합한 효율을 내는 전열 배치가 가능했다. 수집형 RPG 특유의 캐릭터 성장에 대한 부담은 성장도를 공유하는 ‘신수링크’ 시스템을 통해 해결했다. 각각 업그레이드 한 신수 링크에 캐릭터만 배치하면 즉각 성능을 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동료로 팀을 꾸릴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캐릭터만 육성하는 데서 오는 무료함을 다소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콘텐츠가 단편적이지는 않다. 전략적으로 턴을 생각해 그에 따른 보상을 얻는 ‘점령전’, 도전욕을 자극하는 ‘시련구역’ 등 다양한 매력의 콘텐츠를 두루 배치했다. 경쟁을 좋아한다면 ‘아레나’를 통해 게임을 즐기면 된다.
글로벌을 겨냥한 게임이라 수익모델(BM)도 가벼운 편이다.
게임 내 가장 높은 등급인 SSR+를 포함한 SSR 동료 소환 확률은 4.7%로 타 게임에 비해 비교적 높다. 여기에 픽업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동료의 확률을 최대 1.8%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일정 뽑기 횟수를 채우면 SSR 등급의 동료 중 한 명을 선택해 확정 획득도 가능하다.
출시 시점에선 SSR 등급의 카드를 초반부터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무과금 이용자도 일정 구간까지는 게임을 무리 없이 플레이 할 수 있다. 난관에 봉착한다면 방치형 요소가 있는 ‘전리품 보상’을 통해 재화를 얻어 강해지면 된다. 들인 시간에 비례해 얼마든지 캐릭터 육성이 가능한 셈이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출시 당일 양대 앱 마켓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매출 부분에서도 30일 오후 12시 기준으로 국내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14위에 오르는 등 초반 순항하고 있다. 관건은 장기 흥행이다. 원작 구현은 충실히 해냈지만, 게임성에선 여타 수집형 RPG와 차별화 된 지점이 적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원작 팬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시점이 곧 위기가 될 수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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