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틈새주행', 버스가 막았다고 기소…법원 판결은?

경찰이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버스가 차량 사이로 비집고 다니는 오토바이의 ‘틈새주행’ 경로를 보장해주기 위해 수십 명의 승객 불편을 야기하면서까지 버스정류장 정차에 지장을 받아야 할까?

검찰은 오토바이 편을 들었다. 버스정류장 정차를 위해 차로를 변경하다 오토바이의 ‘틈새주행’ 경로를 막았다는 이유로 버스기사를 기소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오토바이가 차량 사이로 다니는 ‘틈새주행’은 정상적인 통행 방법이 아니라며 버스기사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봉준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4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6월2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편도 3차로 도로에서 버스로 3차로(맨 오른쪽 차선)를 주행하던 중 전방에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량이 주차 중이라 진로가 막히자 2차로로 차로를 변경했다.

이후 주차된 SUV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정차하기 위해 추월 즉시 다시 3차로로 진입하려 했다.

순간 뒤쪽 3차로에서 달리던 오토바이가 SUV를 앞지르려고 버스의 오른편, SUV의 왼편 틈새로 파고드는 ‘틈새주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3차로로 차로를 옮기려던 버스에 막혀 급정거하게 됐다.

이를 두고 검찰은 ‘오토바이 통행에 장애를 주도록 갑자기 진로를 변경해 위험을 야기하며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며 A씨를 벌금 2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이에 A씨가 검찰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한 것이다.

법원의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재판부는 “이륜차가 하나의 차로를 통행하는 차와 같은 차로의 가장자리 내지 틈새를 이용해 그 사이로 나란히 주행하거나 앞지르는 ‘차로 간 주행’은 도로교통법이 예정하는 정상적인 통행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오토바이의 주행이 정상적인 통행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버스 운전자로서는 오토바이가 갑작스레 튀어나올 것을 예측할 수가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진로 변경 시 주의의무는 정상적인 통행을 하는 다른 차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를 벗어나 그 통행을 인식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모든 경우에까지 대비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