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이혼한다" 울면서 전화...울산 학부모 황당 요구들

김윤호 2023. 7. 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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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녹음기를 (몸에) 차고 다닙니다. 온종일 모든 것을 녹음합니다. 학부모는 학생이 잘못한 것만 빼고 민원을 제기합니다.” (울산 모 초교 4학년 담임)

“‘임신했는데 왜 담임을 맡았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책임하게 선생님 아기만 낳으러 가는 거냐’며 문자메시지가 오기도 했습니다. 출산으로 죄인 취급 당한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울산 모 초교 2학년 담임)


올산교사노조, 최근 조합원 대상 사례 모아


울산지역 교사들이 전한 교권침해 사례 중 일부다. 울산교사노조는 30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달 25~26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권침해 사례를 모았더니 이틀간 202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교권침해 사례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부당한 민원’이 40%로 가장 많았고,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무시·반항’(33%)이 뒤를 이었다. ‘학생의 폭언·폭행’(17%), ‘학부모의 폭언·폭행’(10%)이 다음 순이었다.

[선데이 카툰] 교권 무너지는 소리. 일러스트=이정권

매일 '보고', 신혼여행 중 귀국요구도


노조 측은 교사들의 실제 교권침해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울산의 모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자녀의 행동에 대해 매일 문자로 보고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아동학대가 의심돼 신고하니, 해당 학부모로부터 밤낮으로 전화를 받아야 했고 협박성 발언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 담임이 바뀌는 게 싫다는 학부모에게 “임신은 내년에 하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밖에 신혼여행 중 “귀국하라”는 무리한 요구도 있었다. 학생이 뱉은 가래침을 얼굴에 맞은 교사도 이번 조사에서 나왔다.


풍선 두개 붙인 뒤 "선생님 엉덩이"


성희롱은 다반사였다. 여교사 앞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스쿨폴리스’가 두고 간 경찰 캐릭터 포돌이·포순이 인형을 계속해 위·아래 겹쳐 뉘어두고 웃거나 신음을 냈다.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사는 포르노를 본 학생에 대한 지도를 학생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더니, “선생님들은 점잖아서 그런 거 안 볼지 몰라도 살면서 다 보는 거다. 안 볼 수 없다”고 되레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원어민 교사 앞에서 “선생님 엉덩이가 이만하다”며 풍선 두 개를 마주 붙인 뒤 낄낄거리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 교사는 전했다.

학부모의 황당 요구도 여럿 나왔다. 한밤중 한 학부모가 ‘이혼한다’고 울면서 전화를 걸어오거나, 아이가 혼자 배변처리를 못 하니 교사가 닦아주라는 요구, 심지어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맞고 온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하고는 “속이 시원해졌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기면 선생님께 쏟아내야겠다”는 사례도 있었다.

빈 교실 이미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업습니다. 뉴시스

급증한 명퇴 교사...올해 사상 최다


올해 울산에서 정년을 다 채우지 않고 학교를 떠나는 명예퇴직 교사들이 급증했다. 교권침해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월 말과 8월 말 명예퇴직 신청을 한 교사는 모두 208명으로, 사상 최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07명이었다. 갑자기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10년 전에도 명퇴 교사 수는 100여명 수준이었다.

명예퇴직 신청 교사 가운데 공립 중·고등학교 교사가 1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교가 70명, 사립 중·고등학교가 31명, 유치원이 1명으로 뒤를 이었다. 연령대도 낮아져 50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142명으로 나타났다. 40대도 5명이나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박광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조사결과) 교사들은 각종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아동학대 위협을 맨몸으로 감당하며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며 “교사가 없으면 교육도 없다. 교육활동뿐 아니라 교사를 보호해서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게 해 달라”고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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