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진짜 없애야 할 것은 'SKY 카르텔'"

이영광 2023. 7. 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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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263]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이준희 기자

[이영광 기자]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에서의 킬러문항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수능에서 킬러문항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대치동 학원가는 학부모와 수험생의 불안을 자극했다. 수능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킬러 문항과 최종병기, 수능을 해부한다' 편이 방송되었다. 금요일 밤 대치동 학원의 풍경으로 시작된 이날 방송에서는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사교육과 교육격차 등에 대해 다뤄졌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해당 회차 취재한 이준희 기자와 지난 27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23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킬러 문항과 최종병기, 수능을 해부한다'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는 어때요?
"처음 기사를 구상하면서 '수능과 사교육'이라는 메모장 파일 만든 게 6월 23일이었으니 방송까지 꼬박 한 달 걸렸네요.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대치동을 안 가도 된다는 게 좀 후련합니다. 방송 보신 분들이 우리나라 사교육이 얼마나 심각하고, 뭐가 문제인지 많이 공감해 주신 것 같아 보람이 있었습니다."

- 사교육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저는 2000년대 초반에 수능을 봤는데요. 사실 '킬러 문항'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들어봤어요. 일부러 틀리게 하려고 내는 문제가 있다는 게 우선 이해가 안 됐고요. 그런데 더 이해가 안 됐던 건 정부가 무려 9년 만에 내놓은 사교육 경감 대책의 핵심 주제가 왜 고작 '킬러 문항 배제'냐는 거죠. 수능 위주 입시 제도는 그대로 두고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주제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 금요일 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학생 데리러 온 학부모들 차로 붐비는 것 같던데 현장 분위기가 어땠나요?
"애들을 태우러 온다는 걸 라이딩이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대치동 라이딩을 실제로 본 건 저도 그날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진짜 경적 소리와 호각 소리가 뒤엉켰어요. 교통 정리하는 분께 한번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할 것 없이 모범택시 기사 10명이 매일 밤 2시간씩 대치동에 투입된다는 거예요. 근데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는 매일 밤 2시간씩 10명이 투입돼서 교통정리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매일매일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진다는 거예요.

인상적이었던 건 뭐냐면 학생들에게 밤 10시까지 학원 다니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뭐라고 그러냐면 처음에는 힘들었대요. 근데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거예요. 얼마나 오랫동안 캐리어 끌고 학원에 다녔으면 그 어린 학생 입에서 익숙해졌다는 말이 나올까 했죠."

- 학원을 보통 몇 개나 다녀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근데 제가 대치동 키즈분들한테 물어봤을 때는 많이 다니면 고3 기준으로 10개까지도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 영어, 수학만 학원에 가는 게 아닌가요?
"이게 대치동의 특징이기도 한데 예를 들면 수학 학원이라 그래도 내신용 수학 학원이 있고 수능용 수학 학원을 따로 다녀요. 그리고 대치동 키즈 인터뷰 보시면 아시겠지만 기술·가정 학원도 있다고 그러거든요. 기술·가정이라고 하면 사실 일반적으로 학원에 다니지는 않죠. 그런데도 기술·가정 학원도 있다고 하지 또 논리 속독 학원도 다녔다고 하지 또 철학 학원도 다녔다고 하지. 그러니까 정말 온갖 종류의 학원이 다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 번에 10개를 다니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 서울 대치동에는 초등 의대반도 있다던데.
"그렇죠. 제 <스트레이트> 직전 회차 주제가 의료 격차였어요. 소아과 의사는 부족하다고 하고 지방에는 의사가 없다는데, 정작 의대 가려는 사람들은 미어터지잖아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에 대해서 취재하며 대치동에 있는 초등 의대반을 취재 갔었어요. 그때 들었던 얘기가 원래는 '초등 의대관'이니까 초등학생 8살부터 와야 하는데 6살 7살도 문의가 온다는 거예요. 우리 애를 거기 보내고 싶다고요."

- 왜 그럴까요?
"제가 볼 때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의 격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우리나라 대학 서열화와도 관련이 있는 얘기인데 좋은 대학 못 가면 한마디로 좋은 삶을 못 사니까 좋은 대학에 어떻게든 가려고 사교육 치열하게 받는 거거든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박노자 교수님 인터뷰에도 나오는데 진짜 없애야 할 건 '사교육 카르텔'이 아니라 '스카이(서울, 연세, 고려대)' 카르텔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실제로 100대 기업 CEO 중에서 절반 이상, 국내 11개 로스쿨 합격자 3명 중 2명이 스카이 출신이거든요.

우리나라 성장 곡선이 점점 완만해지잖아요. 그러면 스카이로도 안심 못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의대 블랙홀'이에요. 저희 인터뷰 보시면 아시겠지만, 심지어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이 의대에 가려고 반수를 하거든요. 우리나라 개원 의사 연봉이 근로자 평균의 8배예요. OECD에서 격차가 가장 크거든요."

- 킬러 문항 없애겠다고 하니 학원만 득을 보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던데.
"사실 킬러 문항 없애는 것 자체는 사실 바람직한 방향이 맞아요.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5개월 남은 시점에 지침을 내려버리면 학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만히 안 있겠죠. '이제 걱정하지 마 우리가 대비해 줄게.'라는 불안 마케팅으로 유혹하게 되는 거죠. 사교육은 불안을 먹고 자라거든요."

- 교육부가 킬러문항이라고 든 예시가 현실과 맞지 않나요?
"사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자기 부정 해야 되는 거라 진짜 곤혹스러웠을 것 같아요. 이번에 찾아보니까 작년 9월 16일에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가 있었는데 그때 회의록을 보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킬러 문항 같은 경우에는 사실 교육 과정을 벗어났다기보다는 그 안에서 난이도 조절 내지는 변별력을 위해서...'라는 얘기를 해요.  이때 장상윤 차관이 그냥 교육부 차관 신분이 아니었어요. 뭐냐면 박순애 전 장관이 사퇴한 직후라서 그때 장상윤 차관은 '장관 직무대행'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교육부 수장 입에서 킬러 문항이 없다는 말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6월 15일 대통령 발언 이후 교육부에서 뭐라고 그러냐면 '알고 보니까 킬러 문항이 원래부터 있었네요.'라고 말을 바꿨어요. 그래서 이번에 킬러 문항 사례 보도 자료 있거든요. 보도 자료 보면 '이런 이런 게 킬러 문항의 기준인데 이런 이런 문항이 이런 기준에 걸린다.'라고 낸 게 아니에요. '무슨 무슨 언론에서 이 문제를 보고 킬러 문항이라고 합디다.', '무슨 무슨 언론에서 이 문제가 킬러 문항이라고 하네요'라고 교육부가 언론 보도를 해설했어요. 그러니까 논란이 더 커진 거예요. 그리고 수험생 입장에서는 '킬러 문항이 뭡니다'라고 기준이 있어야 '그럼 이 문제가 안 나오는구나'라고 예상하고 대비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 기준 자체가 여전히 모호하니까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럼 도대체 무슨 문제가 안 나온다는 거야'하면서 대비가 불가능한 거죠."
 
 이준희 기자
ⓒ MBC
 
- 대치동 키즈들 인터뷰했는데 어땠어요?
"솔직히 많이 놀랐어요. 그러니까 기자님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일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 최근에 저 되게 재미있게 봤거든요. 근데 설마 이게 사실일까 이렇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근데 이 분들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 드라마가 다 사실이었던 거예요. 사실 '대치동 학원이 어떻다더라'나 '얼마를 쓴다더라' 같은 이야기는  건너 건너 다 들어봤을 거예요. 그러나 당사자한테 직접 들을 기회는 사실 거의 없죠. 근데 이번에 들어본 거죠. 그러니까 학원비가 웬만한 회사원 월급 그 이상이고 과액까지 합쳐서 한 달에 1,500만 원을 내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리고 또 각 학교의 전교 1, 2등만 모이는 어떤 그룹 과외 이제 팀 수업 이런 것도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이제 그분들 입을 통해서 나오는 게 되게 솔직히 잘 안 믿기더라고요. 그래서 화면을 보시면 제가 부끄러운데 입을 잘 못 다물고 있어요. 사실 이걸 어디까지 소개해야 되나 고민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걸 가감 없이 전달해야 우리나라 교육 격차가 이 정도로 크다는 걸 시청자들께서 실감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거의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 학교 수업 시간에 헤드폰 끼고 있는데 교사가 지적 안 하는 게 잘 이해 안 가요.
"그렇죠. 저도 이 부분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어요. 물론 학교에서 자는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많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대치동 고등학교가 다른 점은 뭐냐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잔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보통 다른 학교 옛날부터 학교에서 자는 학생들은 공부를 등한시하는 학생들이라다면 대치동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자는 거예요. 왜 자냐면 학원은 공부하는 곳 학교는 자는 곳 이런 인식이 자리가 잡힌 거예요."

- 완전 공교육이 무너진 거네요?
"그렇죠. 저희 인터뷰했던 대치동 키즈 한 분 말씀으로는 심지어 만약 학원 숙제를 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잖아요. 그러면 학교 선생님께 물어보는 게 아니라 공부 잘하는 친구한테 물어본다고 하더라고요. 이 정도로 사실 공교육이 정말 특히 많이 무너진 건데 아이러니한 게 뭐냐면 제가 이번 취재 과정에서 대치동을 많이 다녔다고 했잖아요. 대치동 학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화환이 있어요. 화환에 리본 같은 거 있잖아요. 거기에 뭐라고 붙어 있냐면 '무슨 의대 합격,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어요. 그러니까 학교에서는 앞에 선생님이 뭘 가르치든 말든 헤드폰 끼고 자고 있는데 학원 선생님께는 '저 의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걸 붙여놓는 거예요. 솔직히 이거 보면서 기가 막혔습니다."

- 교육격차가 문제인 것 같아요.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거잖아요.
"그렇죠. 저희 대치동 키즈 한 분이 '입시에서 똑똑한 사람을 뽑는 건 공정하다. 하지만 똑똑해지는 것 자체는 공정하지 않다.'라고 얘기 하시잖아요.  그러니까 교육 격차가 부모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 대치동 키즈 세 분 모두가 잘 알고 계시다는 게 한편으로는 신선했어요. 교육 격차의 혜택 누리는 사람들 스스로도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잘 알고 있다는 거잖아요. 물론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보듯이 특정 계층에게만 어떤 유리할 수 있는 수시 전형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수능이라는 시험 자체도 결국 소득 격차에 따라 유불리가 지금 결정되는 시점이다 보니까 계속 이런 소득에 따라 교육 격차가 계속 늘어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이번 킬러문항 논란이 아쉬운 이유가 뭐냐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거예요. 뭐냐면 2025년 고교 학점제가 전면 실시되는 첫 세대가 현재 중2거든요. 그런데 현 중학교 2학년생이 대학에 갈 때 적용받는 2028 대입 제도 개선안이 2024년 2월에 확정이 돼야 돼요. 겨우 7개월 남았어요. 고교 학점제라는 건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검토 시작해서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 추진을 했죠.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이어받았어요. 그러니까 무려 정부 3개를 이어왔어요. 그런데 고교 학점제랑 수능은 물과 기름 같은 제도거든요. 두 제도가 공존할 수가 없어요. 지금 7개월 남았으면 이 제도를 어떻게 가져갈 거냐에 대해서 한창 공청회하고 한창 얘기해야 될 상황에 지금 불과 5개월 남은(대통령 발언 시점 기준) 차별화 문항에 관해서 얘기한다는 게 그게 참 너무 좀 안타까웠고요. 

그리고 사실 취재하면 취재할수록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이라는 게 과연 있었나 약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모두 정부에 좀 해당이 되는 건데 요즘 수능 응시 인원이 몇 명이냐면 N수생 합쳐서 50만 명이에요. 그런데 과거에 학력고사는 100만 명이 쳤어요. 100만 명이 학력고사를 칠 때  정책을 지금 50만 명이 수능을 치는 이 시대에 계속 한 줄 세우기 이런 정책을 유지해야 되나는 거죠. 물론 교육 문제는 답이 없다는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래도 답을 찾는 노력은 분명히 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하죠. 이번 저희 <스트레이트>의 보도가 그런 답 찾는 노력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 취재했는데 방송에 못 담은 게 있을까요?
"사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이렇게 고등학생들이 말하는 앞 장면에 원래 넣으려던 사례가 있었어요. 미국 유명 케이블 TV 업체에서 거의 10년을 일하시고 디자인 총괄까지 오른 그런 한국 여자분이셨는데. 몇 년 전에 한국에 돌아오셨거든요. 그런데 미국에선 한 번도 못 들어봤던 질문을 한국에선 하더래요. 그 질문이 뭐냐 하면 '대학 어디 나오셨냐'고요. 우리나라 사람들 대학 되게 궁금해 해요. 그러니까 사실은 우리나라 대학 서열화, 이게 진짜 문제인 거잖아요. 그렇게 어디 대학 나왔는지 관심이 많으니까 어찌 됐든 자기 자녀는 이른바 스카이에 보내야 마음이 놓이는 거죠. 스카이 못 가면 평생, 이 질문에 대답을 못 할까 봐. 이 부분이 분량 때문에 빠졌는데 이분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진짜 대학 서열화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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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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