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긴급공지... 곳곳에 대피소가 마련됐습니다

장소영 2023. 7. 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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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주의보에 "이러다 플로리다처럼 되는 거 아냐?"는 웃픈 농담도

[장소영 기자]

  미국 뉴욕시 퀸즈 자치구에서 통행하는 오토바이 위로 소화전 물이 뿌려지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날 미국 남서부 지역을 달군 폭염이 동북부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연합뉴스
 
최근 뉴욕 주민들은 대기 상태 외에 또 다른 기상 정보를 매일 확인한다. 캐나다 산불 여파로 대기오염 정보를 살피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엔 폭염이다. 

뉴욕의 긴급공지

현지시간 기준 지난 26일, NYC와 인근  행정구는 각각 폭염에 대비한 긴급 공지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폭염대피소(Cooling Station) 안내와 각 행정구가 운영 중인 주민 공영 수영장(Public Pools) 개방시간 연장이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탈원전, 화석연료 사용을 낮춘 뉴욕 주는 강 건너 뉴저지 주보다 전기요금이 몇 배나 비싸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뉴욕 발전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도 오르는 바람에, 뉴저지 주 주민이 두 자릿수 전기 요금을 내는 동안 뉴욕 주민은 세 자릿수 요금을 감당해야 한다.

롱아일랜드의 경우 노후화된 주택이 많아 겨울 난방과 여름 냉방에 애를 먹는다. 매년 집 안에서 폭염 사망자가 나온다. 높은 물가에 기본 냉난방 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주민들이 많아졌다. 각 행정구 역시 재정 상태와 필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동네마다 있는 공용 야외 수영장에 상주할 안전 요원이 없어 이용 시간을 단축했다.

그런데 폭염 주의보가 뜨면서 26일부터 29일 사이에는 오후 8시까지 공영 수영장 이용 시간이 늘어났다, 예산으로 인해 줄였던 폭염 대피소 역시 확보된 장소와 이용 시간 안내를 받았다.

대피소의 경우, 주택 문제나 긴급 상황이 아니라 해도 주민이면 지정된 시간 내에 누구나 이용 가능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까운 지정 대피소를 찾아 들러보니, 시니어(노인) 아파트 단지 내 작은 시니어 센터에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머물다 갈 수 있었다. 에어컨도 두 배로 틀었다고 한다.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 또 다른 대피소를 찾았다. 주민들과 운동선수들이 이용하는 아이스링크다. 필자의 거주지 주변에는 아이스링크가 세 곳 있는데, 두 곳이 지정 대피소다. 주민 체육관 한 곳도 폭염 대피소로 지정돼 있었으며, 모두 밤 11시까지 이용 가능해 열대야를 맞은 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밤마실 나온 듯 머물고 있었다. 
 
▲ 쿨링 스테이션으로 지정된 인근 아이스링크  밤 11까지 오픈돼 열대야를 겪는 주민의 쉼터가 되고 있다
ⓒ 장소영
 
▲ 폭염 대피소 (Cooling Station) 가까운 아이스 링크가 폭염 대피소로 지정돼 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 장소영
 
노랗게 타들어가는 잔디들
체감 온도가 91도(섭씨 약 33도)까지 올라간 금요일 오후, 인근 공원의 놀이터를 지났다. 당연한듯 놀이터는 텅 비어있고, 바로 곁 작은 스프레이 파크에서 분수처럼 뿜어지는 물줄기 아래 아이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산책이나 운동 중 들른 주민도 보이고, 아예 가족 소풍을 나온 주민도 보였다. 
 
▲ 물놀이를 즐기는 주민들과 아이들 안전 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원 한켠에 설치된 스프레이 코너에서 폭염을 식히고 있다
ⓒ 장소영
 
아침 조깅중에 자주 만나는 이웃이 있다. 폭염 주의보가 30일까지 계속된다 하여 한 시간 일찍 나왔는데 이른 아침에도 얼마 걷지 않아 땀에 흠뻑 젖었다. C라는 그 이웃도 웃으면서 굿모닝 대신 "내일은 우리 더 일찍 만나야 할 것 같아. 아니면 얼굴이 녹아내려서 서로 못 알아볼 거야"하고 농담을 하고 지나간다. 하루 한두 번은 산책이 필요한 강아지들도 발바닥 화상을 막아주는 쿨링 삭스를 신고 나왔다. 

얼마 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륙을 기다리던 비행기 내부에 에어컨이 켜지지 않아 기절한 승객이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을 다녀오던 지인 한 분도 착륙 후 대기하던 중에 비행기 내부 온도가 올라가, 아이들도 울고, 승객들의 신음소리가 계속되고, 본인도 몹시 힘들었다고 문자를 주었다. 승무원들도 도와주거나 물을 건넬 수 없는 상태라 더 힘들었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잔디다. 초록 잔디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은 타이머까지 설치하고 해가 없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오후에 잔디에 물을 준다.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평소 잔디관리를 잘 하는 이웃들의 마당 잔디가 노랗게 타들어가고 있다.
 
▲ 누렇게 타들어가고 있는 잔디 여름 잔디는 관리가 어렵지만 올해는 폭염과 강우량 감소가 겹쳐 관리가 더 힘들다.
ⓒ 장소영
 
늦게까지 문을 열어둔다 해서 들러본 동네 수영장은 마지막까지 사람들로 가득하다. 수영장 가는 길의 너른 잔디도 누렇게 변하고, 주변에 마른 잎을 보이는 나무들도 더러 보인다. 때때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폭우가 쏟아진다. 이러다가 뉴욕이 플로리다처럼 되는 게 아니냐, 악어가 나올 지경이라는 농담도 게시판에 올라온다. 
 
▲ 주민들로 가득한 공영 수영장과 노랗게 타들어가고 있는 잔디 폭염으로 인해 예년보다 잔디 관리가 어려운 편이다
ⓒ 장소영
 
코로나도 다시 확산 중

대기 오염에, 폭염 그리고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탓에 코로나19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방문 건수도 늘고, 양성 판정 비율도 상승했다고 한다.

팬데믹이 지나갔다고 가벼운 증상으로는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걸 고려하면 가볍게 생각할 소식은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영화관과 교회, 도서관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났다. 마스크를 다시 현관 입구에 비치해두고 사람이 많은 실내나 대중 교통 이용중에는 다시 쓰면 좋겠다고 가족들에게 권했다. 

오늘 마지막으로 받은 안내 문자는, 주말 동안 특히 에어컨 사용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 식기세척기, 세탁기를 돌리자는 권고였다. 전기 요금은 가파르게 오르는데 폭염까지 겹쳐, 주민들의 심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주정부의 지원으로 태양광 집열기를 설치하는 주택이 늘고 있지만 기후 변화라는 큰 숙제에 개인이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후 대응을 위한 파리 협약은 언제쯤 지켜질 수 있을까. 
 
▲ 뜨거워진 차 안에 아이나 애완동물을 두지 마세요 소방서와 공공기관, 학교 간판에 폭염 대비 주의 사항이 계속 뜨고 있다.
ⓒ 장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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