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과 싸워봤자 소용없다? 우릴 보고 다시 생각해보세요

월간 옥이네 2023. 7. 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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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지킨 두꺼비, 두꺼비가 살린 공동체... 청주 원흥이 방죽 두꺼비 생태마을 이야기 ②

[월간 옥이네]

 두꺼비마을신문은 산남두꺼비생태마을아파트협의회가 중심이 돼 만들어졋다.
ⓒ 월간 옥이네
 
[이전기사]

"집 뺏어 미안해" 최고 평당 분양가 단지의 반성이 부른 나비효과 https://omn.kr/24y0h

두꺼비마을신문은 바로 이 아파트협의회가 중심이 돼 만들어졌다. (사)두꺼비친구들과 두꺼비생태문화관 활동을 비롯해 마을 공동체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풀뿌리 매체로 자리매김한 두꺼비마을신문은 2009년 창간 당시 타블로이드 12면, 5천 부 발행에서 2023년 현재 타블로이드 24면, 8천 부 발행으로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마을 신문이 공동체를 연결하며 마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넓혀갔죠. 예를 들어, 지금은 아파트마다 있는 작은 도서관 건립 같은 것들이요. 지하에 간신히 형태만 갖췄던 곳도, 애초에 건립을 논의하지 않았던 곳도 마을 신문에 실리는 다른 동네 소식을 접하며 결국 모두 작은 도서관을 만들기에 이르러요. 그렇게 두꺼비마을이 더 나은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거죠. 두꺼비가 알을 낳아 다시 두꺼비를 탄생시키는 것처럼, 이곳의 활동도 그렇게 계속 순환돼 왔어요."

보통의 시민운동이 사태 해결 후 점차 소멸돼가는 것과 달리 '현재진행형'인 두꺼비마을의 운동성, 그 중심에는 (사)두꺼비친구들의 활동이 있다. 조현국 편집장은 그중에서도 '주민과의 호흡'을 꼽는다.

"보통 시민단체, 사회단체 하면 전문가를 먼저 떠올리지 않나요? 아무래도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다 보면 자연스레 일반 주민보다 우월성을 갖게 되고 이 때문에 주민들 속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하죠. 하지만 두꺼비친구들은 생태문화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성을 만들고 도와왔어요. 두꺼비마을에 이렇게 많은 주민 단체와 모임이 있을 수 있는 배경이죠."
 
 조현국 편집장
ⓒ 월간 옥이네
 
 신경아 사무처장
ⓒ 월간 옥이네
 
(사)두꺼비친구들 활동가로 두꺼비생태문화관을 중심으로 한 생태 공동체 활동을 꾸준히 기획하고 나누어온 신경아 사무처장은 이렇게 자평한다.

"운동이 그대로 끝나지 않도록 굉장히 노력한 게 사실이에요. 두꺼비생태문화관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교육을 통해 생태 안내자 양성을 시작했고 마을 유휴공간을 공유공간으로 함께 사용하면서 공동체 활동의 가능성을 계속 찾아갔어요. 원흥이 방죽 두꺼비 서식지 보존 운동을 마을 공동체 활동으로 연결한 거고, 이걸 다시 또 다른 생태 운동(2019년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구룡산 살리기 운동이 대표적)으로 이은 거예요."

<월간 옥이네>가 두 사람을 만난 7월 3일 저녁에도 마을 주민들은 함께 모여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두꺼비마을은 환경운동이 마을운동으로 전이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민주시민이 탄생하는 산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과 생태를 넘어 정치와 경제로

인생사 새옹지마이듯, 두꺼비마을의 활동도 계속 순항하지만은 않았다. 시민들이 지키고 만든 두꺼비생태공원·생태문화관의 운영 주체가 2020년 (사)두꺼비친구들에서 청주시 직영으로 바뀌며 서식지 관리 부실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

2019년 도시공원 일몰제 반대 운동 및 구룡산 지키기 운동에 (사)두꺼비친구들을 비롯한 마을 공동체의 결집 이후 내려진 결정이기에 지역사회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받기도 했던 민간위탁안 부결. 그 결과로 이어진 생태계 파괴는 이 힘의 논리에서 누가 약자인지, 그래서 우리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애초 생태공원과 문화관은 시민들의 것이에요. 그런데 시민의 것을 뺏어가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정말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조현국 편집장)

"운동 초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알았다면 지금 상황과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공간엔 시민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어요. 청주시의 운영 방식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모니터링을 비롯한 생태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죠." (신경아 사무처장)
 
 로컬푸드 매장 '두꺼비 살림' 모습
ⓒ 월간 옥이네
 
그의 말처럼 두꺼비마을의 생태 공동체는 멈추지 않는다. 로컬푸드 매장인 두꺼비살림에 이어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두꺼비넷제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빵을 만드는 열두광주리 협동조합 등 생태적 관점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

"앞으로 고민할 것은 정치와 경제 영역이지요. 마을 공동체 안에서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능력이 충분히 만들어졌으니, 이걸 지속가능하게 할 정치와 경제 문제가 해결돼야 해요.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정치인을 만든다는 게 아니라 생활정치 영역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조례나 제도를 제안하고, 잘못된 정책이 있다면 수정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 말이에요.

경제 영역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이 경제적으로 자립해 각각 1명의 활동가 인건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요. 사실 이런 시민활동가의 생계를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지만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으니 우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지요." (신경아 사무처장) 

마을을 마을 되게 한 것

최근 옥천에서 불거진 골프장 건립을 반대하며 발족한 '대청호 골프장 반대 범유역 대책위원회'에는 (사)두꺼비친구들을 비롯한 충청권 6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10여 년 전 안터마을에서 골프장 건립이 논의됐던 시기에도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도왔던 신경아 사무처장은 "행정에 대한 기대는 접고 시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9년 도시공원 싸움을 하면서 특히 지방행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왜 행정은 이렇게밖에 하지 못할까 늘 실망하고 좌절했는데 '그들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라는 깨달음도 얻었죠. 행정은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고 바꿀 수 없어요. 이 투쟁이 성공하려면 우리가 더 많은 시민을 모아야 하고 힘을 키워야 해요.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말입니다." (신경아 사무처장)
 
 두꺼비 서식지 보존을 위한 환경운동은 이 마을 공동체 운동으로 계속 이어진다. 2013년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진행한 모내기 현장. (두꺼비친구들 제공)
ⓒ 월간 옥이네
  
조현국 편집장은 당장은 실패로 끝났지만 결국 충북 지역 모든 학교에 인조잔디 조성을 막아낸 샛별초등학교 인조잔디 반대 운동을 언급했다.

"샛별초에는 결국 인조잔디가 깔렸지만 그 운동이 계기가 돼 다른 지역 학교에는 인조잔디를 깔지 않았어요. 샛별초 인조잔디에 대한 정기 점검 등을 약속 받았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발에 대한 압력과 싸우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지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덜 나쁜 방향으로 가게 할 순 있습니다. 그렇게 또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거겠죠. 그런 사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힘을 내시면 좋겠습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투쟁이었지만 당장 눈앞의 두꺼비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들이 모여 다른 마을에는 없는 다양한 경험과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지역사회가 공유하고 확장하는 가운데 마을은 '마을'이 됐다.

"택지개발로 원주민이 떠난 후 '주민은 있어도 마을은 없던' 상태에서 운동을 통해 마을을 만들어 냈다"는 신경아 사무처장의 말에서 마을의 역사를 지키고 공동체를 만드는 것의 의미를 돌아본다. 그리고 사람들이 지킨 두꺼비가 다시 사람과 공동체를 연결하며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고 있음에, 경제적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을 떠올려본다. 누군가에게는 '그깟' 두꺼비였을 생명을, 또 누군가에는 '그깟' 반딧불이, 수리부엉이, 삵이었을 생명을 지금 우리가 왜 지켜야 하는지 말이다.

월간 옥이네 통권 73호 (2023년 7월호)
글·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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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비생태공원은 (사)두꺼비친구들이 건립 전부터 양성해온 자연 해설사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생태 교육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생태 교육 활동 참가자들. 커다란 이파리를 머리에 쓴 채 공원 내부를 탐색하고 있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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