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 日 '먼작귀' 인기 비결 "귀여운 캐릭터도 나랑 사는 게 비슷하네"
일본·한국 직장인 공감 이끌어내
"으아, 어떻게든 돼라!(何とかなれ·난토카 나레)"
요즘 일본과 한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치이카와'의 주인공 고양이 하치와레의 대사입니다. 한국에서는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먼작귀)이라는 이름으로 만화가 번역되고 캐릭터 굿즈 등이 나오고 있는데요.
주인공 햄스터 '치이카와', 고양이 '하치와레', 토끼 '우사기' 중 인간의 언어로 대사를 하는 캐릭터는 하치와레 하나뿐인데, 이 캐릭터들이 어린 친구들뿐만 아니라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어 일본에서도 열풍 분석에 나섰습니다.
처음 소개해드린 대사 '어떻게든 돼라' 등이 직장인의 공감을 샀고, 만화에 반영된 현실이 꽤 인간 세계와 닮았기 때문이라는데요.
오늘은 이처럼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 속에서 당차게 살아가는 치이카와 캐릭터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치이카와는 한국에서 '농담곰'으로 알려진 나가노 작가의 작품입니다. "뭔가 귀여우면서 이런 느낌의 캐릭터면 좋겠다"라고 구상한 것을 시작으로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어간 것인데요.
귀여운 캐릭터들이 몸집보다 훨씬 큰 푸딩에 뛰어들어 이를 먹는 등의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기 시작합니다.
일본에서도 대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지난해 일본 온라인 게시판 서비스 업체인 이가디언에서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행어 대상을 발표했는데, 치이카와에서 유일하게 언어 구사가 가능한 고양이 하치와레의 대사를 따라 하는 것을 뜻하는 '치이카와 구문'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 고양이는 물어볼 때 "그거 말이야, ~라는 말이야?"라고 말하거나, 우는 친구를 보고 "울어버렸다!"고 말하곤 하죠.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같은 화법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 만화가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흥행의 이유라고 분석했는데요.
사실 이 귀여운 동물들이 사는 세계관은 꽤 혹독합니다. 먼저 주인공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대부분 자기보다 몇 배 크기에 달하는 무서운 몬스터들을 창으로 퇴치하는 '토벌'에 나서며 돈을 받는데요.
겁이 많은 햄스터 치이카와는 괴물을 보고 놀라 도망가기도 하고, 울먹거리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용기를 내서 토벌에 성공하고 보수를 받습니다. 받은 돈으로 라멘 등 맛있는 것을 사 먹고 하루를 털어내는 모습이 딱 직장인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임금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없는 점을 내포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잡초 뽑기도 이들의 또 다른 생계 수단인데, 이것도 자격증 급수가 높아야 돈을 더 많이 받죠.
이 때문에 하치와레와 치이카와가 열심히 공부해 자격시험을 보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여기에 공부를 안 하고 놀았다는 하치와레 혼자 시험에 합격해 서로 사이가 잠깐 소원해지기도 하죠. 만화라고 해서 항상 모든 내용이 순조로울 것 같지만, 제법 시련이 등장하는 셈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내용도 나옵니다. 치이카와나 하치와레나 소득 수준은 비슷한데, 치이카와는 깨끗한 집에 사는 반면 하치와레는 그렇지 못해 동굴에서 살고 있죠. 치이카와가 청약에 당첨돼 갑자기 좋은 집으로 이사 가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치와레의 집은 제대로 된 문도 없어 몬스터가 들락날락하는 등 치안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부동산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에서 덩달아 씁쓸해지는데요.
이러한 블랙 코디미적 요소가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만화 등을 다루는 일본 온라인 매체 마구믹스는 “세계관이 놀라울 정도로 가혹하지만, 그런 세계에서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독자들의 마음이 어딘가 훈훈해진다”며 “SNS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 친구들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나도 힘내야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현실적인 세계관이 공존하는 모습 속에서 결국 위안을 얻는 셈이죠.
최근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하치와레의 대사를 끝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현실을 함께 이겨내는 주인공들처럼, 우리도 녹록지 않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돌파하는 힘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든 잘 될 것입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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