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씁쓸한 불황 속 호황

베이징=김현정 2023. 7. 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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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최근 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치를 밑돌자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중국 내에서 호황인 분야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불황으로 해고됐거나 일이 너무 고된 탓에 제 발로 직장을 나온 사람들이 포함됐다.

중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원생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21% 급증한 457만명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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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최근 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치를 밑돌자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유통기한이 다가오거나 재고가 많은 물건을 취급하는 할인점에는 사람이 제법 몰리지만, 고가의 명품을 파는 백화점이나 고급 쇼핑몰은 썰렁한 기운이 감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중국 내에서 호황인 분야가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비슷한 형태를 찾아보기 힘든 '대학원 입시 기숙학원'이 그것이다. 대학에 가기 위한 기숙학원이 아닌, 대학원 입학을 위해 숙식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컨셉트다.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국가도서관.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이 기숙학원은 아파트를 개조하거나 특정 대학의 기숙사나 강의 건물 일부를 임대해 운영된다. 비용은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최대 8명이 기숙사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조건을 기준으로 통상 한 달에 1000~1500위안(약 17만8750~26만8125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식비와 기타 비용 등을 합하면 지출 규모는 월 3000위안 수준으로 늘어난다. 그마저도 비수기 가격이며, 6월 이전 성수기엔 룸 이용가격이 두 배까지 오른다. 신축 아파트를 매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비교적 가성비가 좋은 곳을 찾아 사전 답사를 하고, 내부 환경을 살피고, 학생 입주율을 따져 선택한다.

베이징청년보는 과거 이 같은 기숙학원생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낸 적 있다. 이들은 휴대폰에서 메신저 프로그램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모두 지우고, 구내식당에서는 혼자 밥을 먹는 생활을 하고 있고 전했다. 길지 않은 식사 시간이 끝나면,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은 채 빨리 공부방으로 돌아가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숙학원은 지난, 칭다오, 정저우, 난징, 우한 등 준1급에 해당하는 대도시에 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업 환경에 적합하도록 주변에 향락시설이 없거나 분양되지 않은 아파트 및 공장 부지 인근 등 동떨어지고 한적한 곳에 위치하는 것도 특징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기숙 학원을 찾는 사람들은 직업을 찾지 못한 대학 졸업생뿐 아니라 교사, 회계사, 간호사 등 이미 졸업해 사회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경우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불황으로 해고됐거나 일이 너무 고된 탓에 제 발로 직장을 나온 사람들이 포함됐다. 중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원생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21% 급증한 457만명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대학원 입학시험 지원자는 이를 또다시 경신한 520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서 이탈한 일부는 올해 대졸 예정자인 1158만명과 경쟁하며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도서관은 새벽부터 자리맡기 경쟁으로 입구에 긴 줄이 늘어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숙학원의 인기는 집에서 멀거나 제대로 된 휴식공간이 없는 곳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것 대신, 학생 신분을 연장하며 경기가 풀리고 일자리가 나오길 기다리는 청년들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씁쓸한 불황 속 호황의 단면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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