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앞바다 또 다른 보물 '하얀 석유' 루머, 진실은?
현재 상업용 염수의 20분 1 농도
'직접 추출 기술' 대안이라지만
주요국·기업들 공정에 구현한 사례 없어
전기차 시대의 핵심 광물 리튬을 한국에서 채굴할 수 있을까.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리튬을 함유한 지하수가 발견됐다. 이를 상용화하려는 기업도 나타났다. 하지만 '하얀 석유' 리튬의 국내 채굴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아 있다.
리튬, 국내에도 매장돼 있다테라사이언스는 자회사 신안리튬을 통해 신안 압해도 인근 염지하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리튬 함량은 지하 550m에서 ℓ당 10.5㎎, 지하 750m에서 ℓ당 13.9㎎, 지하 1000m에서 ℓ당 14.8㎎의 값을 보이며 심도가 깊어질수록 리튬 함량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신안 염지하수의 특성 분석을 의뢰해 받은 결과다. 일반 해수에서의 평균 리튬 함량은 ℓ당 0.17㎎이다. 해당 염지하수는 일반 해수에 비해 60~90배가량의 리튬 농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저농도에서도 추출이 가능한 신기술인 DLE(직접리튬추출)공법을 적용해 친환경적인 생산설비를 조기 발주할 예정"이라며 "조사지역 대략적인 물량은 100억t 정도로 추정되며 이는 리튬 약 76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밝혔다. 이어 "염지하수는 지속적으로 공급되므로 리튬 생산 가능량보다 많은 300~500%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t당 3700만원을 넘는 리튬 가격(탄산리튬 기준)을 고려하면, 이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가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안 염지하수 내 리튬을 추출해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현재 상업적으로 채굴되고 있는 리튬 염호(소금 호수)의 농도는 ℓ당 300~400㎎이다. 신안 압해도 인근의 염지하수(ℓ당 최고 14.8㎎)는 일반 해수(ℓ당 0.17㎎)에 비하면 90배 가까이 농도가 높지만 현재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리튬 염호(ℓ당 300㎎)에 비해서는 농도가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즉 상품성이 떨어진다.
리튬은 가장 가벼운 금속 중 하나다. 일반 해수와 암석 등에도 미량이 들어가 있다. 지구 지각에서 0.006% 정도가 리튬이다. 문제는 리튬을 추출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다. 낮은 리튬 농도의 염호·정광(리튬이 들어 있는 광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려면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 이 때문에 높은 농도를 가진 염호에서 리튬을 채굴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세계 리튬의 87%는 염호에 매장돼 있다.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 등 '리튬 트라이앵글(삼각지대)'에는 전세계 리튬 매장량의 60% 가까이가 몰려있다. 화산활동이 활발해 지하에 리튬 매장량이 많고 지속적으로 지하수로 리튬이 스며들어야 채산성이 높다. 리튬 삼각지대는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리튬 추출'이 가능하다. 지하 수백m에서 염수를 뽑아낸 이후 여러개의 폰드(인공호수)를 거쳐 물을 증발시킨다. 이 과정에서 리튬 농도를 높이고 이후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보통 12~18개월이 걸린다. 햇빛에 말려 리튬을 농축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리튬 트라이앵글은 적도 인근에 있어 기온이 높으면서도 건조한 기후가 지속돼 자연 증발 방식의 리튬 추출·생산이 가능하다. 한국에선 같은 작업을 해도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또 땅 값이 비싸 작업에 필요한 용지를 마련할 때 돈이 더 든다.
채산성과 가격 사이…'직접 추출 기술' 대안 될까
물론 최근에는 저농도의 리튬 염호에도 시장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리튬의 가치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저농도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은 '직접리튬추출(DLE)'이다. 이 기술은 리튬의 화학적 특성을 이용해 리튬 원소를 흡착하거나, 이온 분리 방식으로 필터링을 해 리튬 원소만 빼내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리튬 추출 방식에 비해 적은 규모의 공장이 필요하며 불순물이 많은 저농도 리튬 염수에서도 리튬을 뽑아낼 수 있다. 기존에 수개월 이상 걸리던 리튬 농축 과정을 몇 시간 수준으로 단축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리튬 개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대부분의 기업이 내세우고 있는 기술도 DLE기술이다. 이들은 "리튬 가격이 불과 3년 사이 10배가 넘게 올라 그간의 경제성 평가는 무의미하다"며 "어느 정도의 투자 비용을 감수하면서 리튬을 추출해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리튬 가격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리튬 가격은 작년 고점과 비교해 절반가량 폭락한 상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를 보면 7월25일 탄산 리튬 가격은 kg당 280.5 위안이다. 작년 11월 고점(581.5위안/kg) 대비해서는 51% 낮은 수준이다. 또 폐배터리 재활용이 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리튬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주요국과 기업들도 저농도의 염호·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상업화된 적은 없다. 대규모 에너지 투입과 비용 문제를 극복하고 실제 공정에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투자를 라일락 솔루션, 에너지X, 스탠다드 리튬, 호주의 광산업체 리오 틴토 같은 기업들이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하고 상업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DLE기술은 물을 많이 사용한다는 단점도 극복해야 한다. 필터를 통과하고 흡착된 리튬 원소를 흡착포에서 빼내기 위해 식수 수준의 깨끗한 물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배터리 업계는 직접 추출 기술을 통한 리튬 1t 생산에 10t 이상의 깨끗한 물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닷물에도 호수에도 돌이나 흙 속에도 리튬이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리튬의 함량이다. 리튬을 뽑아내는 기술과 비용도 중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수요다. 리튬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수요와 공급이다. 리튬 전문가들은 현재 방식과 기술로는 신안 리튬 생산은 상업성이 없다고 말한다. 비용 측면에서 경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신안리튬 측은 새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한동안 증권시장에 리튬 관련주 광풍이 불었다. 이제 끝물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안리튬은 실패하면 사기로 매도당할 수밖에 없는 도박판 막차 티켓을 끊었다는 평가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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