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병에 시작한 선행…단 하나뿐인 수억짜리 시계 쏟아진다 [더 하이엔드]

이현상 2023. 7.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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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시계를 손목에 얹을 수 있는 데다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면? 올해로 열 번째 행사를 앞둔 온리 워치(Only Watch) 경매에 참여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75만 스위스프랑(약 11억1300만원)의 예상 낙찰가를 받은 제이콥앤코의 아스트로노미아 레볼루션 4th 다이멘션 워치. [사진 온리 워치]

온리 워치는 희귀병인 듀시엔형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의 연구 기금 마련을 위해 시작한 시계 경매 행사다. 모나코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협회가 주관하고 모나코 국왕인 알베르 2세가 후원한다. 2005년 일회성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온리 워치의 후원자인 모나코 알베르 2세 국왕(왼쪽)과 온리 워치 설립자 루크 페타비노. [사진 온리 워치]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경매 행사 시기에 맞춰 시계를 준비한다. 유니크 피스, 즉 하나만 제작하는 시계로 기존 제품과 디자인과 성능이 같을 순 있어도 소재와 컬러가 다르다. 그렇기에 시계 애호가들은 온리 워치 경매에 나오는 시계를 차지하기 위에 열띤 경쟁을 벌인다.


아들 병에서 시작된 선행


DMD는 심장을 포함해 신체의 모든 근육이 점차 약해지는 유전 질환으로 심해질 경우 걷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남자아이 3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드물게 여자아이에게도 발병한다. 현재까지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온리 워치 행사를 기획한 인물은 루크 페타비노(LucPettavino). 현재 초호화 요트 축제인 모나코 요트 쇼의 최고경영자다. 페타비노는 사실 온리 워치 프로젝트 이전인 2001년부터 DMD 치료법 연구 기금을 마련을 위한 여러 테마의 자선 경매를 기획했다. 계기가 있었다. 2016년에 스물한 살의 나이로 사망한 아들이 이 병을 앓았기 때문이다. 아들의 병이 프로젝트 실행의 동기가 됐지만, 결론적으로는 이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열린 2021년 온리워치 경매 현장. [사진 온리 워치]
지난 9차례의 온리 워치 경매 행사를 통해 모금된 기금은 약 1억 스위스프랑(한화 약 1485억원). 경매 수익금은 유전자 치료, 세포 치료, 돌연변이 핵산 추출 등 새로운 치료법 연구에 쓰였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62개의 시계


참가하는 브랜드만으로도 이 행사의 규모와 대중성을 알 수 있다. 오데마 피게∙블랑팡∙브레게∙불가리∙샤넬∙쇼파드∙에르메스∙위블로∙루이 비통∙몽블랑∙파텍필립∙피아제∙리차드 밀∙태그호이어∙티파니∙제니스 등 메가 브랜드가 포진했다.
온리 워치 홈페이지(onlywatch.com)에서 올해의 경매 출품작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온리워치 홈페이지 캡쳐]
제랄드젠타∙보베 1822∙루이 모네∙F.P.주른∙로랑 페리에∙스피크 마린∙차펙 등 시계 애호가의 수집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도 많다. 블랑팡과 위블로를 이끌며 스위스 시계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장클로드 비버가 최근 설립한 브랜드 비버(Biver)도 시계를 출품해 화제를 모았다.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즈 70주년 액트 1 유니크 피스 워치. 시계 뒷면에 드러난 무브먼트 부품에 온리 워치를 새겼다. [사진 온리 워치]
위블로의 MP-15 무라카미 다카시 투르비용 온리 워치 2023. 예상 낙찰가는 40만 스위스프랑(약 5억9300만원)이다. [사진 온리 워치]
온리 워치 측은 11월 경매 행사에 앞서 62점의 시계를 8개 도시에서 선보이는 순회 전시를 벌인다. 9월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두 달에 걸쳐 뉴욕∙모나코∙홍콩∙방콕∙싱가포르∙두바이를 찾는다. 경매 개최 도시인 제네바가 마지막 행선지다.
불가리의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마블 온리 워치 2023. 예상 낙찰가는 25만 스위스프랑(약 3억7200만원)이다. [사진 온리 워치]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다이얼에 표현하고 오토마톤 메커니즘을 더한 루이 비통의 땅부르 아인슈타인 오토마타 온리 워치 2023. 낙찰 예상가는 44만 스위스프랑(약 6억5300만원). [사진 온리 워치]

상상을 초월하는 예상 낙찰가


명망 있는 브랜드에서 출품한 시계인 데다 단 한 점만 생산하는 덕에 경매 예상 낙찰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용한 소재와 탑재한 기능에 따라 예상가는 천차만별이다. 온리 워치 측은 이번 경매에 출품된 시계의 예상 낙찰가를 2만 스위스프랑(약 2900만원)부터 80만 스위스프랑(약 11억8000만원)까지 점쳤다. 아직 시계를 공개하지 않은 ‘경매의 제왕’ 파텍 필립의 시계를 제외한 터라 최고가는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1년에 출품된 파텍필립의 탁상시계. 약 140억원에 낙찰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사진 온리 워치]
2021년에 열린 9회 온리 워치 경매에서도 예상가를 웃도는 결과로 화제를 모았다. 파텍 필립이 출품한 탁상시계의 예상 경매가는 50만 스위스프랑(약 7억4000만원)이었지만 경매 결과는 무려 950만 스위스프랑(약 140억원)이었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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