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필요한 '멈춤의 시간'…역대 대통령들은 이렇게 보냈다
“휴가를 가긴 가셔야 할 텐데…”
최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여름 휴가 계획을 물어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대답이다. 윤 대통령은 애초 7월 말~8월 초 사이에 휴가를 갈 예정이었으나 ‘수해 피해’ 등으로 잠정 연기한 상태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늦어도 다음 주쯤에는 윤 대통령에게 휴가 필요성을 건의할 계획”이라며 “내수 진작을 위한 지방 방문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휴가를 가게 되더라도 일정을 이틀 정도로 줄이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여당의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중반에 머무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에겐 하반기 정국 구상을 위한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엔 서초동 사저에서 닷새간(8월 1일~5일)의 여름 휴가를 보냈다. 부부 동반으로 대학로 연극 관람도 했지만, 주로 사저에서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당시 복귀 소감을 밝히는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은 “돌이켜보니 부족한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해주신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갖게 됐다”며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해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 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교체(최영범→김은혜)하고,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해 현 이관섭 수석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에게도 휴가는 ‘쉼’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개각과 중요 정책 발표를 위한 계기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개중엔 예상치 못한 국정 현안이 터지며 휴가를 반납하는 대통령도 여럿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현재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청남대에서 주로 휴가를 보냈다. YS는 휴가 직후 ‘금융실명제’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역사바로세우기’등 세상을 놀라게 한 정책을 발표했다. 정치권에선 ‘청남대 구상’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여름 휴가 직후 당시 40대였던 김태호 전 경남 지사(현 국민의힘 의원)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이후 정운찬 전 총리가 사의를 표한 상황이었다. 국면 전환과 국정 쇄신을 위한 비장의 카드에 가까웠지만, 당시 김태호 총리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자진 사퇴하며 역풍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경남 거제 저도에 있는 대통령 별장에서 보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참모들과 자주 찾던 곳이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변 모래 위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모습이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다독가로 알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휴가 기간 책을 즐겨 읽었다. ‘독서 정치’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에게 추천 도서도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의 민주화 과정을 다룬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문 전 대통령은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진이 집필한 ‘명견만리(明見萬理)’ 등을 추천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에겐 총선 전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 3대 개혁 추진 등 중요한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태”라며 “휴가 이후 정부 내의 다양한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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