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유도 허미미, '일본 징크스' 깨고 유니버시아드 金

피주영 2023. 7. 3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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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시아드에서 한 수 위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한 허미미. 사진 IJF

한국 여자 유도 간판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2021 청두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미미는 29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대회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일본의 오모리 아카리에 반칙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허미미는 2, 3회전과 준결승전에서는 모두 누르기 한판으로 상대를 꺾는 등 시종일관 여유 넘치는 유도를 했다. 이날 유도 종목은 남자 60㎏·66㎏급 두 체급, 여자 48㎏·52·㎏·57㎏급 세 체급 등 총 5체급 경기를 치렀는데, 허미미의 체급을 제외한 나머지 네 체급의 금메달은 모두 종조국 일본이 가져갔다.

결승에서 오모리를 이긴 것은 허미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태극마크를 단 뒤 처음으로 일본 출신 선수를 이겼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그는 유럽과 대부분 아시아 국가 선수들과 대결에선 압도했다. 하지만 유독 일본 대표 1진인 후나쿠보 하루카(25), 일본 출신 캐나다 국가대표 크리스타 데구치(28)에겐 약한 면모를 보였다. 두 선수를 승부처에서 만나 패한 경험이 있다.

후나쿠보와 데구치는 내년 파리올림픽에서 허미미와 금메달을 다툴 선수들이다. '일본 징크스'를 깬 허미미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 2002년 도쿄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아버지가 한국 국적,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다. 조부모는 모두 한국 국적이다. 그가 한국 땅을 밟은 건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손녀가 꼭 한국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할머니의 뜻에 따라 허미미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지난해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다.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57㎏급)에서 태극마크(국가대표 2진)를 단 뒤 불과 1년 만에 세 차례나 국제대회(그랜드슬램 2회·그랑프리 1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하계유니버시아드는 원래 2021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 연기됐다. 지난 28일 개막했고 8월 8일까지 열린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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