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오늘뉴스 종합] '명낙회동' 이재명·이낙연 동상이몽

김하나 2023. 7. 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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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28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명낙회동' 동상이몽…이재명 "많이 도와달라" 이낙연 "그동안 수고하셨다"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이른바 '명낙회동'이 두 차례의 우천순연 끝에 성사됐다. 표면적으로는 서로에게 손을 내밀면서도 주도권을 둘러싼 힘 겨루기가 이어졌다. 누가 민주당의 내년 4·10 총선 승리를 주도할 인물인지를 두고 '동상이몽'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두 시간 동안 저녁을 함께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만찬에는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과 이 전 대표 측근인 윤영찬 의원이 배석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두 전·현직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민주당의 역사적 소명'이라는데 일단 의견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대한민국의 불행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에 대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구심점 역할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은 여전했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 두 사람은 뼈 있는 말을 계속해서 주고 받았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의 귀국을 환영하는 의미의 꽃다발을 전달하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느냐. 선거에 애를 많이 쓰셨는데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드렸다"고 새삼 안부를 묻자, 이에 이 전 대표는 "그동안 당을 이끄시느라 수고 많으셨다"고 화답했다. 대면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오간 것이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고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잘 이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전 대표께서 많이 도와달라"고 강조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자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시간을 '그동안'이라며 '과거'에 빗댄 말을 하는 한편 "민주당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담한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을 통해 단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낙회동' 이재명·이낙연 공감대와 이견 보인 지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 이른바 '명낙회동'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삶에는 관심 없이 폭주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온 것을 놓고 국민의힘이 반발에 나섰다. 집권여당으로서 '의무방어전' 같은 반발에 나서면서도, 국민의힘은 명낙회동에서 노출된 민주당 전현직 대표 간의 '동상이몽'에 주목하며, 향후 민주당내 갈등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움직임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9일 오전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를 가리켜 "총선 승리와 당의 혁신에 대해서는 한침대에 누워 서로 다른 꿈을 꾸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데에는 한목소리를 냈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에 전혀 관심이 없다'니 헛웃음만 나온다"고 조소했다.

여권에서는 '명낙회동'이 향후 야권 내부의 갈등 확산이나 세력 지형 변동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신중하게 살피는 모양새다. 일단 '명낙회동'이 두 차례 순연되며 성사 자체에 진통을 겪었다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우천순연이라고는 하지만 이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야구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비 때문에 회동에 못 나설 이유가 없다. 결국 이 대표를 대리하는 김영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대리하는 윤영찬 의원 간에 진행된 사전 의제조율에서 뭔가 난항을 겪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점잖은 표현을 썼지만 이재명 대표가 한 말의 요지는 '비명계는 당을 분열시키지 말고 나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 번 돌리기는 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한 말의 요지는 '민주당의 혁신을 위해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야 하고, 개딸들은 '수박 색출'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낙연 "당내민주주의 회복" 주문했는데…민주당 비명계 권리당원, 징계 회부

비이재명(비명)계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의 윤리심판원 징계 회부에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명낙회동'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혁신은 (당내)민주주의를 회복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튿날 알려진 사실이라 시점이 공교롭다는 관측이다. 다른 목소리를 배격하는 조치는 정당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경기도당은 최근 권리당원 백모 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재명 당원을 비하하고 민주당을 갈라치기했다'는 이유로 징계청원이 접수됐으니, 윤리심판원회의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백 씨는 지난 3월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되자 당헌에 의거해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돼야 한다며 권리당원 300여 명을 모아 가처분 신청을 걸었던 인물이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 저녁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열렸던 '명낙회동'에서 이재명 대표의 면전에서 "민주당의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당내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그 바로 이튿날에 '다른 목소리'에 대한 징계 회부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을 넘어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배윤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해당행위자'인 백 씨를 출당시키라는 목소리를 높이다가 급기야는 무리한 징계 절차에 돌입하는 배경에는 당원 자격을 박탈해 당원으로서 제기한 소송들을 무력화시켜 이 대표 체제를 '방탄' 하겠다는 저의가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민주당이 친이낙연계 권리당원의 징계 조사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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