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이 체벌 부활? 절대 아니다" 박수·눈물로 거리 채운 교사들

소중한 2023. 7.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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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초등교사 학내 사망 후 2주 연속 대규모 집회...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요구

[소중한, 권우성 기자]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집회가 29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열렸다. 검은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교사의 교육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교사가 원하는 교권이 체벌 부활인가요? 아닙니다. 절대, 절대 아닙니다."
"교사인권과 학생인권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서울 초등교사의 학내 사망 후 2주 연속 교사들의 대규모 주말 집회가 진행됐다. 지난 22일 5000여 명이었던 규모는 29일 3만 여 명으로 늘었다(주최 측 추산). 이들은 ▲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 교사의 교육권 보장 ▲ 정상적 교육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란 제목으로 열린 29일 집회는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옆 도로(광화문~사직단)에서 열렸다. 이 집회는 사건 후 온·오프라인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교사들이 이끌었다.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채 지역·연령·성별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 모인 교사들은 "교사의 교육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 시작 약 2시간 전부터 현장에 모여들었다. 32도의 폭염에도 광화문에서 사직단 사이의 도로가 집회 참석자로 가득 찼다.

무대 현수막엔 "교실,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교육,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 전국 교사 일동"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러 교사가 무대에 올라 발언을 이어가자 현장에 참석한 교사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힘을 보탰고 일부는 눈물을 훔쳤다.

교사뿐만 아니라 예비교사, 고등학생도 발언을 이어가며 힘을 보탰고, 특히 서울교대 교수진도 무대에 올라 교수 102명의 이름이 담긴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근 도로를 지나던 자동차에서 "선생님들 파이팅!"이란 응원이 나오기도 했고, 길을 지나는 시민들 또한 집회 현장을 사진에 담는 등 관심을 보였다.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추모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집회가 29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열렸다.
ⓒ 권우성
   
"민원이란 이름의 인격살인, 처벌할 수 있어야"

이날 사회를 맡은 여성 교사는 "교사가 없으면 학생도 없고 학생이 없으면 교사도 없으며 학부모가 없으면 학생도 교사도 없다. 이 교육의 3주체는 함께 걸어가야 하는 동료"라면서 "그러나 지금 교육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이에 대해 교사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까지 우리 모두가 함께 감당하고 행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가 원하는 교권은 체벌 부활인가? 아니다. 절대, 절대 아니다. 교사들은 교육할 수 있는 올바른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현 아동학대처벌법은 교사들에게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진상조사도 없이 단순 신고만으로 불합리한 직위해제와 수사기관 고발이 가능하게 돼 있다. 수많은 교사와 다수 선량한 학부모·학생들이 겪고 있는 많은 사례를 통해 부디 교육 현장에 실효성 있는 법을 마련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발언에 나선 광주의 한 초등교사는 "저는 학대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1년을 싸워야 했고 증명하지 못했다면 꼼짝 없이 아동학대범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긴 싸움 끝에 7월 17일 저는 혐의를 벗었다"라며 "하지만 그 순간 저보다 스무 살 어린 막내 교사가 교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저는 그 뉴스를 보고 분노, 무력감, 죄책감, 슬픔에 빠졌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고 교육 현실에 분노하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을 살려내라고 소리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집회가 29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열렸다. 검은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교사의 교육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경기 지역 초등교사 또한 "교사인권과 학생인권은 서로 연결돼 있다. (제가 겪었던 것처럼) 선생님을 때린 이가 같은 반 아이들에겐 어떻게 행동하겠나"라며 "문제 행동을 한 아이들의 내면 또한 지옥이며 그 아이들도 자신의 행동에 대가가 따른다는 걸 배우고 용서받을 기회를 얻어야 한다.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뿌리 깊은 나무처럼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도록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고 (문제 행동의 아이들을) 즉각 분리할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남의 한 특수교사는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을 잘 돕고 싶지만 요즘 시대 대한민국에 설리번 선생님이 있었다면 아동학대로 경찰에 넘어가 헬렌켈러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범법자가 되는 것도 두렵고 맞는 것도 두려운 상황에서 맞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특수교사들이다. 특수교사로서 학생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도록 마음을 다해 교육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육 현장의 문제는) 개별 교육 구성원이나 학교 공간에서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 급급하고 한술 더 떠 교사들을 무능한 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다"라며 "(사망한) ◯◯초 교사께서 우리 곁을 떠난 이후 저는 교육 당국에서 내놓은 대책을 보고 참으로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교육 당국과 정치권은 다수 학생이 마음 놓고 교육받고 교사들이 실력을 펼치도록, 민원이란 이름으로 들어오는 인격모독과 인격살인에 대해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어 달라"라고 덧붙였다.
 
 서울교대 교수들이 무대에 올라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서울교대 교수진 "늦었지만 함께 하겠다"

서울교대 교수진 11명도 무대에 올라 "저희가 여러분의 곁에 오기까지 너무도 늦었지만, 여러분이 공교육 정상화를 이야기하며 주위를 살폈을 때 바로 그 자리에 우리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표로 발언에 나선 홍성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우리 교수들이 여러분 앞에 선 이유는 전국적 애도 기간에 교사를 '예비살인자'라 말하며(윤건영 충북교육감) 살인의 언어와 죽음의 행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은 틀렸고, 이 자리에서 희망의 언어와 회복의 행동을 보이는 여러분은 옳다는 것을 확신시켜 드리기 위함"이라며 "수많은 시간이 흘러 교육 후속 세대들이 2023년 7월 당신은 어디에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 어느 땡볕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거리에 있었고 그 어느 폭우보다 더 많은 눈물로 교육 정상화와 함께 했다고 말하자"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서울교대 교수 102명의 이름을 올린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에는 ▲ ◯◯초 교사 죽음에 관한 철저한 진상 규명 ▲ 비정상적인 민원에 대한 교육 활동 침해행위 규정 및 대응 방안 마련 ▲ 교육 정상화를 위한 법안의 제·개정 촉구 등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집회가 29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열렸다.
ⓒ 권우성
 
예비교사와 고등학생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경인교대 소속의 예비교사는 "너무도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 (◯◯초로) 추모를 다녀왔고 선생님들이 남긴 메모지를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메모지에 담긴 내용은) 제가 임용을 준비하며 꿈꾸던 교실이 아니었고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생존이 위협받는 교실이었다"며 "교사가 존중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존중과 배려, 사랑을 가르치겠나. 이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움직여야 한다. (많은 분들이) 깊은 관심과 큰마음을 내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또한 음성 메시지를 통해 "삶과 죽음 사이를 고민하고 있을 때 저는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이미 바스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선생님은 제 인생에 큰 존재인데 그런 선생님들이 무너져 내리고 계신다"라며 "'참교사는 단명한다'는 말을 듣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교사가 온전해야 학생도 온전할 수 있다. 교사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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