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오지에 억류시켜
[김삼웅 기자]
▲ 김옥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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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시기에 '불온'한 신념을 갖고 살아온 김옥균에게 잇속만을 추구하는 일본에서의 망명생활은 고달팠다. 여기에 고국에서는 끊임없이 자객을 보내고, 청국은 반청노선의 그를 언제까지 살려두고 싶지 않았다. 고립무원 - 이런 상태를 말함일 것이다.
그는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가혹한 망명생활을 10여 년이나 버티게 한 요인 중에는 그의 예술적 재능의 활용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김옥균은 시·글·그림에 능했으며, 활쏘기·바둑·당구·조각 등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뱃놀이 등 풍류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문무를 두루 갖추었고, 각종 운동과 오락에도 재주를 가진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박영효는 이런 김옥균에 대해 "글 잘하고 말 잘하고 시문서화 다 잘하오"라고 평가했다. 일본 망명 시절에는 휘호를 주문받아 써 주어 곤궁함을 덜기도 했다.(…)
김옥균은 외국어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1882년 일본에 있을 때는 영어 공부를 했고, 일본어는 매우 능란하게 구사했으며, 망명 시절에는 중국어를 공부해 일상 회화를 습득하기도 했다. (주석 20)
일본 정부는 딴 방향으로 김옥균에 대한 비열한 박해를 개시하였다. 일본 외무상 이노우에는 "그가(김옥균을 말함) 우리나라에 계속 있게 되면 일본, 청국 및 조선 간의 우의를 방해하는 근원으로 될 뿐만 아니라 금번 사건과 같은 국내 치안에 방해가 되는 일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국외로 추방할 것을 내무상 야마가다에게 직접 제의하였다.
일본 정부는 고심에 빠졌다.
당시 일본 정부는 구미자본주의 열강과의 불평등조약을 철폐하는 것을 외교활동에 있어서 주요 과업으로 삼고 있었으므로 암살사건이 일어나 국내치안에 관하여 외국에 구실을 잡히는 것을 기피하려 하였고, 더구나 국제적 성격을 띤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일본 외무성은 '지운영사건'과 관련하여 종래 자기들의 묵인 하에 일본에 잠입하여 있던 장갑복까지도 소환하여 갈 것을 조선 정부에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수구파의 거두인 민응식은 그에 곧 응하지 않고 김옥균과 박영효를 그와 동시에 송환하는 조건에서만 접수하겠다고 하였다. 한편 북경에 있는 일본공사로부터도 김옥균과 박영효를 처분하는 것이 청국과의 조약개정을 위한 교섭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의견을 일본 외무성에 제기하여 왔다. (주석 21)
일본 정부는 결국 오지 중의 오지인 외딴 섬 오가사하라도에 그를 억류하기로 결정했다. 김옥균은 1886년 7월 10일 측근 이윤고와 함께 일경의 삼엄한 경계 속에 고도를 향해 떠났다. 이윤고는 갑신정변 당시부터 개인적으로 김옥균을 흠모하여 정변 후 단신 일본으로 건너온 충직한 청년이다. 김옥균 암살 뒤 그의 유족이 충청도 옥천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서울로 데려다 안착시켰다고 한다.
오가사하라도에서의 김옥균의 억류생활은 그에게 있어서 참을 수 없는 민족적 모욕과 격분으로 엮어진 나날로 되었다.
그 당시 오가사하라도는 일본 영토로 결정된 지 10년밖에 안되었고 일본으로부터의 이민이 시작된 지 얼마 안되는 황량한 고도였고 겨울에도 평균 온도가 17도를 넘는 열대에 가까운 찌는 듯이 무더운 곳이었다. 김옥균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천기혹열(天氣酷熱)하고 장습여증(瘴濕如蒸)"이며 "풍토수천(風土水泉)이 최불합(最不合)"한 곳이었다.
본래부터 습증과 위병을 앓고 있던 김옥균의 건강은 나날이 악화되어 갔고 빈혈로부터 오는 현기증으로 머리를 들 수 없는 정도로 되었다.
일본 정부의 악독한 박해책동으로 김옥균은 생활비에 고통을 당하게 되어 심지어 서폭(書幅)을 팔아서 생활비의 일부를 보충하기도 하였다. (주석 22)
주석
20> 앞의 책, <시대의 디자이너들>, 79쪽.
21> 앞의 책, 573쪽.
22> 임광철, 앞의 책,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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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혁명가인가 풍운아인가, 김옥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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