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6천년 만에 깨어난 벌레가 번식까지…“고대 바이러스도?”

시베리아 빙하퇴적층 지하 39m서 발굴
다세포 생명체 중 가장 오래된 사례
“고대 바이러스가 인류 위협할까” 우려

4만6000년 전 선충 모습. PLOS제네틱스 논문 캡처

매머드와 같은 시기에 살던 암컷 벌레가 동토에 갇혀 있다가 4만6000년 만에 깨어나 번식을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과학저널 PLOS제네틱스에 27일(현지시간) 실린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벌레는 2018년 시베리아 콜리마강 인근 화석화한 다람쥐 굴과 빙하 퇴적층에서 러시아 과학자들에게 처음 발견됐다.

이 벌레에겐 ‘파나그로라이무스 콜리맨시스’(Panagrolaimus kolymaensis)라는 이름이 붙었다. 몸집은 1㎜보다도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이 벌레는 마지막 빙하기에 휴면에 들어간 ‘선충류’의 일종으로 확인됐다. 선충은 동면과 같은 상태를 뜻하는 ‘휴면’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도 생존을 이어가는 생명체다. 심장사상충과 고래회충 등 비교적 흔한 기생충 종도 선충류에 속한다.

이 벌레는 후기 플라이스토세(12만6000년∼1만1700년 전까지의 지질시대)부터 줄곧 얼어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이 벌레의 출현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동토층 방사성 탄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다.

벌레가 묻혀 있던 동토는 지표면에서 약 130피트(약 39m)에서 발굴됐다. 연구진은 이 벌레가 동시대에 출현한 네안데르탈인과 매머드, 검치호랑이 등 고대 생명체들과 함께 섞여 살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4만6000년 전 선충이 발견된 동토층 모습. PLOS제네틱스 논문 캡처

얼어붙은 선충을 되살리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를 이끈 독일 쾰른대 필립 쉬퍼 박사는 “선충류가 익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토양을 해동했다”고 했다. 벌레가 꿈틀대기 시작하자 연구진은 영양을 충분히 공급해 개체를 완전히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 해동된 암컷 개체는 끝내 죽었으나, 연구진은 이 개체로부터 100세대 넘게 번식에 성공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단성생식(처녀생식·parthenogenesis)이라는 방법으로 짝짓기하지 않고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학계에선 2억5000만년 전의 단세포 미생물이나 박테리아가 되살아난 경우가 발표된 바 있다. 다세포 생명체 가운데서는 이번이 가장 오래된 사례다.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한 독일 연구소 MPI-CBG의 테이무라스 쿠르찰리아 교수는 “이번 발견은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 결과”라며 “세대시간이 수일에서 수천 년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대시간은 한 개체가 자라서 자식 개체를 번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시간여행’ 종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고대 바이러스도 함께 부활시켜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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