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걸어서 여행하면 보이는 것들
[문운주 기자]
▲ 모슬포항 멀리 운무가 덮인 한라산과 산방산을 볼 수 있는 곳 |
ⓒ 문운주 |
제주 대정읍 하모 체육공원이 제주 올레 11코스의 시작점이다. 이번 올레길 트레킹은 제주도 남서부의 대표적 항구인 모슬포에서 출발한다. 해변길이 계속되다가 오름⁽¹⁾이 있고 다시 곶자왈⁽²⁾을 지나 무릉외갓집에 이르는 17.3km 코스다.
모슬포항이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은 제주도 최남단 마라도와 송악산 해안어뢰동굴, 알뜨르비행장 등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추사 김정희가 9년 동안이나 유배 생활을 한 곳이다.
▲ 낚시 모스포항 부둣가에서 유유자적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
ⓒ 문운주 |
모슬포항에서 유유자적 낚시질 하는 사람, 수산물 하역 작업하는 사람, 접안시설 굴삭기 작업하는 기사님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분주하게 혹은, 여유롭게 아침을 열고 있다. 고기잡이를 끝내고 돌아와 정박 중인 어선들까지 항구는 분주하다.
수협 어판장을 지나 동 방파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두 등대 사이로 가파도, 마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동 방파제는 접안시설 확충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되돌아서 맞은편에 있는 방파제로 향했다.
서 방파제 끝 지점인 흰 등대에서 동북 쪽으로 산방산과 한라산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가파도와 마라도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한라산을 감싸고도는 운무가 장관이다. 장마철인 궂은 날씨에도 제주도의 산과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니 행운이다.
모슬포는 하모리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포구였던 듯하다. 마을 안쪽에 오목한 모양의 접안시설이 있고 작은 보트가 몇 대 정박해 있다. 점차 시설을 확충하고 방파제를 건설해 항구를 키워가는 모양이다.
▲ 모스포항 가파도와 마라도가 멀리 보인다 |
ⓒ 문운주 |
모슬포 해변을 지나 산이물 공원으로 향했다. 멀리는 송악산 인근 형제바위가 보인다. 산에 오르거나 섬 둘레를 돌 때 좌표가 되는 지점이 있다. 올레 10 코스에서 산방산, 이곳 11코스에서도 산방산과 가파도, 마라도가 멀리 또는 가까이 위치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면서 눈앞을 맴돈다.
▲ 검은 바위 올레길 11코스에 모슬포 해변 |
ⓒ 문운주 |
제주에서의 검은 돌은 용머리, 주상절리, 하루방 등 자연 또는 인공 작품이다. 그런데 사이사이에 박힌 스티로폼, 비닐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이니 두드러진다. 플라스틱은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이 아니라 쓰레기{(?)다.
산이물 공원, 대성 여고를 거쳐 모슬봉까지는 대략 5km, 모슬봉에 오르기까지는 마을과 밭으로 난 포장도로다. 밭은 돌담을 쌓아 경계를 만들었다. 현무암은 담이 되고, 땅속에 묻혀서는 물길을 만들어 준다.
제주에 산다는 젊은 친구를 만났다. 삼천포가 고향인 그는 4년 전 이곳에 직장을 잡고 정착했다.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 사실 제주도를 잘 모른다고 한다. 과감히 사표를 내고 올레길 완주 도전에 나섰다. 10 코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트레킹이다.
▲ 산방산 모슬봉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바라본 모습 |
ⓒ 문운주 |
모슬봉은 조선시대에 통신수단인 봉수대가 설치된 곳이다. 낮에는 연기를 피우고 밤에는 불을 피워 인근 봉수대를 통해 한양까지 신호를 전달했다. 포장도로를 걷다고 완만한 흙길이 계속되다가 숲길이 나타난다. 폭신한 길이라 걷기에 편하다.
가깝게 다가오는 산방산을 바라보며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다음 코스는 정난주 마리아성지, 신평 곶자왈을 거쳐서 무릉 외갓집에 이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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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1) 산의 방언으로 낮은 언덕, 야산의 정상 봉을 의미 (2) 나무와 덩굴 따위가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일컫는다. 보온, 보습 효과가 있어 북방 한계 식물과 남방 한계 식물이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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