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년만에 대한해협 건너 쓰시마로 향하는 조선통신사선

김슬옹 2023. 7. 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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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출항 앞두고 해신제... 바닷길 안녕 기원

[김슬옹 기자]

 해신제에서 조선통신사 삼사(정사, 부사, 종사관)가 국궁 4배를 올리고 있다. @한태문(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김슬옹
   
"2023년 7월 28일 통신사 초헌관 '정재정' 아헌관 '김슬옹' 종헌관 '김형태'는 감히 해신께 밝게 고하나이다. 예로부터 바다는 우리 민족의 젖줄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강토가 평화롭고 우리 국민들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바다신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희는 나라로부터 통신사의 명을 받아 이웃 나라 일본과의 평화외교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전통을 본받아 문화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자 평화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가 되고자 합니다.

해신이시여! 조심조심 갓난아기를 보살피듯 바람이 그치게 해 주시고 양국의 관계에서 순하고 이로운 바람만 불게 하옵고 이번 13차 조선통신사 항해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주시옵소서. 이에 조촐한 제물로 정성을 다해 조선통신사를 통한 한국과 일본의 앞날에 평화로운 나날을 기원하옵니다. 맑은 술과 차린 음식이 향기롭습니다. 부디 강림(降臨)하시어 흠향 하시옵소서."

28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 사행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해신제를 부산시 동구 영가대에서 지냈다. 윗글은 초헌관이 읽은 축문 전문이다.

필자는 조선통신사 후손으로, 부사로 발탁돼 아헌관으로 참여했다. 필자의 직계 조상 가운데 두 분이 조선통신사로 참여했다. 조선통신사현창회 신경식 사무국장이 엮은 <조선통신사 인명사전>(2017, 조선통신사현창회)에 의하면 김흔(金訢)은 1479(성종10) 조선통신사 서장관으로 참가했다. 김광립(金光立, 1591~ )은 1636(인조 14)년에 조선통신사 부사군관(副使軍官)으로 참여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복원, 조선통신사 일본 항해 재현

2018년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복원한 조선통신사선은 부산문화재단(대표이사 이미연)과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배) 공동 주최·주관으로 8월 1일 화요일 부산에서 출항해 쓰시마에 입항할 예정이다. 이는 '조선통신사선 13차 항해' 사업으로, 1811년 12차 사행으로 끝난 조선통신사의 일본 항해를 재현하는 행사다.

이 행사 준비를 위해 밤낮으로 애써 온 김현승 팀장은 부산문화재단은 이번 행사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2019년 쓰시마 이즈하라항 축제 기간에 맞추어 입항이 예정돼 있었으나, 당시 한일 관계 악화에 따라 무산됐다.

그 뒤로 지속적으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협력해 2020년~2021년 '조선통신사 활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6월 17일 일본 쓰시마에서 4자 업무협약(부산문화재단-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쓰시마시-이즈하라항축제진흥회)을 체결해 본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행사장에서 필자와 만난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이사는 "이번 행사는 외교사절단으로서의 조선통신사의 의의를 다시 한번 알리고, 문화를 통한 평화 구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13차 항해 사업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평화의 바닷길을 넘어 한국과 일본 양국의 시민에게 잘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신제 주요 진행 차례는 다음과 같다.

- 전폐례 : 전폐례는 해신제 준비를 마감하는 최종단계
- 초헌례 : 초헌례는 3헌관 중 초헌관이 예를 올리며 축문 읽기
- 아헌례 : 아헌례는 아헌관이 술잔을 올리는 예
- 종헌례 : 종헌관이 예를 올리기
- 음복례 : 음복수조례라고 하며 제를 올렸던 술과 고기로 음복
- 철 변두: 상 위에 올렸던 변과 두를 거두어 내리기
- 망요례 : 신위를 불사르는 순서로 해신제가 끝나감을 알림
- 배를 타고 나감 : 이후에 집례는 대축과 제집사를 인도하여 제단 남쪽으로 내려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해신께 예를 표하는 순서로 모두 마감

제례 음식은 이경희 조선통신사 요리연구회 회장의 노력으로 완벽하게 복원돼 정성스러운 해신제가 됐다. 복원이 가능했던 것은 조선 숙종 45년(1719년)에 제9차 조선통신사로 다녀온 신유한(申維翰)이 4월 11일부터 이듬해 1월 24일까지 261일 동안(부산 출발은 6월 20일, 도착은 이듬해 1월 6일) 제9차 조선통신사 일행(정사 호조 참의 洪致中 등 475명)으로 일본에 다녀올 때의 여정과 견문을 기록한 사행 일기(使行日記)인 <해유록>(海遊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일 공동으로 정리한 조선통신사 기록은 2017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때 공동 추진위원장으로 참여해 큰 공로를 세워 정사로 발탁된 정재정 초헌관은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함께 이런 뜻깊은 행사를 하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하면서 "21세기 조선통신사로 한일 관계의 평화 관계 증진에 이바지하게 돼 기쁩니다"라고 침여 소감을 말했다.

2017년에 연세대 연구팀이 번역한 조선통신사 일본 측 필담집을 번역하는 데 참여하고 조선통신사 연구 공로로 종사관으로 발탁된 김형태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조선통신사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고 한일 관계가 더욱 우호적으로 지속해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18년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복원한 ‘조선통신사선’ @부산문화재단 제공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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