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하고 치밀한 부조리, 그 속에서 우린…‘D.P.2’

이은호 2023. 7. 29. 14: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남자는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는 선임들에게 맞고 욕을 먹고 성폭력까지 겪으면서도 "우린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며 웃던 사람이었다.

그 속에서 'D.P.2'는 묻는다.

'D.P.2'는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자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P.’ 시즌2에서 김루리 일병을 연기한 배우 문상훈. 넷플릭스

남자는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 부대에서도, 폭력을 피해 달아난 부대 밖에서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다른 남자는 자다가 물고문을 당했다. 코골이가 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세 번째 남자. 그는 선임들에게 맞고 욕을 먹고 성폭력까지 겪으면서도 “우린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며 웃던 사람이었다. 이런 그조차도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전역한 선임에 복수하려다 극단 선택을 시도한다. 뉴스로 이 소식을 듣던 마지막 남자, 자신에게 살충제를 뿌리던 선임들에게 총기를 난사한다.

2년 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D.P.’는 2014년 벌어진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을 끄집어내며 군대 내 가혹 행위에 관심을 높였다. 28일 세상에 나온 시즌2는 군대 안에서 반복되는 비극의 책임을 추적한다. 부대에서 가혹 행위를 당하던 김루리(문상훈) 일병이 총기 난사 후 무장한 채 탈영하자, 육군본부는 김루리를 정신 이상자로 몰아가며 그를 궁지에 빠뜨린다. 안준호(정해인)이 국군본부 수사자료가 저장된 USB를 빼돌렸을 땐, 가정폭력범인 그의 아버지를 회유하기도 한다.

폭력을 방관하고 은폐하려는 자들은 악랄하고 치밀하다. 박범구(김성균)는 “이건 네가 감당해야 할 일이 아니야. 그럴 필요도 없고”라며 준호를 말린다. 눈 돌려 외면하고 싶은 현실. 그 속에서 ‘D.P.2’는 묻는다. 그렇다면 진실을 밝히는 일은 누가 감당해야 하느냐고. 이 비극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시즌1이 방관도 가해의 한 종류임을 역설하며 ‘바뀌기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줬다면, 시즌2는 표적을 좁히고 질문에도 날을 세운다. 이야기가 겨누는 곳엔 국가가 있다. 가혹 행위로 동생을 잃은 신혜연(이설)은 말한다. “군대는 의무도 있는 거 아니에요? 병사들을 지켜야 할, 구해야 할 의무요.”

‘D.P.2’ 속 배우 정해인(왼쪽), 구교환. 넷플릭스

분위기는 대체로 무겁고 음울하지만, 액션·코미디·음악 등이 어우러져 오락적 재미를 채운다. 정해인·구교환·김성균·손석구 등 시즌1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은 물론, 주요 에피소드를 이끄는 젊은 배우들도 감탄을 일으킨다. 매체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뮤지컬 배우 배나라, 웨이브 ‘약한 영웅’으로 스타덤에 오른 최현욱, 후반부에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설 등이 그렇다. 다만 시스템에 맞선 개인들의 투쟁이 작품 말미 선악 대결로 갈음되는 듯한 느낌을 줘 아쉽다. 배우 지진희, 김지현, 정석용이 새로 합류했고, 시즌1에 특별 출연했던 고경표가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낸다. 6화 마지막에 쿠키 영상이 있다.

‘D.P.2’는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자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메가폰을 잡은 한준희 감독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현상에 제가 답을 내릴 순 없지만,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문제를) 계속 생각할 순 있다”고 말했다.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현실도 바꿀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얼마 전,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세상을 떠났다. 해당 대원과 동료들은 구명조끼도 없이 맨몸으로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D.P.2’가 다시 묻는다. 이 비극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그 속에서 우린 뭘 할 수 있느냐고.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