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형'이 온다"…류현진, 8월 2일 볼티모어전 복귀 확정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메이저리그(MLB) 복귀전이 확정됐다. 그는 다음 달 2일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리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류현진은 준비를 마쳤다. 이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뒤돌아볼 필요도 없다"며 "투구 수 제한도 없이 (완전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MLB닷컴은 "건강한 몸을 되찾은 토론토의 '빅 브라더'가 또 한 번의 영광을 함께할 준비를 마쳤다"며 "토론토 동료들은 류현진을 '형(Hyeong)'이라는 낯선 한국어 단어로 부른다. 그는 (토론토 라커룸에서) 멘토 그 이상"이라고 전했다.
류현진이 빅리그 경기에 등판하는 건 지난해 6월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 경기 이후 정확히 1년 2개월 만이다. 그는 당시 4이닝 5피안타 3실점 한 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했고, 17일 뒤인 6월 19일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은 당시 "2023년 7월 복귀를 목표로 열심히 재활하겠다"고 했다.
재활 과정은 순조로웠다. 류현진은 지난겨울 주 6일 훈련을 자청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MLB 진출 후 처음으로 새해가 밝기도 전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구단 훈련 시설이 있는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 보강 운동, 근육 강화 훈련을 차례로 마쳤다.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 식단 조절을 통해 체중을 30파운드(약 13.6㎏) 줄이기도 했다.
투구에도 문제가 없다. 5월 불펜 피칭, 6월 라이브 피칭을 소화한 뒤 이달 마이너리그에서 네 차례 실전 등판을 마쳤다. 마지막 점검이었던 지난 22일에는 마이너리그 최상위 단계인 트리플A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2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수술 후 가장 많은 공 85개를 던졌고, 직구 구속은 최고 시속 90.8마일(약 146㎞)까지 나왔다.
마침내 합격점을 받은 류현진은 지난 25일 LA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부터 팀에 합류해 선수단과 동행했다. 전 소속팀이던 다저스 동료들과 관계자들을 오랜 만에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눴고, 친정팀 팬들에게 환영의 박수도 받았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36세 투수가 큰 수술을 받고 1년 만에 돌아오는 건 쉽지 않다. 그의 복귀가 가까워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소개했다.
류현진은 앞서 세 차례 수술과 복귀를 거쳤다. 동산고 2학년이던 2004년 4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을 재활했다. MLB 진출 3년째인 2015년 5월에는 선수 생명이 걸린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2016년 9월엔 왼쪽 팔꿈치 관절경 수술로 괴사 조직을 제거했다. 류현진은 그때마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네 번째 복귀를 앞둔 올해 류현진은 36세다. 이전과 달리 재기를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나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늘 비관적인 전망을 뒤집으며 야구를 해왔다.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땀을 흘리고 더 오래 인내하면서 길고 지루한 재활 과정을 완주했다. 류현진의 통역 박준성 씨는 "(더니든에서 재활하던) 7개월이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빅리그 생활이 그리웠다. 그런데 정작 류현진은 한 마디도 불평하지 않고 그저 자신에게 필요한 일들을 해나갔다. 그를 더 존경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토론토 감독과 코치는 재활을 끝낸 류현진의 피칭을 직접 보고 의심과 걱정을 지웠다. 토론토 동료들도 두 팔 벌려 류현진의 복귀를 반겼다. 투수 알렉 마노아는 "지난 6월 투구 조정을 위해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훈련하는 동안, 류현진이 저녁을 사주고 여러 가지 조언도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케빈 고즈먼은 "류현진은 재미있고, 늘 유쾌한 농담을 한다. 우리에게 한국식 바비큐를 사주는 등 한국식 문화도 전한다"며 친근감을 표현했다.
이제 류현진은 그라운드 밖의 '형'을 넘어 마운드 위의 '에이스' 역할을 다시 시작한다. 그는 "재활하는 동안 오직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그 장면은 곧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된다. 류현진이 또다시 의미 있는 출발선에 섰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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