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국에서 "올 때 메로나"…해외서 대박난 'K-아이스크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사는 박효정(40)씨는 주말마다 대형마트 코스트코에 들러 장을 본다. 요즘 같은 여름철엔 아이스크림을 묶음으로 사서 냉장고에 쟁여둔다.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은 빙그레 ‘메로나’다. 코스트코에서도 한국처럼 쉽게 구할 수 있어서다. 김씨는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미국 사람도 한 번 한국식 막대형 아이스크림을 경험하면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며 “라면이나 만두·치킨 같은 한국 먹거리가 이미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 아이스크림도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K-라면, K-스낵에 이어 ‘K-아이스크림’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2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아이스크림 수출은 5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1년 전보다 19.8% 늘었다. 10년 전인 2013년 수출액(2200만 달러)의 2.6배 수준이다. 물량 기준으로 따지면 상반기에만 아이스크림 약 2억4000만개(개당 75g)를 수출했다.
‘하겐다즈’나 ‘배스킨라빈스31’ 같은 수입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올 상반기 수입은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5% 늘었다. 하지만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반기 무역수지는 29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2007년 이후 16년째 흑자 행진 중이다.
수출국도 북미·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다양하다. 올 상반기 기준 수출국은 49개로 역대 최다였다. 수출 1위 국가는 미국(비중 31.6%)이다. 이어 중국(12.2%), 필리핀(10.3%), 캐나다(7.9%), 베트남(5.7%) 순이다. 특히 ‘배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K-아이스크림 판매가 매서웠다.
매년 ‘빅5’ 수출국에 꼽힌 중국은 지난해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순위권에서 빠졌다가 올해 다시 2위로 복귀했다. 반면, 유럽 시장에선 고전 중이다. 한국산 유제품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의 유럽연합(EU) 수출을 금지한 규정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빙그레 ‘메로나’다. 단일 제품으로 미국 수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2009~2021년 미국에서만 2억5000만개 이상 팔렸다. 빙그레가 ‘아이스크림계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이유다. 미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메로나를 현지 생산·판매할 정도로 공을 들인 덕분이다.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를 판매처로 뚫은 것도 작용했다.
베트남에선 빙그레 ‘붕어싸만코’가 고가 제품으로 주목받으며 1년에 600만개 이상 팔린다. ‘월드콘’과 ‘스크류바’ 등을 앞세운 롯데웰푸드는 수출과 별개로 현지 법인 생산을 늘리고 있다. 2017년 인수한 인도 빙과회사 하브모어에 약 700억원을 투자해 월드콘을 만드는 식이다.
K-아이스크림이 세계 각국에서 흥행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지구촌에 불어닥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아이스크림 수요가 늘었다. 폭염 기간이 길어지고, 강도는 세지면서다. 둘째는 한류다. ‘K-콘텐트’ 한류 열풍이 분 곳에서 수출도 많았다. 한민 관세청 정보데이터기획담당관은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라면·과자에 이어 아이스크림으로 수출 품목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에선 ‘2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1조3073억원)가 1년 전보다 3.7% 쪼그라들었다. 2018년부터 연평균 6.1%씩 줄었다. 주요 고객인 어린이·청소년 인구가 줄면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 단맛을 내는 당과 대체 감미료 등을 꺼리는 경향도 국내 매출이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엔 정부가 아이스크림 판매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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