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맞서 한ㆍ일 더 뭉쳐야"…전문가‧언론인 50명 전주에 모였다

박현주 2023. 7. 2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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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가 28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전북대 통일교육사업단, 일본 히로시마시립대 히로시마평화연구소와 공동으로 '2023 한ㆍ일 지방 포럼'을 개최했다. 북한이 전날 밤 평양에서 개최한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인사를 불러들여 군사적 위협을 노골화한 가운데 참석자들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ㆍ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데에 공감했다.
28일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와 전북대 통일교육사업단, 일본 히로시마시립대 히로시마평화연구소 공동 주최로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린 '2023 한ㆍ일지방포럼'. 세종연구소.


"北, 체제 생존 최우선"


홍석훈 창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어젯밤 북한이 이른바 '전승절' 행사를 대대적으로 했다"며 "남북 간 정전 협정 이후 체제 및 정통성 경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의 대북 정책 기본 원칙과 방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북한은 체제 생존 전략으로써 핵·미사일 중심의 비대칭 군사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추진하고 국내적으로는 사회주의 강국 이미지를 강화해 김정은 통치 체제를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8일 전북대에서 열린 '2023 한ㆍ일지방포럼'에서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이 보낸 영상 축사를 참석자들이 시청하는 모습. 세종연구소.


그러면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의 틈새를 활용해 중국과 러시아에 적극 편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북한은 전날 자신들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6·25 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계기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해 주석단에 세웠다. 한ㆍ미ㆍ일에 맞선 북ㆍ중ㆍ러 3각 공조 구도를 본격적으로 과시하려는 시도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공화국의 영원한 전승의 명절인 7월27일 저녁 수도 평양에서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 70돌(전승절)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주석단에서 왼쪽에 리훙중(李鴻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오른쪽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세웠다. 노동신문. 뉴스1.


"3국 협력, 지속성 높여야"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이날 포럼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해서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의 목적과 방향이 대북 정책 공조라는 점을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며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중국의 반응을 우려해 연합훈련이 위축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한ㆍ미ㆍ일이 진행 중인 미사일 방어 훈련, 탄도 미사일 탐지·추적 훈련, 대잠전 훈련이 내년 11월 미국의 대선 등 자칫 안보·정치 환경의 변화로 인해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훈련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한ㆍ미ㆍ일 정상회의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쟁의 교훈은 협력"


이날 포럼에선 1년 반 가까이 지속되며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유럽안전보장협력기구(OSCE)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키카와 겐(吉川元) 히로시마시립대 특임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드디어 유럽이 OSCE라는 새로운 안보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며 "앞서 러시아를 비롯한 많은 구소련 국가들이 민주화 이행에 실패해 OSCE에 대립과 분단의 균열이 생겼고, 향후 침략 전쟁의 실마리가 됐다"고 말했다. OSCE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57개국이 가입한 세계 최대의 지역안보기구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역할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와 전북대 통일교육사업단, 히로시마시립대 히로시마평화연구소 공동 주최로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린 '2023 한일지방포럼'. 세종연구소.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 유럽 내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긴장이 계속되고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ㆍ일이 원전 공격 위험에 대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오키무라 다다시(沖村理史) 일본 히로시마시립대 교수는 "북한은 미사일 등으로 한ㆍ일의 원자력발전소를 원격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도 우리는 원전 공격 위험에 대한 회피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ㆍ일이 원자력 발전소 안전 관리 측면에서 협력하고 에너지 절약과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보급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촬영된 유럽 최대 규모 원전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원전 파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2의 체르노빌 참사’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AFP.


"전략 공간서 생존 모색"


한편 이날 개회사 및 세션의 사회 등을 맡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최근 한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과거와 궤를 달리하고 있다"며 "안보와 경제가 혼재하고 실재와 가상(사이버) 세계가 혼재하는 크로스 도메인, 즉 영역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ㆍ중이 패권을 다루는 전략 공간인 인도·태평양에서 국가 생존의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28일 전북대에서 열린' 2023 한ㆍ일지방포럼'에서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이 발언하는 모습. 세종연구소.

이날 포럼은 한국 측 교수·연구원·언론인 등 34명과 일본 측 교수·언론인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한ㆍ일 관계 등 외교·안보 분야 관련 인사 50명이 한자리에 모여 4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이어간 건 민간 분야에서도 한ㆍ일 교류가 급격히 활성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또 대부분의 외교·안보 분야 포럼과 달리 이날 포럼은 전북 전주시 전북대에서 열려 지방 차원의 양국 협력에 대한 잠재성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는 "앞으로도 지방 거점 대학, 주요 연구 기관과 협력해 외교·안보 정책에서 지방의 역할과 전략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8일 전북대에서 한ㆍ일 양국의 전문가, 언론인 등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2023 한ㆍ일지방포럼'. 세종연구소.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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