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주목받는 이 애니메이션... 이유 있는 인기였다
[김성호 기자]
시대의 이야기가 있다. 그야말로 이야기의 범람이라 할 쏟아지는 작품 가운데 수많은 독자와 만나 그들을 감화시키는 몇몇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21세기 등장한 여러 작품 가운데도 시대의 이야기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것이 몇 편쯤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귀멸의 칼날>이다.
21세기 들어 일본 만화계가 내놓은 최고 인기작이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이 작품은 이 시대 대중이 바라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거듭하여 닥쳐오는 역경과 성장, 빠른 전개와 전환, 나아가 소설 가운데 강조되는 전통적 가치들은 이 작품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여러 콘텐츠에서 점차 강화되는 특성이라 해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 귀멸의 칼날 포스터 |
ⓒ 유포터블 |
시대의 선택 받은 권선징악 모험기
<귀멸의 칼날>은 기본적으로 선한 이들이 악한 자들을 처단하는 모험기다. 세상은 혈귀라 불리는 요괴가 횡행하는데, 인간을 잡아먹는 이들의 악행으로 수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여 귀살대라 불리는 민간 집단이 나서 혈귀를 사냥하기에 이른 것이다.
주인공인 탄지로는 혈귀로 변한 동생을 데리고 그녀를 인간으로 바꾸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귀살대에 가입하고 다가오는 위협 속에서 동생을 인간으로 바꾸기 위한 모험을 거듭한다.
▲ 귀멸의 칼날 스틸컷 |
ⓒ 유포터블 |
가족애로부터 공동체로 나아가는
이야기는 언제나처럼 혈귀의 등장과 그의 처단으로 이어진다. 2기의 악당은 혈귀 가운데 최고라 꼽히는 여섯 '상현' 가운데 하나로, 추한 모습의 오빠와 미녀인 동생이 짝을 이뤄 활동하는 요괴가 되겠다. 유곽에 은신하며 남몰래 사람들을 해하던 이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2기는 더욱 격렬하고 파괴적인 흐름 속으로 빠져든다.
오누이와 오누이의 대결이란 점에서도 2기는 특징적이다. 주인공인 탄지로와 네츠코의 우애야 시리즈를 거듭하며 이어온 인기의 비결 중 하나다. 험난한 세상 가운데 그래도 끝까지 지켜져야만 하는 게 가족이라는 생각은 공동체가 무너져가고 각자도생의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현 일본의 시국 가운데서 특별한 힘을 발휘했다.
▲ 귀멸의 칼날 스틸컷 |
ⓒ 유포터블 |
돌고 돌아 결국은 인간, 우리의 오늘을 돌아보며
많은 이들이 <귀멸의 칼날>이 거둔 신드롬적 인기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궁금해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것이 바로 가족주의다. 특히 일본을 위시한 여러 선진국은 핵가족이 일반화되고 저출산 추세까지 오랫동안 이어져 전 세대보다 가족의 수가 줄어들고 그 형태 또한 달라졌다. 이웃이며 직장의 개념 또한 달라져서 개인의 삶은 스스로 파편화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 흐름이다.
부모와 형제, 이웃이며 동료들과 가까이 하며 깊은 유대를 갖는 삶은 오늘날 한국에서도 그리 흔치만은 않은 풍경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일상의 긴 시간을 홀로 보내며 타인과의 접촉 또한 과거의 가족과 이웃의 정도에 이르지는 못한 채 외로움을 달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나 또한 그런 불편을 겪지는 않겠다며 거리를 두고 있는 사이 인간은 더 예민하고 외로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 귀멸의 칼날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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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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