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몸에 용 새기고 튀었다…이런 '망한 문신' 지워주는 이 남자

현예슬 2023. 7. 29. 11: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신 분장을 하니 자세가 달라졌다. 사람들도 저를 피하더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3'에서 '초롱이'를 연기한 배우 고규필은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온몸에 문신이 가득 새겨진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했던 그는 방송에서 '달라진 자세'로 건들거리며 걷는 모습도 선보였다.

조폭의 '상징'으로나 여겨졌던 문신을 새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또는 패션 아이템으로, 문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심코 했다가 큰 후회를 남기기도 하는 것이 문신이다. 곱지 않은 시선이 신경 쓰여서, 취업에 걸림돌이 되어서, 막상 새기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유도 가지가지다. 문제는 문신을 새기는 것보다 제거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이다. 문신 제거엔 시간도,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고통도 상상 이상으로 크다.

유튜브에서 '문신 지우는 영수쌤'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 박영수 원장. 사진 박영수 원장

‘망한 문신 지워드립니다’


'컴포트 성형외과'의 성형외과 전문의 박영수 원장은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는 이들을 위해 나선 인물이다. 문신을 제거하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을 지원하고, 그 과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문신 지우는 영수쌤'에 올려 정보를 제공한다. 이른바 '망한 문신 지워드립니다' 프로젝트다. 미성년자의 충동적 선택, 잘못된 관계에서 비롯된 낙인 등 그에게 전해지는 '망한 문신'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어쩌다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는지, 문신의 대중화를 의료 현장에선 어떻게 보는지, 그에게 들어봤다.

Q : '망한 문신 지워드립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A : 진료하면서 신중하지 못한 선택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신은 그 자체로 흉터이기 때문에 제거 시술을 받아도 이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워야 한다면 아주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을 보여주면 문신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 원장의 병원은 문신 제거를 전문적으로 한다. 성형외과와 마취통증의학과 등 2개의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덕에 보다 적극적으로 시술할 수 있었다.

A : 문신을 제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통증이다. 레이저를 이용해서 반복 시술을 받아야 하는데, 마취 크림 등으로는 통증을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1회 치료만 받고 멈추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치료 중에 참지 못하고 시술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박영수 원장 레이저를 통해 문신 제거 시술을 하는 모습. 사진 '문신 지우는 영수쌤' 유튜브 캡처


신경차단과 수면 진정 마취 후 문신 제거 시술을 하는 박 원장의 병원에선 월평균 1000~1500건의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바디 타투의 경우 20~30대가 모양이 불만족스러워서, 혹은 취업·결혼·육아를 이유로 지우러 온다. 30~40대는 눈썹이나 아이라인 등 반영구문신을 지우러 오는 경우가 많다.

Q : 어떤 과정으로 문신이 지워지나.
A :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극소수의 문신을 제외하면 피코레이저를 이용한 시술을 통해 문신을 지운다. 레이저가 피부 속 잉크 입자를 잘게 부수어 분해하는 것이다. 통상 우리 몸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배출시키는데, 잉크 입자는 크기가 커서 배출되지 못하고 평생 남는다. 그래서 잉크 입자를 이동이 가능할 만큼 작게 분해한다. 몸의 면역 세포에 의해 서서히 흡수·배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극심한 고통 따르는 제거…최소 1년 이상 걸려

Q : 새기는 것보다 시간도, 비용도 막대하다는데.
A : 잉크의 양과 깊이, 컬러 유무, 흉터의 정도, 부위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약 10회 치료가 필요하다. 또 시술 부위의 색소침착 상태가 호전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1년 이상, 길면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색깔 있는 문신은 제거하기가 더 어렵다.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명함 한 장 크기의 문신에 대해 1회 치료 시 20만원대의 비용이 든다.

Q : 망한 문신의 사연이 다양하더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A : 20대 때 타투이스트였던 전 남자친구의 가스라이팅 때문에 교제 중 원치 않는 문신을 계속 새기게 됐다는 30대 여성이 있었다. 가슴부터 옆구리까지 큰 용 문신이 새겨졌고, 허벅지 안쪽에 이니셜 레터링을 갖게 됐다. 그 남자친구와는 어느 날 연락이 뚝 끊어졌다고 한다. 후에 다른 사람과 결혼해 초등학생 자녀의 엄마가 됐는데, 아이에게 부끄럽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문신을 가리고 다니는 것도 불편하고, 아이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전 남자친구의 가스라이팅 때문에 문신을 새기게 됐다는 30대 여성. 사진 '문신 지우는 영수쌤' 유튜브 캡처


이 밖에 그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엔 문신을 후회한다며 찾아온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연도 제각각이지만, 특히 즉흥적으로 문신을 했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생생한 실태를 전해준다.

가출했다가 소위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다는 18세 여고생은 '세 보이고 싶은 마음'에 문신을 했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은 그는 "SNS를 통해 알아본 타투샵에서 미성년자인 줄 알고도 문신을 해줬다"고 했다. 그는 "처음 문신을 받았을 때는 남들 눈에 '무서운 애'로 보이는 게 좋았는데, 이후 꿈이 생기고 나니 내 판단이 잘못됐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 따라 한 문신을 지우려 찾아온 20대 남성도 등장한다. 그는 문신이 많으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부사관에 지원하지 못했다며 후회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 어머니에게 '블랙암'(팔을 까맣게 덮는 문신) 시술을 받은 22세 남성 직장인도 박 원장을 찾아왔다. 그는 "지난 5년간 문신 시술을 받은 사실 자체를 후회했다"며 "밖에 나가기 싫어지고, 팔을 계속 가리게 되는 등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 어머니에게 '블랙암' 문신 시술을 받았다는 22세 남성 직장인. 사진 '문신 지우는 영수쌤' 유튜브 캡처


이런 사람들의 문신 제거 시술을 해주던 박 원장은 최근 어떤 방식으로 문신이 새겨지는지 알고 싶어 한 타투샵을 방문했다. 그는 잉크가 들어있지 않은 타투 머신을 사용해 직접 자신의 팔에 문신을 새겨봤다. 새기고, 지우는 것을 모두 해본 그에게 물었다.

Q : 문신은 하는 게 어렵나, 지우는 게 어렵나
A : 둘 다 어렵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제거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통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타투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해 아주 미세한 바늘로 진행하는 문신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지우는 것은 레이저로 잉크 입자를 '부수어 깨뜨리는' 과정이다. 레이저 출력이 높아야 잉크 입자가 깨지기 때문에 통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또 레이저로 인한 열이 주변 조직으로 퍼지면 화상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非의료인 합법화하는 것이 부작용 예방할 것"


박영수 원장은 최근 한 타투샵에 방문해 잉크가 들어있지 않은 타투 머신으로 직접 문신을 새겨 봤다. 사진 '문신 지우는 영수쌤' 유튜브 캡처

한편 문신 시술은 1992년 대법원이 '의료행위'라고 판단함에 따라 의사가 아닌 사람의 문신 시술은 불법이 됐다. 하지만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문신 경험자 171명 중 1명(0.6%)만이 의사에게 시술받았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문신 경험자들이 비의료인에게 시술받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법 제정을 통해 문신 산업을 합법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자는 '타투업법' 관련 논의가 처음 이뤄졌다.

Q : '타투업법' 논의는 어떻게 보나.
A : 문신 시술이 이미 1000만건이 넘게 이루어졌다. 자신의 신체에 무엇인가를 남기고자 하는 욕구는 법으로 구속할만한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의사만 문신 시술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신 시술이 침습적인 의료행위에 가깝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검증된 기관에서 문신 시술을 관리하고 합법화하는 것이 부작용을 막는 방법이라고 본다. 현재는 법이 유명무실하다 보니 이루어져서는 안 될 문신 시술까지 행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성년자 타투다. 보호자의 동의 없이 타투를 받으려는 미성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검증되지 않은 타투이스트를 찾게 된다. 이런 경우 위생상의 문제나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미성년자에게 무분별한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