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뚫고 긴 줄...임금님 상에도 올렸던 '은어' 반값에 파는 곳
28일 오후 경북 영덕군 지품면 황금은어양식장. 양식장 앞에 차려진 천막 아래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손에 접수증을 들고 순서를 기다렸다. 양식장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이들은 은박 보냉팩을 받아들고 천막을 떠났다.
천막에는 ‘영덕 황금은어 현장 판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줄을 서서 받는 것은 은어가 담겨 있는 보냉팩이었다. 은어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민물고기로, 맛이 담백하고 영양가가 풍부해 과거 임금에게 진상됐던 경북 특산물이다. 생선살에서 수박 향이 난다.
대량 양식한 은어 처분 골머리
경북 영덕군과 봉화군은 매년 여름철이 되면 지역 특산물인 은어로 축제를 열었다. 올해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에 은어축제를 열기 위해 지난겨울부터 민간 양식장에 위탁해 은어를 대량으로 양식해 둔 상황이었다. 영덕군은 15만 마리, 봉화군은 30만 마리 정도다.
하지만 최근 예천·봉화·문경·영주 등 경북 북부 지역에 집중 호우가 쏟아져 2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면서 지역 축제 상당수가 취소 또는 연기됐다. 영덕과 봉화 은어축제뿐 아니라 경산워터페스티벌, 봉화 한여름 산타마을 개장식, 강원 영월 동강뗏목축제, 대전 대덕거리맥주페스티벌, 충북 향수옥천 포도·복숭아 축제 등이다.
올해 초부터 준비해 온 은어 축제가 취소돼 대량으로 구해놓은 은어도 골칫거리가 됐다. 영덕군이 싼값에 은어 판매 행사를 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은어 판매장을 찾은 김연자(54)씨는 “은어를 싸게 판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 찾아왔다”며 “양식장에서 갓 꺼낸 싱싱한 은어를 저렴한 가격에 사고, 은어 축제가 갑자기 취소돼 손해를 보게 된 영덕군도 돕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영덕, 28~30일 은어 현장판매
영덕군은 은어를 28일부터 30일까지 현장 판매한다. 가격은 1㎏에 1만원으로 시중보다 50%싸다. 1인당 구매 한도는 5kg까지 가능하다. 판매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봉화군 역시 축제용 은어를 처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봉화군은 29일부터 봉성면 로컬푸드직매장과 영주시 조암동 농협파머스마켓 등 2곳에서 은어 직판행사를 열 계획이다. 판매 가격은 영덕군과 비슷한 수준인 1㎏당 1만원이다.
봉화군 관계자는 “축제용으로 은어 물량을 대량으로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갑자기 축제가 취소돼 은어 처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시중보다 반값도 되지 않는 가격에 신선한 은어를 살 기회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실종 예천 주민 2명 수색 2주째
한편 집중호우로 실종된 예천군 주민 수색 작업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아직 실종자 2명을 찾지 못했다. 28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인력 394명과 헬기 2대, 드론 15대, 보트 3대, 중장비 16대, 구조·수색견 17마리 등을 투입해 수변·수상·드론·항공·매몰지 수색 등 통한 실종자를 수색을 진행 중이다.
실종자 2명은 지난 15일 새벽 폭우와 산사태로 예천 감천면 벌방리에서 실종된 주민 A씨(69)와 B씨(여·62)다. 이들은 이 사고로 매몰되거나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예천군 곳곳에 발생한 폭우 피해 복구작업도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다음 달 2일까지 국군과 주한미군 육군이 ‘연합 호우피해 복구 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영덕=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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