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스테디셀러…감동·재미·추억 다 잡은 뮤지컬 ‘그날들’

서믿음 2023. 7.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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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10년.

긴 세월을 이어온 국내 뮤지컬 '그날들'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했다.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다듬어진 만큼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아깝지 않다는 평이다.

뮤지컬은 청와대를 배경으로 1992년 2012년을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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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광석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탄탄한 스토리에 유머 돋보여

자그마치 10년. 긴 세월을 이어온 국내 뮤지컬 ‘그날들’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했다. 무대에 오른 건 젊은 나이에 스러져 안타까움을 남긴 가수 고(故) 김광석의 노래로 꾸며진 주크박스 뮤지컬. 김광석을 향한 옅은 향수에 선명한 색을 입히며 지금껏 55만명을 객석으로 이끌었다.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다듬어진 만큼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아깝지 않다는 평이다. 러닝타임 165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극 전개도 김광석의 노래에 스토리를 입힌 것인지, 그 반대인지 모를 만큼 이질감 없이 흘러간다. 때마다, 적재적소에서 번지는 웃음 코드는 폭소를 자아낸다. 객석 중앙 ‘김광석 자리’에 놓인 사진은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은 청와대를 배경으로 1992년 2012년을 오간다. 청와대 경호원이 된 ‘정학’이 자유분방한 동기 ‘무영’을 만나 쌓는 우정을 쌓는 가운데, 무영이 정체불명의 경호대상인 ‘그녀’와 함께 실종되고, 정학은 오해와 그리움을 통과해 진실을 마주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20년 전 사건을 아픔으로 간직한 경호실장 정학이 공교롭게 20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날 사라진 대통령의 딸을 찾는 과정에서 20년 전 그날의 전모를 알게 된다는 이야기. 공연은 그 시간과 공간을 파노라마적 시야로 비쳐낸다.

주크박스 뮤지컬인만큼 김광석의 노래가 극에 재미를 배가한다. 상황을 적확하게 포용한 노랫말은 익숙한 선율에 더해져 관객의 마음에 가닿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이등병의 편지)”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추억은 그렇게 잊혀지면 돼(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사랑했지만)”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의 노래(말)는 세월의 먼지에 가려 흐릿해진 추억을 선명하게 되살린다.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극중 신참 경호원 상구는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대폭소의 8할이 그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치 없이 사고치고 옷을 벗게 된 위기에서 애절하게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김광진-편지)”를 부르는가 하면, 대통령 딸 '영애'(令愛·윗사람의 딸을 높여 부르는 말)과 실랑이 하는 장면에선 “난 아직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에(기다려줘)”를 불러 폭소를 자아낸다. 코믹하게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 ‘불행아’도 2017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포함됐다.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김광석을 향한 그리움을 안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다수는 극중 청와대 경호원 ‘무영’에게서 김광석을 떠올렸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장유정 연출은 “무명은 아까운 나이에 떠난 김광석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며 “잡히지 않는 안개 같은, 혹은 그림자가 없는 무영(無影)의 캐릭터를 만들 때 늘 그를 생각했다. 아깝게 생을 달리한, 지켜지지 못한 사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암울한 시대상 속에 피어난 아픈 사랑과 이별, 우정을 무겁지 않은 감성으로, 마냥 가볍지 않은 유머로 그려내 진한 여운을 남기는 뮤지컬이다. 공연은 오는 9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무대에 오른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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