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女노동자 위한 밥집 '함바데리카'…언니, 밥 먹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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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함바데리카를 찾아와 이곳의 시그니처인 독특한 콘셉트의 안경 등을 함께 쓰고 어색함을 풀며 식사를 하고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눈 11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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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생초면인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밥을 해준다. ‘요리’와 ‘개더링(gathering)’ 관련한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에리카팕 이야기다. 이탈리아어로 ‘에리카의 집’이라는 뜻인 ‘카사데리카’란 이름을 변형,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함바집이란 뜻을 지닌 '함바데리카'를 찾아온 여성 노동자들의 삶 이야기를 다룬다. 함바데리카를 찾아와 이곳의 시그니처인 독특한 콘셉트의 안경 등을 함께 쓰고 어색함을 풀며 식사를 하고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눈 11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빙수를 싹싹 긁어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능소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배가 불러 한껏 센티해진 나는 이 화려한 여름꽃의 꽃말이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여성’ ‘명예’ ‘이름을 날림’ 등의 뜻을 지니고 있었다. ‘함바데리카’와 능소화, 그리고 여성. 스파크형 ENFP의 사고회로가 바쁘게 움직였고, 뉴런이 몇 번 ‘쎄쎄쎄’를 나누더니 이런 결말에 도달했다.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해가는 여성 노동자를 위한 함바집, 이름하여 함바데리카!’
19쪽 프롤로그 : ‘함바데리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중에서
그러다 2021년 7월, 마침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때려치우기로 하고 퇴사했다. 퇴사를 하고 나서야 ‘꾸역꾸역’ 사는 것이 아니라 ‘뚝딱뚝딱’ 자기 인생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그간 나의 결핍과 아쉬움과 궁금증, 그리고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우연한 계기로 탄생한 ‘함바데리카’라는 이름을 만나 씨앗이 되고, 또 하필 그 이름을 지은 직후 길목에 피어 있던 능소화를 만나 꽃처럼 만개했다.
22쪽 프롤로그 : ‘함바데리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중에서
‘내가 진짜 많이 늘었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보다 소통이요. 프로젝트를 한 번이라도 쭉 진행해보면, 동료의 일하는 방식이나 성향 등이 대충 파악되거든요. 그래서 잘 맞추려고 하죠. 협업을 통해서 모든 콘텐츠가 만들어지다 보니, 작업 중 감정이 상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을 때 우리 콘텐츠에 고스란히 반영되더라고요. (중략)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되, 부드럽게 말하려고 해요. 제가 들었을 때도 기분이 안 나쁘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래, 일정이 빡빡하긴 해도 같이 열심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노력하죠.
56-57쪽 일과 인생, 그리고 자신에 대한 태도 중에서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머릿속에 그리는 일’이잖아요. 브랜딩이 그런 일이고요. 그런데 그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검열이 되고 또 편견이 되고, ‘저 사람은 나를 이렇게 볼 거야.’라고 먼저 그림을 그리는 경향이 생기기 쉬워요. (중략) 스스로에게 편견이 있었던 거죠. ‘나는 이렇게 자랐고, 이 정도의 공부를 했고, 조손 가정에서 자랐고, 고졸이고, 유복한 집안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가진 자산으로는 한계가 있을 거야.’ 스스로에 대한 편견이 다른 사람도 나를 이렇게 볼 거라는 편견을 만든 거고요. 근데 알고 보면 그 사람은 나에 대해 별생각이 없거든요. 저 혼자만 너무 과잉된 거죠.
221쪽 김키미 : ‘나’리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 중에서
언니, 밥 먹고 가 | 에리카팕 지음 | 세미콜론 | 268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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